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공무원, 처지비관 투신…"빗나간 제도가 초래한 비극"

A주민센터 故 이모 주무관, 7급시험 낙방 후 투신
통합노조 "공무원이 또 공무원시험 보는 상황…구조적문제"
  • 등록 2019-01-08 오후 7:30:41

    수정 2019-01-09 오전 11:05:51

김부겸(오른쪽)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서울시 종로구청에서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들의 애로사항 및 제도개선 등 건의사항을 듣는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행안부)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률 달성을 위해 도입한 시간선택제 채용형(이하 시간제) 공무원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8일 행정안전부 및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4일 강남구 내 A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 발급 등 대민업무를 담당하던 시간선택제 채용형 공무원 이모(34)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전에 남겨놓은 일기 형식의 글에서 지난해 7급 공무원 공채시험 낙방한 데 대한 좌절감과 어려운 현실 등에 대한 토로가 적혀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해 시간선택제 채용형 공무원으로 입사했다. 시간제 공무원이란 업무능력과 근로의욕은 있지만 전일(全日) 근무가 어려운 인재들을 위해 하루 4시간(주 20시간)만 근무하되 정년을 보장하는 직위로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처음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공채 또는 경력시험 선발예정인원의 1% 이상을 시간제 공무원으로 채우는 의무비율까지 정해 채용을 사실상 강제하면서 매년 1000명 이상씩 대거 선발했으나 수당·승진 등 처우에서 전일제 공무원과 차별을 받자 결국 절반 이상이 퇴직하거나 합격하고도 임용을 포기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의무채용비율을 삭제하면서 채용이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행안부와 인사혁신처 모두 현재 시간제 공무원들의 처우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며 개선작업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날 전국통합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내고 직장에서 사람을 소외시키는 빗나간 제도가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고인은 최근 노조에 시간제 공무원의 제도개선 상황에 대해 문의했다. 지금의 불공정한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시험에 낙방했다는 것이 사건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애시당초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상황을 만든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은 근속기간이 늘어날수록 승진과 보수에서 차별을 받게 되고 이것은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을 통해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 임기제 공무원 등 소수직렬 공무원들이 겪는 직장내 소외감과 차별 사례들을 점검하고 예방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서 정부관계부처에 종합적인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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