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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송이라 기자]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더 높은 수익이 나온다는 건 이미 입증됐습니다. 특히 국민연금기금이 이런 기업에 투자한다면 초과 수익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투명성 제고, 출산율 상승 등으로 사회적 편익이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 전도사`로 잘 알려진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우리 기업들이 더 많은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그런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존 리 대표는 지난해 11월 국내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여성친화적인 기업들 가운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한 기업을 발굴해 집중 투자하는 `메리츠더우먼펀드`를 출시했다. 펀드 운용도 직접 맡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
“여성친화적 기업이 경영실적 더 좋아…韓기업에 더 큰 성과 기대”
존 리 대표는 “국민의 절반, 소비자의 절반이 여성인데 기업들의 의사결정권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며 “여성 인력 활용도가 높아지면 이런 여성들의 니즈를 잘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내부문화나 의사결정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고 이 덕에 회사가 유연해지고 변화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것인 만큼 기업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한국 기업들이 미국 등 서구국가에 비해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 등 국가에서는 과거에 비해 젠더(gender) 이슈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성친화기업들이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반면 우리 기업들의 경우 여성 임원을 늘리고 인력을 적극 기용할 경우 회사가 완전히 다른 색채를 띌 수 있다”고 점쳤다.
“기업 넘어 사회편익도 높아져…큰그림 보고 국민연금 활용해야”
그러나 존 리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성친화적 기업이 늘어날 경우 사회 전체의 편익까지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상대적으로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줄어 투명성이나 지배구조가 나아질 수 있고 특히 투자를 통해 여성 인력 활용도를 높인다면 우리 사회를 바꿈으로써 수많은 불필요한 비용까지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기업체 취업이 쉬워지면 출산율이 높아져 막대한 저출산 정책지원자금이 줄 수 있고 경쟁적인 사교육 열기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결국 이는 기업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국민연금기금이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투자를 진행할 때 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 등을 잣대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여성가족부 방침에 대해서도 “(그렇게 투자한다면) 국민연금이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이를 단순히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이나 운용의 자율성 측면에서만 얘기하는 것은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이 여성 인력 활용도 제고를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고 후생연금(GPIF) 최고책임투자자(CIO)까지 나서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이같은 사회적 편익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인력 확대와 임원할당제 등에 대해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교육시스템의 후진성과 노후화에 있다고 보고 있다. 존 리 대표는 “아직도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가 남성의 일자리를 뺏는 것으로만 인식되는 건 교육의 실패에서 오는 편견”이라며 여성이 기업으로 들어와야 다양성이 확대될 수 있으며 남성만으로는 경제 발전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회적 편익을 위해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두가 이 이슈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우먼펀드 1조~2조 키우고파…펀드선물하기 등 서비스 준비”
`더우먼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16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존 리 대표는 “판매사 없이 직접 판매하고 있고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는데도 하루 1000만원 정도씩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를 1조~2조원 규모의 대형펀드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래야만 기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펀드 수익률도 더 좋아질 수 있고 기업과 사회를 바꾸는 힘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메리츠자산운용은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투자를 권유하는 한편 개인투자자 기반을 늘리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존 리 대표는 “언제까지 기관만 기다릴 순 없는 만큼 먼저 개인이 움직이도록 하고자 한다”며 향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펀드 선물하기`와 같은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