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職까지 걸어야할` 미세먼지 대책…궁지 몰린 환경당국

미세먼지 `미흡`…“국민 체감할 정책 부족” 인정
수도권 日평균 4.7%↓…전국화·민간참여땐 1.5~2배 기대
中과 협상 테이블 앉았으나…적극 협조까진 시간 필요
  • 등록 2019-01-23 오후 6:19:50

    수정 2019-01-23 오후 6:19:50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국무회의 전에 대통령과 말씀을 나눴다.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을 내놔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정부 업무 평가에서 `미흡`을 받아 우울한 날이다. 언론에선 미흡 평가를 받으면 개각 대상이라고 한다. 취임한 지 두 달밖에 안됐는데 안절부절 하는 하루를 보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22일 세종시 장군면에서 열린 출입기자 정책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미세먼지 저감에 대기환경국장께서 직(職)을 걸어달라”며 비장한 각오를 주문하기도 했다. 또 “엉뚱한 방법이라도 정치가 아닌 과학이 담보되는 방법을 찾자”고 간부회의에서 지시했다면서 “최악의 미세먼지와 평가 미흡 상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장 분위기는 미세먼지 해결에 명운을 건 조 장관의 절실함이 묻어났다.

중국 협조 필수적인데…버티는 中 vs 설득하는 韓

마침 23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23차 한·중 환경협력 공동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할 말 다 하겠다”며 저(低)자세 외교를 버리고 중국의 책임 인정 부분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전략이지만 협상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공동위에 앞선 제3차 한·중 환경협력 국장회의 및 제1차 한·중 환경협력센터 운영위원회에서는 한·중 양자간 미세먼지 책임 공방보다는 중국의 공격에 대해 우리 측이 중국을 달래며 협조를 구하는 설득 작업이었다는 전언이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대대적인 대기오염 감소 조치를 내놓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오염물질을 40% 이상 줄었다는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징진지(베이징-톈진-허베이성) 등 중국에서 오염이 심한 3개 지역에서 지난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전년보다 10% 넘게 내려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도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 성과를 들어 중국측에 맞서고 있다. 조 장관은 “수도권에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하루 평균 4.7% 저감 효과를 본 것으로 나와 있는데 전국화하고 민간도 참여하면 고농도시 수도권 효과의 1.5배에서 2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다음달 15일부터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낸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등 비상저감조치를 확대하고 고농도 시기(10월 중순~4월 말) 집중관리로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며 “인공강우 등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미세먼지 정책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상상력 발휘한’ 인공강우 미세먼지 해결할까

문 대통령의 강한 정책 드라이브에 환경부는 기상청과 함께 올 들어 첫 인공강우 실험을 오는 25일 서해상에서 실시한다. 인공강우 실험장소가 서해상인 배경엔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겠다는 복안이 작용했다. 지금처럼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생활환경안전에 관한 눈높이가 높아진 국민들의 불만을 감안하면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중국 유입 미세먼지를 막을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하지만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저감에 실질적인 성과를 낼지 미지수다.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할 국립기상과학원조차 “인공강우를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한 분석은 연구 수준에 한계가 있어 이뤄지지 않았다”며 “중국과 태국에서도 인공강우를 통해 미세먼지 저감을 시도한 바 있으나 공식적인 성공 사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고 시인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공강우 실험·검증에 대한 기술력을 축적하는 기초연구 단계로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비교할 때 기술 수준은 73.8%, 기술격차는 6.8년 가량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 인공강우 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를 추진하겠다”며 “올해 계획된 총 15차례의 인공강우 실험을 국립환경과학원과 협업해 수자원 확보 대책 및 미세먼지 저감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다음 주부터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 영상회의를 갖고 저감조치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다. 특별회계나 지원법 제정 등 전(全)방위적 정책수단을 모두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미세먼지 해결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조 장관은 “올해 환경정책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거창한 이론과 추상적 목표보다는 정책 수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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