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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끝나고 공은 이제 법원의 손으로 넘어갔다. 검찰이 사법 농단 의혹에 연루된 고위 법관을 상대로 청구한 4차례 구속 영장 가운데 발부된 것은 임종헌(60·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유일하다. 구속 영장 발부·기각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상당한 후푹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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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전 원장은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25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까마득한 후배 법관에게 영장심사를 받게 된 심경이나 어떤 부분을 다툴 것인지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지난 11일 검찰청사에 처음 출두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포토라인을 지나쳤다.
오전 10시30분부터 명재권(52·27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영장심사는 점심 휴정 시간 약 30분을 포함해 오후 4시쯤 끝났다. 양 전 원장은 영장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도 ‘충분히 소명했냐’ 등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준비해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양 전 원장이 직접 주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개입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및 검찰 내부정보 유출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에 직접 관여한 혐의를 소명하기 위한 물증과 관련 진술 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지시 보고받는 것을 넘어 직접 주도하고 행동한 것이 진술과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며 “사법부 신뢰를 훼손하는 반헌법적 행위를 저질러 혐의가 무거운 데다 핵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은 이제 법원으로…결과 23일 밤이나 24일 새벽
양 전 원장 측은 재판 개입은 대법원장의 직무권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직권남용’ 혐의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의 경우 대법원장으로서 정당한 인사권 범위에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양 전 원장이 직접 검찰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40여개 혐의를 적용한 양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는 260쪽이 넘는다. 직접 심문 이후 자료 검토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영장심사 결과는 이날 자정을 넘겨 24일 새벽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결정권을 쥔 법원은 고심에 빠졌다.
양 전 원장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역사적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