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은 왜 '한정'을 받았나…쟁점은 충당금

충당금 인식, 에어부산 연결 편입 등서 감사인과 이견
유동성 위기 타결 위해 부채 감축 시급…협의 무산돼
계속기업 불확실성에도 의문 제기…향후 재감사 예정
  • 등록 2019-03-22 오후 5:57:47

    수정 2019-03-22 오후 5:57:47

아시아나 항공기.(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국내 2위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충당부채와 공정가치 등을 어떻게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했는지 여부가 관건으로 지목됐다. 부채비율 상승 등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한 회사와 회계 불확실성을 털어내려는 외부감사인과의 이견 때문이라는 게 회계업계의 시각이다. 한정 의견 자체 외에도 불안정한 영업환경에서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도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이다.

◇ 충당금 추가 설정 등 두고 의견 상충 발생해

아시아나항공은 22일 오전 발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이라는 감사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범위제한에 따른 한정은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감사할 때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제한된 감사의견을 낼 때 주는 표현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주로 충당금 추가 설정의 문제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회사는 설명자료를 통해 운용리스항공기 반납정비 충당금, 마일리지 충당금 추가반영, 관계사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등에서 엄격한 회계기준을 반영한 결과로, 회계 처리의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회계학계 관계자는 “감사의견 한정이란 일부 항목에 대해 외부감사인이 의견을 정하지 못한 것”이라며 “충당금 설정을 두고 회사와 외부감사인간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삼일이 연결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힌 한정 의견의 근거를 보면 우선 운용리스항공기 정비의무 관련 충당부채와 마일리지 이연수익 인식·측정이 꼽혔다.

운용리스는 말 그대로 항공사가 항공기를 빌려서 운행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초기 투자금이 크지 않고 현재 회계기준상 운용리스 규모가 자산이나 부채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매입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리스 항공기의 수선, 정비 등을 위한 금액은 충당부채로 인식하고 있다. 마일리지는 고객들이 사용할 때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재무제표에 부채로 인식한다. 이연수익이란 마일리지의 공정가치와 회수율을 감안해 산정한다. 외부감사인의 한정 근거를 감안할 때 정비와 마일리지와 관련한 부채 인식에서 이견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계기업주식 취득 공정가치 평가도 지적사항이다. 현재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회사가 투자하는 지분상품(비상장주식 포함)은 공정가치로 평가해 재무제표에 반영토록 했다. 이에 대한 의견 상충이 있던 걸로 풀이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취득한 관계기업주식은 기내식 제공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가 있다. 하이난항공과의 합작회사인데 아시아나항공은 지분 40% 가량 취득을 위해 약 315억원 투자한 것으로 기재됐다.

에어부산 연결대상 포함 여부도 한정 의견 근거로 제시됐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관계회사로 분류된 에어부산의 연결 대상으로 포함할지 여부가 관건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큰 이익을 올리고 있는 에어부산을 연결회사로 포함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감사인측은 연결회사로 인식할 수 있는 지배력에 의문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新외감법 환경서 외부감사 강화 영향

대기업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감사의견 비적정이 나온 것은 신(新) 외부감사법 개정으로 외부감사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주기적지정제가 도입되면서 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이 커지면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감사인측이 더 큰 충당금 규모를 반영하라고 요구하면서 이견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충당금의 경우 감사인이 요구한 추가 인식 수준이 900억~1000억원대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그동안 매년 인식해오던 충당금의 수준보다 과도하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감사보고서를 볼 때 회사와 충분히 협의할 수 있었음에도 ‘한정’ 의견이 나온 것에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충당금을 인식하더라도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는 것보다는 리스크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충당금이나 유무형자산 공정가치 손실 등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는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감사의견 비적정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의 절박함을 방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 한때 부채비율이 700%를 넘기면서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유동성 우려가 번졌다. 추가로 부채비율이 높아지거나 현금창출력이 낮아져 신용등급이 현재(BBB-)보다 한단계 낮아질 경우 1조원대의 부채 조기 상환 우려가 발생한다. 이에 지난해 4월에는 채권단측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부채비율 축소가 시급한 상황에서 추가로 부채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끝내 감사인과 회사간 협의가 무산된 것이다.

◇ 향후 ‘적정’ 받아도 회계 신인도 저하 불가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는 계속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도 번졌다.

삼일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항공운송업은 대외 변수로 수익성이 민감하게 변화하고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조8500억원 가량 초과했다고 지목했다.

현재 연결 재무제표는 자산과 부채가 정상 사업활동 과정으로 장부가액으로 회수되거나 상환될 수 있다는 가정에 회계처리됐지만 향후 재무상태가 경영성과가 크게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상태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가·환율 변동과 저비용항공사(LCC)의 진출 확대 등으로 업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회사가 채권단과 약속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이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간접적으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번 감사의견은 한정을 받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재감사를 통해 해당 사유를 해소함으로써 ‘적정’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결국 기업의 회계 신인도에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한 회계학과 교수는 “정비충당부채나 마일리지 같은 항목들은 매년 해당 업체들의 회계 처리에 있어 이슈가 발생하는 항목들”이라며 “의견 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음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것은 결국 기업의 회계처리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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