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사교육비 주범은 학종?…수능비중 줄자 EBS강의 외면

“불수능이 주범” vs “학종 탓”…사교육비 갑론을박
대입수시모집 비중 확대, 사교육비 급증 시점 일치
EBS강의·방과후학교 이용률 저조, 사교육으로 이동
  • 등록 2019-03-20 오후 4:44:09

    수정 2019-03-20 오후 6:23:25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최근 정부가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내놓은 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소위 `수능파`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으로, `학종파`는 수능을 원흉으로 지목한다. 최근에는 EBS강의 이용률 하락을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으로 보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수시·학종 비중 증가와 수능 영향력 축소가 학생들을 EBS보다 학원으로 내몰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교육비 폭증은 EBS강의·방과후학교 이용률과 관련이 깊다.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초중고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1000원으로 전년(27만2000원)대비 7%나 올랐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1인당 사교육비는 39만9000원으로 전년(38만2000원) 대비 4.6% 증가했다. 특히 고등학교는 전체 학생 조사에서 전년 대비 12.8%나 상승했다. 초중고 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 고교 사교육비 증가가 전체 사교육비 상승을 견인한 셈이다.

사교육비 폭증 원인 수능이냐 학종이냐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런 조사결과를 자신들이 이해관계와 연결 짓고 있다. 소위 ‘수능파’로 분류되는 공정사회국민모임은 “사교육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은 수시와 학종 탓”이라며 “수시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 수능을 9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7학년도부터 이어져온 불 수능의 영향”이라고 반박했다.

우선 학원비 자체가 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가 27% 증가할 때 학원·보습교육의 교습비는 35.5% 올랐다. 이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07년 28만8000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39만9000원으로 무려 38.5%나 뛰었다.

사교육 물가가 올라도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이 감소하면 전체 사교육비는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사교육 참여율은 내림세를 보이다가 최근 급등했다. 전체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2007년 77%에서 꾸준히 감소, 2016년에는 67.8%까지 하락했지만 2017년 71.2%에 이어 2018년에는 72.8%로 반등했다.

2007~2018 물가지수 증감율(자료: 통계청)


사교육 참여율 다시 상승세…지난해 72.8%

반대로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도입한 EBS강의 이용률은 하락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최근 내놓은 ‘2007~2017년 EBS 수능강의 활용 현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일 평균 이용자 수는 51만4493명으로 전년 대비 11만3670명(18.1%) 감소했다. 이는 2010년 56만8064명 이후 가장 적은 이용자 수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목표로 EBS 강의와 수능 출제 문제와의 연계율 70%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덕분에 EBS 수능 강의 1일 평균 이용자 수는 2013년 63만2210명에서 2015년 72만1430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6년~2017년에는 18.1%나 급감한 것. 이 기간 고등학교 학생 수는 175만 명에서 166만으로 5% 감소에 그쳤다.

대입전문가들은 이를 수능 영향력 감소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EBS 이용자 수가 감소한 것은 대입전형에서 수시 비중이 상승하고 수능 영향력이 축소된 것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8학년도 대입에서 26%를 차지했던 수능위주의 정시전형은 2019학년도에는 23.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입 수능 영향력 축소되며 EBS강의 외면

1인당 사교육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 시작한 2015년과 수시모집·학종이 대입의 대세가 된 시점이 겹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07년 이래 계속 증가하다가 2012년 23만6000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3년(23만9000원) 들어 반등했다. 2015년에는 전년대비 2000원 오른 24만4000원으로 통계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후 4년 연속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대입 수시모집 비율은 2015년 64.2%에서 올해 76.2%까지 상승했다. 수시 비중이 커지면서 내신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졌고 학생들을 내신 학원으로 내몰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에서 수능위주의 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추이(자료: 통계청)


또 다른 사교육 대체재인 방과후학교 참여율도 5년 연속 하락했다. 정부의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51%로 집계됐다. 2013년 60.2%에서 2015년 57.2%, 2017년 54.6%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간 것. 여기에는 사교육에 비해 미진한 교육프로그램과 방과후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교육 수요를 흡수해야 할 EBS강의와 방과후학교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사교육 참여율은 상승했다. 여기에 수시모집과 내신의 영향력은 확대됐으며 사교육 의존도는 높아졌다.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은 이런 연쇄작용이 빚어낸 결과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최근 학원비도 뛰고 사교육참여율도 반등해 사교육비가 더 증가했다”며 “학원비 물가가 올라도 학부모는 사교육비를 좀처럼 줄이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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