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수사·기소분리된 공수처는 종이호랑이일까?

檢기소독점 깨야 vs 공수처 폭주, 누가 막나
천정배 "檢개혁핵심도 권한분할…권한 집중 막아야"
찬성도 반대도 모두 "김학의 사건 보라"
"공수처에 검찰 관련 사건만 기소권 부여할 수도"
  • 등록 2019-03-25 오후 6:47:59

    수정 2019-03-26 오전 10:17:00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공수처 권한 분할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권한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 된다면 당초 설립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종이호랑이’로 전락한다고 주장하나, 바른미래당에서는 권력에 편향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출 수 있다고 반박한다.

檢 기소독점 깨야 vs 공수처 폭주하면 누가 막나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기소권 분리 문제가 수면위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것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선거개혁안에 합의하면서부터다. 민주당이 선거개혁안과 함께 공수처, 검찰경찰수사권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력히 요구하는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이 정부안(송기헌 민주당 의원 발의)과 달리 공수처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주장하고 나온 것이다.

공수처의 목적은 대통령을 필두로 한 고위공직자 및 가족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청와대와 정부의 관리 아래 놓여 있는 검찰이 중립적인 수사와 기소를 하기 어려운 대상에 한해 공수처가 검찰을 대신하라는 취지다. 판사와 검사도 수사대상에 포함된다. 검찰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 수사를 아무리 잘해놔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 즉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할할 경우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공수처의 취지 자체가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견제하려고 한 것인데 두 권한을 분리할 경우 애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수사권만 가진 공수처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공수처의 견제는 검찰이 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판결로 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반면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할을 찬성하는 이들은 ‘공수처가 폭주하면 누가 막을 수 있나’라고 반문한다. 정부안에 따르면 국회가 공수처장 추천권만 있고 더 중요한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부여한 상황에서 공수처가 편향된 수사와 기소를 할 경우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한)민주당의 공수처안은 결국 ‘제2의 검찰’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청와대가 통제하는 제2의 검찰 밖에는 안된다”며 “두 권한을 분리해 서로 견제하자는 바른미래당 주장은 민주당안 보다 진일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수처가 기소권이 없으면 ‘검찰 2중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권력기관의 특성상 권한이 있으면 확대하려고 하지 협력해 2중대가 될 가능성은 없다. 경쟁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장관을 지낸 법조인 출신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역시 바른미래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수처법의 경우 바른미래당의 요구에도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있듯이, 공수처라 할지라도 기소권까지 갖는 것은 지나친 권한 집중으로 부작용의 소지가 있다”고 썼다. 또 공수처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염정공서(홍콩)와 탐오조사국(싱가포르) 역시 수사권(조사권)만 가지고 있다는 점도 부연했다.

성폭력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3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긴급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사진 = MBC 방송화면 캡쳐)
◇찬성도 반대도 모두 “김학의 사건 보라”


공수처의 권한 분산에 찬성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도 한 목소리로 예로 든 것은 ‘별장성접대 사건’으로 다시 수사선상에 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2013·2014년 두 차례 수사에서 모두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6년여만에 다시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서기호 변호사는 “김학의 사건을 보면 검찰은 그렇게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건을 뭉갰고 여기까지 왔다”며 “검찰은 언론과 여론의 반짝 압박을 무서워하는 곳이 아니다. 능수능란하게 다른 사건으로 덮고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의 기소권을 검찰이 가져가면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건 내용과 주요증거 등이 언론을 통해 충분히 알려지게 될 가능성이 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일방적으로 불기소 처분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박도 있다. 검찰이 막으려 발버둥쳤으나 결국은 다시 회자되는 김학의 사건을 볼 때 더욱 그렇다는 주장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도 김학의 건을 보면서 공개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거론된다는 사실을 더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며 “여론이 집중된 사건을 졸속으로 처리하면 역풍이 고스란히 자기들에게 오는 것을 검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수사와 기소권을 분리하되 특정대상 범죄에 대해서만 두 권한을 동시에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검사 등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은 대상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분리해 검찰과 공수처가 서로 견제하게 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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