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 4개 단위 재정의 20일부터 공식 시행…"거대한 변화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

기본단위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 기본상수 활용 불변의 단위로 재정의
"일상생활엔 변화 없어…극한 측정 분야에선 굉장히 큰 변화 가져올 것"
  • 등록 2019-05-16 오후 2:25:35

    수정 2019-05-16 오후 2:25:35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세계 측정의 날인 오는 20일 국제단위계(SI)의 7개 기본단위 중 질량, 온도, 전류, 물질량 네 가지 물리량에 대한 정의가 바뀐다. 일상생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극한 측정을 요하는 첨단·정밀 연구 및 관련 산업 등에서는 앞으로 미세 오차까지 원천 봉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제단위계(SI) 단위 재정의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SI 일러스트레이션. 그림=표준연.
16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 따르면 질량 단위 ‘킬로그램’(㎏), 온도 단위 ‘켈빈’(K), 전류 단위 ‘암페어’(A), 물질량 단위 ‘몰’(mol)의 개정된 정의가 20일 0시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16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는 기본단위인 킬로그램(kg), 암페어(A), 켈빈(K), 몰(mol)의 재정의를 의결했다.

4개 단위를 한꺼번에 재정의하는 것은 표준과학 역사상 처음이다. 이번 조치로 해당 단위는 전부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는 기본상수를 정의에 활용하게 된다. 이는 144년 전인 지난 1875년 5월 20일 도량형의 전 세계적인 통일을 처음으로 논의한 미터협약(Meter Convention) 이후 모든 기본단위가 불변의 속성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1킬로그램의 경우 1889년부터 백금(90%)과 이리듐(10%) 합금으로 만든 ‘국제 킬로그램 원기’의 질량을 정의로 고수해 왔다. 하지만 130년이 지난 현재 원기 질량 자체가 수십 ㎍(마이크로그램)가량 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공물의 한계를 인식하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의에는 플랑크 상수(h)라는 고정된 값과 물체 질량을 연결하는 키블 저울을 사용한다. 플랑크 상수는 광자(빛) 에너지를 광자 주파수로 나눈 수치로 중력 상수처럼 언제 어디서나 같은 값을 가진다. 키블 저울은 질량·중력·전기·시간·길이 등 수많은 측정 표준의 종합체로 측정 불확실성 정도가 1억분의 1 수준으로 구현돼야 한다.

질량과 마찬가지로 전류는 ‘기본 전하(e)’, 온도는 ‘볼츠만 상수(k)’, 물질량은 ‘아보가드로 상수(NA)’라는 기본상수를 기반으로 각각 단위를 정의하게 된다. 단위가 비로소 안정성과 보편성이 확보된 불변의 기준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가령 물질이 극미량만 차이 나도 성과가 바뀌는 나노바이오 분야나 전류를 미세 제어하는 첨단 반도체 연구·산업 분야에서 더욱 정확한 조절이 가능해져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16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본단위 재정의 특집 미디어 컨퍼런스’ 모습. 사진=한국과학기자협회.
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은 16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본단위 재정의 특집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이번 기본단위 재정의로 일상생활은 전혀 변화가 없다”며 “하지만 예를 들어 제약분야에서 소량의 스포이드로 미소질량을 측정하는 등의 극한 측정 분야에서 굉장히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질량의 경우 그동안 1㎍에 대한 것은 표준이라는 것조차 없었으나 앞으로 플랑크 상수를 이용하면 나노 세계에서의 굉장히 작은 질량도 지금보다 100배 이상 정확히 구현할 수 있다”며 “이를 적용하면 정확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편하고 싸게 공급할 수 있거나 훨씬 고품질의 빅데이터 세상을 열어갈 수 있게 되는 것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단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이번 기본단위 재정의를 두고 표준 과학자들은 ‘거대한 변화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a huge change, but no change)’라고 표현한다”며 “그 만큼 미래 과학기술과 산업을 한 단계 앞당기는 중요한 변화지만 일상생활에서 알아차릴 정도의 변화는 없으므로 혼란 또한 없을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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