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비상장주식의 회계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투자한 금액보다 공정가치가 낮아 재무제표상 손실을 봤거나 평가를 위해 비용을 지불했던 기업들의 부담이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적용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금융상품기준서(K-IFRS 1109호)에 따르면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모든 지분상품은 공정가치 평가를 원칙으로 했다. 기업이 투자한 지분을 재무제표에 적을 때 취득금액이 아닌 현재 가치를 반영토록 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부풀리거나 축소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것인데 일선 현장에서 회계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쉽게 가치를 추정할 수 있는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사 투자 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실제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약 26억원을 투자한 에이치엔에스하이텍 등 11개 기업의 취득 원가는 113억원 가량이지만 공정가치로는 이보다 적은 95억원에 그쳤다. 장기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지만 당장 재무제표상 손해로 표시된 것이다.
일괄적인 공정가치 평가에 따른 금액 부담도 문제다. 한 VC 관계자는 “공정가치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은 대형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에 가치 평가를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업 한 곳당 수수료가 500만~1000만원 가량 드는데 투자기업이 많다 보니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예외 사항에 해당한다면 지분상품 가치를 원가로 평가해도 인정한다는 내용의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감독지침에 따르면 피투자회사의 경영 성과나 영업에 중요한 변동이 없는 경우 공정가치 평가에서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투자 지분을 무조건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면서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기업들의 회계처리 우려는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VC들의 기업 부담이 바로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VC 관계자는 “스타트업 특성상 어느 한 시점에 실적이 급성장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감독지침에 따라 원가를 적용했다가 공정가치를 적용해 밸류에이션이 크게 상승할 경우 회계심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