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석을 가열해 온도를 매우 높이면 자성을 잃고 보통의 쇠붙이처럼 변한다. 이런 ‘자성 상전이’ 현상을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세 가지 모델을 만들었다. 그 중 XY모델은 가장 독특한 특성을 가져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XY모델은 원자의 스핀이 2차원 평면 위에서 시계 바늘처럼 360도의 방향성을 가진다는 모델이다.
지난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은 XY모델을 따르는 2차원 물질의 자성 상전이 현상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세 명의 과학자에게 수여됐다. 하지만 1970년대 처음 제시된 이 이론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사례는 드물다. 단원자 두께의 얇은 자성 물질을 구현하는 것이 힘들고 이런 얇은 물질이 갖는 미세한 자성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장치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를 가진 얇은 시료의 자성을 관찰하기 위해 연구팀은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copy)을 활용했다. 이를 활용해 원자층의 개수에 따른 자성 변화를 관찰한 결과 수 원자층 두께의 시료에서 관찰되던 자기 상전이가 단일 원자층 시료에서는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덩어리(bulk) 형태의 삼황화린니켈은 155K(-118.15℃) 이상의 온도에선 반강자성 정렬이 풀리는 자성 상전이 현상이 나타났다. 단 2개 층으로 이뤄진 시료 역시 유사했다. 이와 달리 단일층 시료는 실험에서 측정한 가장 낮은 온도인 25K(-248.15℃)에서도 자성 상전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6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요 내용인 XY모델을 따르는 물질을 2차원 소재로 제작했을 때 자성상전이를 가질 수 없다는 KT이론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월 21일 오후 7시(한국 시각)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