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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조치에도 시장의 불안 심리는 누그러들지 않았다. 중국의 보복 관세 등 한층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고스란히 이날 증시에 반영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시장을 감쌌다. 장 출발과 함께 코스피가 2060선까지 밀리고, 코스닥이 700선에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일 때만 해도 이날 증시 폭락은 기정사실화 하는 듯 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검은 10월’의 악몽을 떠올렸다.
악재 불구 증시 예상외 선방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코스닥이 조금씩 낙폭을 줄이더니, 오전 10시25분쯤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20여 분 뒤에는 코스피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0.14%(2.83포인트) 오른 2081.84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700선에서 이탈했던 코스닥 지수도 결국 전 거래일보다 0.19%(1.36포인트) 상승한 710.16에 장을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G20이 열리는 오는 6월말까지는 이 같은 ‘변동성 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특히 원ㆍ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부담이다. 다만,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등을 감안하면 ‘검은 10월’ 때처럼 2000선이 뚫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국내 증시 수급은 현물·선물 마찬가지로 이머징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 글로벌 경기 교역환경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면서 “중심 축인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불안 심리를 되돌릴만한 펀더멘털 지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우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분간 과도기적으로 일진일퇴 공방전이 불가피하다”면서 “6월까지는 뉴스에 따라 휘둘리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면서 “다만 지난해와 달리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없다는 점에서 1차 저점은 2050선, 2차 저점은 2000선이 될 것이며, 이를 하회하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1차 저점은 2050선…2000선은 안 뚫릴 것”
다만 외국인이 최근 매도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점은 불안감을 낳는다. 환율이 1180원대까지 오른데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신흥국 지수에서의 중국 A주 편입비중 확대까지 맞물리면서 외국인의 수급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사장에서 외국인은 2852억원 어치를 내다 팔며 4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9500억원대에 달한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 주식 968억원 어치를 팔아치웠고 △현대차(005380) 132억원 △삼성SDI(006400) 120억원 △포스코(005490) 108억원 △삼성전자우(005935)선주 87억원 등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외국인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며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해 연초부터 현재까지 외국인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준에 근접했는데, 외국인이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