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후회합니다. 단통법으로 호갱(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은 줄어들었을지 모르지만, 지나친 규제로 발품을 팔아 더 싸게 휴대폰을 살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권까지 박탈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는 정부(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이 지원금 한도까지 책상 위에서 정했습니다.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사실상 단말기 구매 가격을 통제한 셈입니다. 다행히 지원금 상한규제는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사실 자급제는 2012년부터 있었지만 정부가 손 놓은 탓에 전혀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제조사들이 외국과 비슷하게 출고가를 책정해 내놓아도 살 수 있는 가격(판매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통3사보다 돈이 없는 알뜰폰 회사들은 삼성이나 애플의 최신 단말기를 구매해 팔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극약 처방으로 나온 게 완자제 법이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법안을 내겠다는 걸 공식화하면서 “의약분업을 할 때 병의원이 집단 휴진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지금은 안착하지 않았느냐”며 “완자제는 약물 오남용을 줄이고 의료기관과 약국 경영을 투명화한 의약분업처럼 소비자에게 가장 이익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TV나 세탁기, 냉장고처럼 양판점이나 온라인 쇼핑몰, 소셜 커머스 등에서 자유롭게 단말기를 팔게 된다면 서로 더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선택받으려는 경쟁이 촉발할 것이고 소비자에겐 이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정부와 정치권은 완자제법이 국회를 통과해 단통법이 폐기돼도 ‘25% 요금할인(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유지하게 한다는 방침이어서, 소비자로선 통신가입 시 25% 요금할인을 받고 단말기 구매 시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완자제법은 단통법처럼 우리나라에만 있는 강한 규제법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단통법과는 반대로 경쟁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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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의원이 이날 공개한 법안 초안 내용인데,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횡횡하는 약정할인외 상품권 마케팅을 법으로 금지하고, 완자제가 되면 이동통신 가입과 고객관리 업무만 하게 되는 유통점에 주는 리베이트(모집수수료) 기준도 대통령령으로 정하자는 겁니다.
김성태 의원은 “완자제법으로 통신과 단말기가 분리돼도 단통법 시절 유통점에 지급됐던 과도한 리베이트로 인한 이용자 차별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니, 나쁜 관습을 깨기 위해 일단 엄한 규제를 하고 이후에 해당 규제를 없애자”고 말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세 가지 면에서 논란입니다. 완전자급제는 단통법과 달리 유통 경쟁이 가져다주는 소비자 후생 증대의 힘을 믿는 것인데 유통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또다시 법으로 옥죄려 한다는 점, 단말기 유통점에는 장려금 규제를 하지 않고 통신 유통점에만 장려금 규제를 하려 한다는 점, 지금까지 법으로 경품 자체를 못 받게 한 분야는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용자 차별을 해소한다’는 말이 발품을 팔거나 인터넷을 뒤지는 등 ‘노력하면 더 대우받을 소비자의 권리’를 박탈하게 되지는 않을지 진지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