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 이주열 총재 느닷없이 산업계 만난 이유

사실상 첫 산업계와 경제동향간담회 눈길
"제조업 뒷받침 없이 성장 어렵다..생존 문제"
소통 부족 지적도..'한은-산업계 더 만나야'
  • 등록 2019-02-19 오후 7:03:54

    수정 2019-02-19 오후 7:03:5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한국은행은 한해 두 차례 가량 경제동향간담회를 개최한다. 경제동향간담회는 이주열 총재를 비롯한 한은 주요 임원들이 외부 인사들이 만나 거시경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총재 등 한은의 내부 일정상 간담회 진행이 한 해 몇 번에 그치는 만큼, 한은은 그때그때 간담회 주제와 초청 인사 선정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그만큼 한은이 중요하게 보고 있는 분야가 어딘지 가늠할 수 있다. 19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열리는 경제동향간담회가 주목받은 이유다.

1년에 두 차례 경제동향간담회에 주목

이번 간담회의 중점 논의 주제는 ‘주력산업’ 여건 점검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와 석유·화학, 자동차를 비롯해 기계, 철강, 디스플레이 등 6개 업계 관계자들이 한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6개 업계가 차지하는 수출비중만 도합 73.5%다. 사실상 수출경제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1.4%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석유·화학(20.0%) △자동차(10.5%) △기계(9.6%) △철강(7.9%) △디스플레이(4.1%)가 순서대로 그 뒤를 잇는다.

염용섭 SK경제경영연구소장이 반도체 업계 대표로, 임승윤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이 석유·화학 업계 대표로,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가 자동차 업계 대표로 참석했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과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도 참석했다.

한은이 이들 업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 지에 대한 방증이다. 아울러 둔화국면에 들어선 수출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도 보여준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제조업 경쟁력을 제고해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제조업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독일,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그에 따라 제조업을 둘러싼 경쟁환경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재계 인사들도 철강이나 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우위에 서 있는 업종에서 중국기업의 도전이 거세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소통 인색한 한은… 산업계와 간담회 사실상 처음

주목할 점은 주요 산업계 인사들이 총출동한 경제동향간담회가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이다. 한은은 그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대학 교수를 비롯한 학계 인사, 주요 연구소 소장 등 거시경제를 직접 연구하는 인사들을 주로 만났다. 산업계 인사가 참석한 경우는 2014년에 몇 차례 있었지만 학계인사들 틈에 자리한 수준이었다.

한은은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데 소극적이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미국 상공회의소 대표들(CEO), 전미기업경제협회, 공급관리자협회(ISM)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한은이 산업현장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이유는 ‘기밀유지’와 ‘내용부실’에 대한 우려 및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은과 연준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연준의 경우 산업계 인사들과 간담회도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도 자유롭게 만난다”며 “기밀이 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공고하게 확립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밀이 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기밀이 샜을 때 처벌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리치몬드 연방은행 총재였던 제프리 래커는 지난 2017년 연준이사회의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사임했다. 래커 전 총재는 금융업계 인사와 이야기하던 중 채권 매입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 인색하다는 지적에 대해 “실익이 적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기업 영업비밀 유출 우려 등으로 인해 산업계 인사들을 초청해도 내밀한 사정을 듣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경제계 한 인사는 “주력 산업계 인사들을 모아 놓으면 수출동향 전체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라며 “한은이 산업계와의 소통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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