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된 김기홍(61·사진) JB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두고 JB금융의 사외이사들이 내린 상찬이다. 단독후보로 추천된 김 내정자는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용퇴를 결정한 김한 회장으로부터 JB금융의 깃발을 넘겨받고 2대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김 내정자는 한국조세연구원 전문위원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국민은행 수석 부행장 등 학계, 당국, 민간을 두루 거치면서 폭넓은 경륜을 쌓았다. 19일 열린 JB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20년 이상 금융산업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췄다”며 “JB금융그룹을 최고의 소매전문 금융그룹으로 발전시킬 적임자”로 꼽혔다.
‘이헌재 사단’ 한 축…금감원 부원장보로 발탁
김 내정자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경동고를 졸업한 후 미주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조지아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충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김 내정자는 지난 1999년 말 이헌재 초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금감원 부원장보(보험 담당)로 발탁됐다. 이러한 인연 덕분에 김 내정자는 ‘이헌재 맨’으로 분류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걸쳐 두 차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이 전 위원장과 주변 인사들을 일컫는 이른바 이헌재 사단은 국내 경제·금융권의 핵심 인맥이다. 크게 공무원 출신과 민간인 출신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진동수·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이 승승장구했다.
강정원 전 행장·김한 회장과도 깊은 인연
김 내정자는 인복이 많다. 이 전 장관뿐만 아니라 김 내정자를 요직에 앉힌 이는 한둘이 아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이 금융당국을 떠나 대학으로 돌아간 김 내정자를 십여 차례 만난 끝에 수석 부행장으로 영입한 일화는 유명하다. 김 내정자는 2003년 3월부터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를 맡아오다 자신이 행장으로 추천한 강 전 행장으로부터 직을 제안받자 처음에는 고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강 전 행장의 끈질긴 설득에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김 내정자는 수석 부행장으로서 사업그룹 간 업무를 조정하고 은행 전반에 걸친 이슈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자 관련 업무도 책임졌다. 강 전 행장 연임 후에는 KB금융지주 설립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2014년 12월 JB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JB금융과 처음 연을 맺은 김 내정자는 김 회장이 스카우트했다. 김 내정자는 재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다 KB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하며 지난 2014년 10월 팬아시아 리 컨설팅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김 내정자는 쇼트리스트까지 올랐지만 김 내정자의 첫 지주 회장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야인이 된 김 내정자에게 손을 내민 것은 더커자산운용(현 JB자산운용) 인수를 성공한 후 마땅한 인물을 찾고 있던 김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과거 국민은행의 사외이사 시절 눈여겨보아 온 김 내정자에게 JB자산운용을 맡겼다.
세대교체·수도권 공략 등 당면 과제
김 내정자가 당면한 첫 과제는 계열사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다. 김 내정자는 김지완(72)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64) DGB금융지주 회장 등 경쟁사는 물론 그룹 내에서도 젊은 편이다. 이달 말 또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들이 JB금융과 광주은행, 전북은행도 48명 중 33명가량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내정자 취임후 그룹내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 내정자의 이력을 고려할 때 보험사를 두고 있지 않은 JB금융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적잖다. 당장 롯데손보와 같은 매물이 잠재후보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