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내각과 청와대의 경제라인 수장을 전격적으로 동시에 교체한 것. 당초 경제투톱에 대한 인사가 예산국회 종료 이후 연말께도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았지만 경제투톱의 경질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인사를 미룰 경우 정책혼선 및 인사잡음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속전속결로 선택한 것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인사발표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번 인사의 4대 키워드로 △포용국가 △원팀 △실행력 △정책 조율능력 등을 꼽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른바 김앤장의 후임으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선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가지 숨은 그림을 찾을 수 있다. 경제투톱 인사를 둘러싼 이른바 3대 비하인드다.
외부인사 ‘모험’보다는 내부인사 ‘안정’…홍남기·김수현 발탁으로 정책기조 연속성 강조
문 대통령은 우선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경제투톱에 외부인사를 선택하기보다는 현 내각과 청와대에서 일하는 인사들을 사실상 승진 발탁했기 때문이다. 이는 포용적 성장의 기조 아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정책기조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경우 카리스마가 약하고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 경제를 잘 모른다는 지적과 더불어 부동산 책임론이 없지 않지만 현 정부의 경제철학을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1기 경제팀에서 함께 손발을 맞췄다는 점을 높게 산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인상 후폭풍, 고용참사와 소득양극화 등으로 현 정부 경제정책 실패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며 현 경제정책 기조 유지 의지를 강력 천명했다.
“홍남기, 야전사령탑으로 경제총괄” 천명… 끊이지 않았던 김앤장 컨트롤타워 논란 불식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또하나의 포인트는 경제 컨트롤타워를 보다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1기 경제팀의 최대 아킬레스건 중의 하나는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간의 경제정책 주도권 다툼이었다. 특히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최저임금인상은 물론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공개 석상에서 이견차를 노출하면서 불화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확산되면서 청와대는 “경제분야 컨트롤타워는 김동연 부총리”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지만 주요 고비 때마다 이른바 ‘김동연 패싱’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만 돼갔다. 급기야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불화설 차단을 위해 언론용 행사에서 만나 공개적으로 악수를 나누는 이례적인 풍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기 경제팀의 투톱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에 대한 교통정리를 분명히 했다. 윤영찬 수석은 이날 인사발표 이후 인선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김수현 사회수석이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물론 전공상으로 그렇다. 포용국가 설계자”라면서 “경제는 어쨌든 야전사령탑으로써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께서 총괄하기 때문에 김수현 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의 업무영역에 대해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경제분야 컨트롤타워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사전에 말끔하게 정리한 것이다.
‘홍남기·노형욱 천거’ 막강파워 이낙연, 책임총리 위상 과시하며 명실상부 2인자
사족으로 덧붙이면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향후 행보도 여야 정치권의 관심사다. 특히 차기 주자 인물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수진영에서 김동연 부총리에게 과연 손길을 내밀지가 우선 주목된다. 그리고 보수진영의 러브콜이 현실화될 때 김 부총리가 이를 수락하면서 정치인으로서 변신할지 여부도 향후 정국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