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수군 명단 적힌 '군적부' 발견돼

태안 신진도 고가에서 주민신고로 확인
이름·주소·출생연도·나이 등 상세히 적혀있어
"충청 수군 군적부 알려진 것 거의 없어"
  • 등록 2020-06-04 오후 6:41:22

    수정 2020-06-04 오후 6:41:22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조선 후기 수군의 명단이 상세히 적힌 군적부가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 고가(오래된 집)에서 주민의 신고로 군적부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군적부는 군역의 의무가 있는 장정 명단과 특징을 기록한 공문서다. 이번에 발견된 수군 군적부는 집의 벽지로 사용돼 있었다.

이 수군 군적부는 조선 후기인 19세기에 작성됐다. 안흥진 소속 60여 명의 군역 의무자를 전투 군인인 수군과 보조적 역할을 하는 보인으로 나눠 이름, 주소, 출생연도, 나이, 신장을 부친의 이름과 함께 적어뒀다. 수군의 출신지는 모두 당진현(唐津縣)으로, 당시의 당진 현감 직인과 수결(자신의 성명·직함 아래 도장 대신 자필로 글자를 쓰던 것)이 확인됐다.

세부 내용을 보면 수군 1명에 보인 1명으로 편성된 체제로 16세기 이후 수군편성 체계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청 측은 “국가에서 관리하던 문서가 수군 주둔지역의 민가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적부의 용도는 작성 형식이나 시기로 봤을 때 수군의 징발보다는 18~19세기 군역 부과 방식인 군포(軍布)를 거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군포는 군복무를 직접하지 않는 병역 의무자가 그 대가로 납부하던 삼베나 무명을 뜻한다.

안흥량(태안 앞바다 일대)에 주둔했던 수군은 고려 후기부터 조선 시대까지 이어졌던 왜구의 침입을 막고, 유사시에는 한양을 지원하기 위한 후원군 역할을 했다. 특히 이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물살이 빠르고 항해가 어려운 바다인 안흥량 일대를 통행하는 조운선의 사고 방지와 통제를 하는 것이었다.

군적부가 발견된 고가의 상량문(새로 짓거나 고친 집의 내력, 공역 일시 등을 적어둔 문서)에는 ‘도광(道光) 23년’이라는 명문이 적혀 있다. 도광은 청나라 도광제 선종의 연호로 도광 23년은 1843년을 뜻해 그 당시 집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한시 3편도 함께 발견됐다. 시는 당시 조선 수군이거나 학식을 갖춘 당대인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수군진촌의 풍경과 일상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충청 수군 군적부는 현재까지 서산 평신진(平薪鎭) 군적부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어 이번 자료는 희귀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 수군이 주둔했던 현지에서 이름, 나이, 주소, 출생연도 등이 상세히 기재된 문서라서 앞으로 조선 시대 수군연구에 중요한 자료”라 덧붙였다.

군적부는 5일 오후 1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 학술세미나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충남 태안 안흥진성 인근 신진도 고가에서 발견된 군적부 서지(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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