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0일 저녁 국회 본청 앞 계단에 설치된 천막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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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겨레 기자]자유한국당에 몰아치던 김세연 발(發) 쇄신 폭풍이 잦아들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ISOMIA·지소미아) 연장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포기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하면서다.
황 대표의 단식 선언 전까지만해도 한국당 안팎에서는 쇄신 요구가 들끓었다. 유민봉·김성찬·김세연 의원이 연달아 불출마를 선언하고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직을 던졌다. 김 의원의 자기희생에도 혁신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바로 황 대표의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황 대표의 단식으로 이같은 논의는 일단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당을 향한 쇄신 요구에 대해 “이 추운 날씨에 대표가 죽기살기로 단식까지 하는데 당을 흔들어야겠나”고 반문했다. 쇄신을 요구하던 의원조차도 “목숨 걸고 단식한다는 사람에게 뭐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에 앞장서야 할 황 대표가 단식을 하자 혁신은 뒤로 밀린 것이다.
최근 리더십 위기라는 비판이 일 때마다 황 대표는 측면 돌파를 시도했다. 김세연 의원이 지난 17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불출마를 요구하자 다음날인 18일 황 대표는 공개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1대 1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청와대는 공식 제안이 없었다며 이를 거절했다. 정치권에선 다소 뜬금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6일 보수대통합기구 제안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 황 대표가 직접 영입에 공을 들인 박찬주 전 육군 대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김태흠 의원이 중진 용퇴론을 주장하던 때였다. 황 대표가 ‘깜짝’ 기자회견을 통해 보수대통합기구를 제안하자 정치권의 관심은 통합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통합 대상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변혁)’은 즉각 통합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보수 통합은 진척이 없다.
결국 황 대표가 당내 현안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설익은 의제를 꺼내 놓으니 이도저도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 대표의 다음 카드는 측면 돌파용이 아닌 정면 돌파 카드여야 한다. 모든 보수 진영의 시선과 기대가 황 대표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