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앞두고 기대감에 떠올랐던 바이오 종목들이 이달 들어서는 대부분 조정세에 접어들었다. 증권가에서는 컨퍼런스 참여라는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실질적인 대규모 기술수출 성사 여부에 집중하거나, 실제로 실적이 나오고 있는 업체들을 위주로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JP모건’ 컨퍼런스 기대감에 올랐던 주가, 다시 하락세로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지난 13일부터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50여개국, 1500여개 회사가 참여해 신약 기술 관련 발표와 기술 이전 계약 관련 미팅 등을 진행한다. 추후 기술 계약의 가능성 등 긍정적인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행사를 앞두고 12월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실제로 이들 종목들을 담은 KRX 헬스케어 지수는 12월 한 달에만 200포인트가 넘게 오르며 8.89%의 오름폭을 보였다.
다만 커졌던 기대감은 컨퍼런스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KRX 헬스케어 지수 역시 28일 전 거래일보다 1.67%(40.46포인트) 하락한 2377.05로 마감했다. 컨퍼런스가 끝난 17일부터의 낙폭은 2.81%에 달한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는 컨퍼런스 이후 대규모 기술수출이나 인수합병(M&A)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난해에 비해 기술수출 관련 딜이 주춤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꾸준한 실적 개선세 보여주는 삼바, 셀트리온 등 대형株 주목
증권가에서는 결국 현재 실적이 나오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 등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업체 중에서는 바이오 대형사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 2곳만이 컨퍼런스의 메인 행사장인 그랜드 볼룸에서 발표를 가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국내 업체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이루기 쉽지 않음에도 시장에서의 기대가 지나치게 컸다고 판단된다”며 “당분간은 신약 중심의 바이오업체보다는 실적이 성장세에 들어선 바이오시밀러와 CMO 업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컨퍼런스를 통해 올해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 연구소를 신설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첫 번째 미국법인이 될 예정이며, 이후 CMO 품목수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0% 성장하는 등 펀더멘털 역시 견고하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공장 가동률 상승과 고판가 제품 생산 집중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며 “올해도 공장 가동률 증가, 미국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아두카누맙’ 등의 수주 가능성이 예상돼 영업이익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은 198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64.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셀트리온 역시 든든한 실적 성장세가 뒷받침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8% 증가한 5777억원으로 추정된다. 또한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영업이익은 18.17% 증가한 68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미국 출시, 램시마SC의 유럽 판매승인에 따른 유럽 출시 등 제품별 판매량이 증가할 수 있으며, 램시마SC가 내년 상반기에는 적응증 확대가 가능한데다가 가격 경쟁력과 특허 보호로 시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