[인터뷰]"지배구조 부실 기업 투자…떨어지는 칼 잡는 것"

폴 스미스 前CFA 대표 방한 인터뷰
"엔론 파산·웰스파고 스캔들, 지배구조 부실 탓 발생"
  • 등록 2019-11-13 오후 6:24:27

    수정 2019-11-13 오후 6:24:27

폴 스미스 CFA협회 전 대표가 지난 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CFA협회)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떨어지는 칼을 잡는 행위(Catching a falling knife)입니다.”

폴 스미스(Paul Smith) 국제공인 재무분석사(CFA) 협회 전 대표는 지난 6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지배구조가 문제인 기업은 적신호가 켜진 것이기 때문에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세계 165개국에서 자산 운용과 재무 관리 등 분야에 종사하는 16만여 CFA가 소속한 단체다. 스미스 전 대표는 협회에서 지난 9월까지 4년 동안 임기를 마치고 현재는 고문으로 활동한다. 스미스는 고문은 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CFA 자격 수여식에 참석하고자 방한했다.

`혁신기업` 엘론社 지배구조 부실해 파산

스미스 고문은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기업이 성과를 내는 것은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는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런 기업에 투자하면 성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증명됐다”며 ‘엔론 파산’과 ‘웰스파고 유령계좌 스캔들’ 사태를 사례로 들었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던 에너지 기업 엔론은 2001년 회계부정으로 파산했고, 미국 4대 은행에 꼽히던 웰스파고는 고객정보를 도용해 유령계좌를 만든 사실이 2016년 드러나 10억 달러(약 1조1600억원)가 넘는 벌금을 물었다. 두 회사가 탈이 난 것은 경영을 잘못한 탓이고,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해서 이를 견제하지 못한 게 근원이라고 스미스 전 대표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업에 투자를 ‘뮤지컬 체어’(인원수보다 부족한 의자를 차지하려는 놀이)에 빗댔다. ‘즐겁게 춤을 출 때’는 모르지만, 음악이 끝나면 낭패를 보는 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스미스 고문은 “지배구조가 엉망이더라도 법률로써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면 예외로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며 “그러나 25년 동안 외국인 전문투자가로서 지켜본 결과 한국 시장은 소수 주주의 권익이 보호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의 자산을 증식하기 위해서 경영활동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 기업, 주주 이해상충 가능성”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는 재벌에 대한 평가와 맥이 닿았다. 그는 “한국에서 혈족 중심의 재벌 기업 경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강점이 있지만, 이런 지배구조를 가지면 이해 상충이 심하게 발생하거나 소수 주주의 이해관계가 존중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FA 협회는 글로벌 모범 기업지배구조 사례의 한국어판을 올해 안에 발간할 예정이다.

연장선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 어긋나는 기업도 지속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그는 “기업은 ESG를 떠나 존재할 수 없어서, 둘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기업이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노동자를 착취하면서 돈을 벌면, 규제를 받게 되고 결국에는 생산성이 떨어지게 돼 단기 성과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분석할 때이런 점까지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미스 고문은 “ESG는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서 상황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며 “석탄을 선진국에서 사용하면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신흥국에서는 필수 동력원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폴 스미스 고문은…

△옥스포드대학 근대사 석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HSBC △Asia Alternative Asset Partners 대표 △CFA 협회 대표(2015년 1월~2019년 9월) △CFA 협회 고문(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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