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재개발 재검토에…상인들 "그래도 불안", 땅주인들 "우리 생존권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철거 본격화에 노포·공구상 위기
박원순 "재검토 하겠다" 했지만 상인들은 여전히 불안
재개발 지역 지주들 "지주 생존권도 보장하라" 시위도
청계천 비대위·보존연대 등 16~17일 잇단 중구청 집회
  • 등록 2019-01-16 오후 6:22:10

    수정 2019-01-16 오후 6:22:10

16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관수교 인근의 청계천 생존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천막 농성장. 서울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상가 철거가 올 초부터 본격화하면서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사진=신중섭 기자)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서울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을지면옥을 비롯한 이 지역 노포(老鋪)들과 공구상들이 철거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 속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인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박 시장은 16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공구상가와 노포를 보존해야 한다는)상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새로운 대안을 발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개발에 반발하며 농성과 집회를 벌여오고 있는 이 일대 상인들은 확실한 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5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강문원 청계천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확실히 문서화 하기 전까지 서울시의 계획을 믿을 수 없다”며 “‘다시세운’이라고 해서 도시재생을 한다고 해놓고 주변은 철거하고 아파트를 짓겠다며 날개를 꺾어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청계천 상인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게끔 해줬으면 좋겠다”며 “박 시장이 이곳의 역사를 단절시키지 않고 미래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정책을 발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지난달 7일부터 재개발에 반대하며 청계천 관수교 인근에서 비닐천막에서 41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추진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에 따라 청계천 을지로 일대 재개발이 올 초부터 본격화했다. 3-1, 3-4·5 지구는 이미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을지면옥이 속한 3-2 지구는 철거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철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철거 이후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을지면옥 길 건너편에 있는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위치한 지역도 ‘수표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일부 철거된다. 이 지역은 지난 2016년 8월 정비구역으로 결정됐다.

을지면옥 맞은편에 있는 방수재 가게에서 30년 동안 직원으로 일하다 불과 3년 전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게 된 박정분(53·여)씨는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청계천은 스무 살 때부터 청춘을 다 바쳐 일해온 곳”이라며 “비슷한 업종들이 몰려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던 곳인데 재개발이 진행되면 뿔뿔이 다 흩어져야 하고 다들 갈 곳도 마땅치 않다”고 호소했다. 을지로 일대의 노포를 자주 방문한다는 직장인 조현우(28)씨는 “오래된 철공소, 조명가게, 식당들로 최근 젊은이들도 많이 방문해서 이 일대가 꽤 조화롭게 부흥하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다”며 “갑자기 다 밀린다는 소식을 듣고 공간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워 했다.

16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관수교 인근에서 재개발 지역의 지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신중섭 기자)


이날 오후 3-1, 3-2 지구 지주들이 청계천 비상대책위의 농성장 바로 맞은 편에서 ‘영업자만 생존권 있나 토지주도 생존권 있다’, ‘영업자 중심 편파행정 중단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을지면옥이 있는 3-2 지구의 토지주 홍주화(81)씨는 “이 지역은 이미 13년 전부터 재개발촉진지역으로 설정돼 영업자들에 보상도 이미 다 해주고 이제야 재개발을 시작하려는데 좌초될 위기”라며 “골목을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재개발을 안 하면 안 될 정도로 엉망진창인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적극 지원을 해줘도 모자랄 판국에 갑자기 보류라니 갑갑한 노릇”이라며 “수표 도시환경정비사업 지역에 대한 반발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세운재정비 지역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계천·을지로 일대 상인과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오는 17일 서울 중구청 앞에서 서울시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상인들과 청계천에서 만나 시청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보존연대는 이날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2만 1000여 명으로부터 받은 청계천·을지로 재개발 반대 서명을 중구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다음날인 18일에는 청계천 상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청계천 관수교에 집결 후 중구청으로 이동해 청계천 재개발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다.

16일 오후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재개발로 인해 철거가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사업 3-1지구. (사진=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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