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반도체 고점논란'에 대하여

  • 등록 2018-09-12 오후 6:28:29

    수정 2018-09-13 오전 7:51:06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메모리 반도체의 ‘고점 통과(Peak Out)’ 논쟁이 다시 불 붙었다. 이번에도 발단은 모건스탠리다. 숀 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D램 수요는 약화된 반면 재고·가격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며 “낸드플래시(낸드)는 과잉공급”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업체들이 모두 하반기 메모리 업황에 대해 “수요· 공급 모두 안정적”이라고 했는 데도, 모건스탠리만 계속 ‘딴 소리’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기대’보다는 ‘경고’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기 마련이다. 3년 가까이 쉼 없이 올랐던 메모리 가격이 이젠 ‘숨고르기’에 들어갈 시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솔깃하다.

메모리 반도체시장은 모건스탠리 주장처럼 고점을 지나 ‘끝물’에 접어든 것일까. 몇 가지 확인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근거로 재고 증가, D램 수요 악화, 공급 증가 등을 제시했다. 삐딱하게 볼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대세 하향을 주장하기엔 뭔가 좀 아쉽다.

부정적 전망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단골 메뉴’인 재고는 올해 늘어난 것이 맞지만, 정확히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모건스탠리 주장대로 재고일수 증가가 반도체 업황 부진의 신호라면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은 설명되지 않는다.

2분기 들어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공룡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모건스탠리가 D램 수요 악화를 점치는 배경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이들 기업의 투자 속도는 향후 D램 수요 예측에 있어 주요 잣대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설비투자 증가율 둔화는 간과해선 안될 부분이 맞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일으킨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이다. 이들 기업 모두 AI 기술에 미래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확신하는 상황에서 관련 투자에 인색하게 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 분기 결과만 갖고 D램 수요 둔화가 시작됐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

공급 증가는 D램 보다는 낸드 쪽에 해당되는 얘기다. 그간 대규모 증설 투자를 통해 낸드 생산량을 늘려온 것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업계에서도 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이는 낸드를 다소 불안해 한다. 그러나 낸드 가격 하락을 ‘악재’로만 보지 않는다. 가격이 내려가는 만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체 속도가 빨라지는 등 신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추격이 부담스럽다고 하지만, 우리와의 기술 격차를 생각하면 ‘잠재적 위협’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경계와 대비는 필요하지만, 당장 내년 양산 일정 맞추기도 버거운 칭화유니그룹 YMTC, 이노트론, 진화 IC 등을 과대 포장해서 우리 기업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메모리반도체의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설령 업황 둔화기가 온다 해도 그 기간과 깊이는 매우 짧고 얕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례없던 반도체 ‘초호황’이 끝나더라도, 그에 못지 않은 ‘호황’이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초호황의 도화선이 됐던 AI와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산업이 성장 가속패달을 밟고 있는데, 이들 산업의 근간이 되는 메모리반도체만 다른 궤적으로 움직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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