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산 밀…파종기 왔는데 재고 1년치 쌓여

잉여 약 1만8000t…연평균 소비량 훌쩍 넘어
수입산보다 4배 비싼 가격에 소비 초진 한계
국산 밀 업계 "정부가 자급률 확대 책임져야"
  • 등록 2018-10-04 오후 4:43:17

    수정 2018-10-04 오후 4:43:17

우리밀 농장 모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산 밀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가을밀 파종기가 왔는데 창고에 쌓인 재고가 1년분 생산·소비량에 육박한다. 업계와 정부가 밀 소비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수입 밀보다 4배 남짓 비싼 가격을 극복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4일 사단법인 국산밀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소비처를 찾지 못한 밀 재고 규모는 약 1만8000톤에 달한다. 지난 1년 동안 생산한 밀이 고스란히 남아버린 셈이다. 국산 밀 연평균 소비량 1만3000톤도 훌쩍 뛰어넘는다. 2008년 이후 국산 밀 연도별 생산량은 1만~4만톤 전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지난해는 소비 감소에 맞춰 생산량을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었다.

이대로면 국산 밀 산업이 생산 기반부터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게 밀산업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산 밀은 농가가 재배한 밀을 (주)우리밀, 한국우리밀농협 등 수매사가 사들여 시중에 내놓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그런데 수매사의 재고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농가에 대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농가는 당장 가을밀 파종을 시작해야 하는데 수매사는 내년도 수매 계약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국산 밀 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밀을 시장 격리하거나 단체급식, 대북 원조 등을 통해 수매를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5년마다 내놓는 종합계획을 통해 밀 자급률을 2022년까지 9.9%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2016년 1.8%이던 자급률은 오히려 올해 0.8%까지 떨어졌다는 게 밀 업계의 추산이다. 밀 수입량은 연 200만t에 달한다. 업계는 이대로면 내년도 자급률은 0.4%로 2007년(0.3%)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도 국산 밀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뾰족한 수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 국산 밀은 수입 밀보다 3.7배 비싸다. 게다가 빵이나 국수 조리방식이 대부분 용도별로 개발한 수입 밀에 맞춰져 있다 보니 식품업계도 국산 밀 상품화에 애를 먹고 있다. 가격 격차는 어쩔 수 없는 만큼 고급화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국산 밀을 제품화하고 또 이를 찾는 소비자도 있지만 아직은 극소수다.

협회 관계자는 “국민 1인당 1년에 쌀은 62㎏, 밀은 32㎏를 먹는데 국산 자급률은 각각 104%, 1%로 현격히 벌어져 있다”며 “정부는 자급률 목표만 올릴 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밀 라면 제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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