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숙명여고 또 없나…"내신 못믿겠다" 학부모 불신 확산

학부모 "숙명여고 사례 어디든 있을 것" 신뢰 못해
학생부 기록=대입 직결…학종 전형 문제제기도
상피제, 사립학교엔 소용없어…발등의 불 못 꺼
  • 등록 2018-12-17 오후 5:27:47

    수정 2018-12-17 오후 7:11:54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초·중·고 감사 결과를 17일부터 순차적으로 실명 공개한다. 감사 결과 정기고사 평가문항 출제 부적정이나 출제오류·학업성적관리지침 이행 소홀·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오류 등 학생 성적과 관련된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숙명여고 같은 시험지 유출 사태가 언제든 또 나올 수 있다며 학교와 교육당국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숙명여고 정기고사 시험문제·정답 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학생 성적 관련 비리 백태…학생부 정정 마음대로, 관리 소홀

이날 각 시도교육청 홈페이지에 그동안 올린 감사 결과를 학교명과 이행결과를 포함해 올렸다. 고교 감사 결과에는 정기고사 평가 출제 오류나 시험성적 관리 운영 소홀, 절차를 지키지 않은 학생부 오류 정정 등이 사소하지만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학교운영이 자유로운 사립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적을 더 많이 받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학교에서 교육청 감사로 인해 경징계를 받은 건이 88건, 경징계는 188건이었다. 사립학교 징계건수만 비교해도 공립보다 두배 많은 것이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올해 감사결과를 보면 숙명여고는 시험지 유출 외에도 학교 수상경력 기재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매년 교육부는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요령을 발행한다. 학교에선 교내상 운영과 학생부 기재 요령을 지켜야 한다. 특히 수상경력은 대학 입시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숙명여고는 교내상을 남발해 교육청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학기에 같은 교과 시험 결과에 대해 교과 우수상 외 중복 수상을 지양해야 함에도 학업성적최우수상과 과목성적우수상을 만들어 시상 내역을 학생부에 모두 기록했다.

건대부고 역시 학생부를 부당하게 정정해 교육청 감사에서 기관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15·2016학년도 봉사활동 영역에서 70건 △2015학년도 출결 사항에서 46건 △2013학년도·2016학년도 창의적체험활동에서 128건 총 244건의 학생부 정정 사항이 발생했다.

일부 학생의 진로 지도 사항을 정정하면서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도 않고, 증빙자료도 비치하지 않았다. 특히 2012학년도에 한 학생의 학생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기재가 누락돼 2년 뒤에야 정정되는 등 학생부 관리를 소홀히 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신일고에서는 2015학년도부터 2017학년도까지 정기고사를 실시하면서 시험문제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이 지적됐다. 출제와 표기오류·모두정답·복수정답 등이 △2015년 50건 △2016년 39건 △2017년 23건 △2018년 6월 현재 14건으로 무려 126건 발생했다. 정답을 정정하면서도 2015·2016년에는 교과협의회 및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감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립학교 징계 건수가 공립학교의 두 배에 달했고, 고발·수사의뢰 건수 역시 사립학교가 공립학교보다 3배 이상 많았다.(자료=교육부)
◇학부모 “실명 공개한다고 학생부 공정해지나” 지적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특히 대학 입시와 학생부 기록이 직결되는 만큼 학교 내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제2의 숙명여고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숙명여고 1학년 재학생을 둔 학부모 윤세은(가명, 46)씨는 “교사 자녀와 교사를 한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하는 상피제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사립학교는 소용도 없고, 감사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다고 하는데 학교 이름을 공개한다고 해서 부정비리가 없어지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도 숙명여고와 같은 사례는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어디든 있을 것”이라며 “학생부 기록이 대학 입시에 영향을 주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때문에 부모들은 학교에 제대로 의견도 내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서울 자사고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이은경(가명, 45)씨는 “학종 시대에 학부모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 자녀가 교내 상을 더 받는다는 의심까지 나온다”며 “사립학교에 대해 학부모가 감시할 권한도 적고 교육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 불신마저 커지는 셈이다.

학부모들은 숙명여고와 같이 교사가 시험지를 유출한 사건을 없더라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의심한다. 교육부에서 대책을 내놓더라도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없어 학교와 정부 모두 못 믿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강남구 일반고1 학생을 둔 김미현(가명, 43)씨는 “소논문 금지나 학생부 기재 개선 사항 등은 이미 나온 얘기다. 교육부는 학부모 관심에서 멀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매번 말 뿐인 대책으로 바뀐 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별 시험이 다 다르게 나오고 성적이나 시험 출제도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데, 아무리 관리를 철저히 해도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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