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불의의 일격 당했지만…수뇌부 공모는 여전히 인정 안돼

法, '양승태가 주범' 검찰수사 수용…물증·진술이 결정적
梁, 책임 떠넘기기·증거부정 등 방어전략 부실 지적
박병대 영장기각으로 공모 통한 조직적 범죄 인정 못 받아
내달 일괄기소 방침…檢, 직권남용 인정으로 재판서 유리
  • 등록 2019-01-24 오후 3:39:28

    수정 2019-01-24 오후 3:39:28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사진은 양 전 원장이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밖으로 나선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법원이 예상을 깨고 24일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의 주장대로 그가 사법농단 행위를 직접 주도한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 전 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증거 부정과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다음달 양 전 원장과 함께 사법농단 연루자들을 일제히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물증으로 혐의소명 성공…공모관계는 인정 못 받아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본격화한 수사를 통해 양 전 원장이 재판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등 혐의에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및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함께 공모관계를 이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박·고 전 대법관에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부 위계조직을 바탕으로 각종 사법농단 행위가 벌어졌다는 검찰의 핵심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이에 양 전 원장이 사법농단 행위를 단순히 지시 및 보고받은 게 아니라 직접 진두지휘한 점에 초점을 맞추기로 궤도를 수정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양 전 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개입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및 검찰 내부정보 유출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에 직접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양 전 원장이 △강제징용 소송 피고인(전범기업) 측 대리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만나 소송을 논의한 문건 △개별 판사들에 대해 ‘V’표시로 직접 불이익 조치를 한 법관 인사조치 문건 △지시사항이 빼곡히 적힌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업무수첩 등을 물증으로 제시했다. 강제징용 소송 결과를 뒤집으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김용덕(62) 전 대법관 등 전·현직 판사들의 진술 자료도 있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 소명 △사안 중대 △현재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춘 증거인멸 우려 등을 영장발부 사유로 들었다. 물증과 진술을 통해 ‘양승태가 사법농단 주범’이라고 주장한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양 전 원장 측에선 검찰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증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양 전 원장 태도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 전 원장은 지난 11~15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알아서 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신문조서 검토에는 대면조사 시간보다 긴 36시간을 사용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전날 영장심사에서 `대법원장 지시를 받았다`는 후배 법관들의 진술에 대해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그는 또 김앤장 변호사가 강제징용 소송 관련 사실을 왜곡하고 이규진 전 위원 수첩의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는 등 증거 신빙성을 부인하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증거싸움에서 이긴 상황에서 양 전 원장이 사법농단 사태에 무책임한 자세를 보인 게 구속영장 발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이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할 것으로 막연히 믿고 방어전략을 부실하게 짠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은 이번에도 구속을 면했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해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양승태-박병대-임종헌’ 공모관계 성립을 인정하지 않은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법원은 박 전 대법관이 고교 후배 사업가의 탈세혐의 재판 정보를 수차례 무단 열람했다는 새로운 혐의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한편에선 영장전담부서에서 양 전 원장 영장 발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박 전 대법관은 구속하지 않는 정무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檢, 내달 일괄기소 계획…규모는 최소화

검찰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법원에서 양 전 원장 영장을 받아낸 만큼 현 정권의 사법부 장악을 위한 무리한 수사라는 일부의 비판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특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이 사건의 핵심 혐의 성립을 인정받아 향후 정식재판에서도 유리한 면에 서게 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양 전 원장 구속에 대해 “수사팀 책임자로서 현 상황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최대 20일의 구속기간 중에 양 전 원장에 대한 보강조사를 벌인 뒤 다음달 12일 안으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이르면 25일부터 양 전 원장 소환조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양 전 원장은 임종헌 전 차장처럼 검찰 추가조사에선 진술을 거부하고 정식재판에서 혐의를 다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함께 다음달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고위인사들도 일괄 기소할 방침이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기소가 확실한 가운데 전직 대법관 중 몇 명이 재판에 넘겨질 지 관심사다. 사법농단 실무를 수행한 법원행정처 소속 전직 고위 법관들도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양 전 원장 등 사법농단을 주도한 수뇌부 처벌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으로 전체 기소규모는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24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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