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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송승현 기자]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신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 전 원장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만 일부 법관들은 `의도적인 사법부 망신주기`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3일 오전 10시30분부터 명재권(52·사법연수원 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양 전 원장의 영장심사를 진행한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 소속 신봉수(48·29기) 특수1부장 등 부장검사와 부부장 검사 등을 투입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인력이 (영장심사에)들어갈 듯 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일련의 재판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등을 주도했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검찰은 그가 특히 △일제 강제징용자 손해배상소송 개입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및 검찰 내부정보 유출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에 직접 관여했다는 혐의를 소명하겠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양 전 원장이 반헌법적 행위를 저질러 혐의가 무거운 데다 소환조사에서 핵심 혐의를 전면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 양 전 원장은 사법농단 사태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직 대법원장의 영장심사를 지켜보는 법관들의 심정은 불편하다. 일부 판사들은 검찰이 법적 요건을 사실상 무시하고 무리한 청구를 했다고 지적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영장발부 사유는 도주의 우려와 증거인멸의 우려 뿐이다. 전직 대법원장 신분이기에 도주 우려가 없다고 봐야 한다. 증거인멸 우려의 경우 박병대·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 영장기각 사유에 광범위한 증거가 이미 확보됐다고 적시됐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검찰의 영장청구는 마녀사냥이자 여론재판에 지나지 않는다. 영장청구는 양 전 원장의 사법농단 의혹과는 무관하게 법리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장이 기각되면 법원이 여론 비난의 타깃이 될 것을 검찰이 이용했다는 불만도 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 ‘혐의가 중대한 사안’은 없다. 법리를 다루는 검찰이 이를 모를 리 없다”며 “검찰은 영장이 발부되면 좋고, 기각되면 법원에 (책임을)떠넘기기 좋은 대외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 경호와 관련된 법률상 제한이 있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택에서 대기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