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 "R의 공포 없다" 단언한 옐런…그는 무엇을 보았나

美국채 수익률 역전…경기침체 Vs 과도한 우려 '갑론을박'
옐런 “장단기 금리 역전…경기침체 신호 아냐”
금리역전, 일회성인지 봐야…구조적 요인 영향도
경기침체 우려 여전…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
  • 등록 2019-03-26 오후 6:52:41

    수정 2019-03-26 오후 6:52:41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전 의장.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준기 뉴욕특파원] 미국 국채 장단기(3개월물-10년물) 금리(수익률) 역전현상을 두고 월스트리트에서 갑론을박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경기침체의 강력한 신호, 이른바 ‘R의 공포’를 운운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과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을 때 경기침체가 잇따른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칙’에도 불구하고 이번 금리 역전 현상은 단기 채권의 수급 불균형과 장기적인 저물가 등과 같은 다른 변수들이 영향을 미쳤고, 따라서 이를 경기침체의 신호로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옐런 “장단기 금리 역전…경기침체 신호 아냐”

반론의 선두에 선 사람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준·Fed) 전 의장이다. 그는 25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개최된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안 금융투자콘퍼런스에서 ‘수익률 역전현상이 경기침체의 신호인지’를 묻는 질문에 “내 대답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옐런 전 의장은 “과거와 비교해 지금은 (장단기 채권의) 수익률 곡선이 매우 평탄화(flattening·플래트닝)되는 경향이 있다”며 “연준이 어느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일 수는 있지만, 이를 반드시 경기침체를 야기할 것이란 경고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연준이 완화 기조로 돌아섰고, 위기가 오더라도 금리인하 준비가 돼 있다는 설명이다.

수익률 곡선은 국채 만기별 수익률을 연결한 곡선이다. 통상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높다. 먼 미래일수록 경기를 보는 불확실성이 커서, 즉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돈이 오래 묶일수록 손해기 때문이다. 수익률 곡선은 일반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더 오르거나 덜 떨어지면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질 수 있다. 향후 경기가 더 악화하고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경우에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간혹 발생한다. 중앙은행의 경기판단이 틀렸을 때, 다시 말해 통화정책 방향이 잘못됐을 때에도 종종 나타난다. 시장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다.

물론 미국의 성장률이 둔화 추세를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3.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성장률은 2.1%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연준의 예상이다. 하지만 옐런 전 의장은 “미국은 분명히 성장 둔화를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성장 추세가 경기침체의 원인이 되는 수준으로 둔화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생각이 비슷하다. 그는 같은 행사에서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을 때 언제나 성장이 둔화하는 것을 목격했고, 그래서 시장의 불안을 이해한다”면서도 경기침체 우려로 패닉에 빠질 이유는 없다고 거들었다. 그는 “올해 약 2% 성장을 예상하는데, 다소 낮기는 해도 여전히 높은 성장률”이라고 덧붙였다.

3개월물 금리상승…구조적 요인 영향도

실제로 미국 3개월물 채권의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은 건 구조적인 저물가로 인해 장단기 채권의 수익률 공선이 평탄해진 상태에서 단기적인 수급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재무부가 그간 재정적자를 단기 국채로 메우면서 3개월물 공급이 확대했다는 것이다. 채권의 물량이 많아지면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를 높아진다. 3개월물 국채 물량이 많아지면서 3개월물의 금리를 상대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채권 파트장은 “경기침체 신호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곡선은 아직 역전되지 않고 있다”면서 “2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7.8bp(1bp=0.01%포인트) 급락해 2.254%에 거래됐다. 10년물과의 격차는 전일 12.7bp에서 이날 16.4bp로 오히려 확대됐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의 정책 집행에 대한 확신이 10년물 금리를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이 됐지만, 단기물은 수급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사진=AFP PHOTO)
경기침체 우려 여전…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

하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 우려는 여전하다.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원인이 무엇이 됐든 금리 역전 그 자체만으로도 경기침체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면서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오랜 기간 지속되면 은행들의 금융 중개 기능이 멈춰버린다. 돈이 돌지 않아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은행은 고객들로부터 1년짜리 단기예금을 빌려 장기 대출을 해주고 여기서 발생하는 예대마진으로 돈을 번다. 단기금리와 장기금리가 기준이 된다. 금리 차이가 클수록 은행 수익은 늘어나고, 반대로 금리가 역전되면 은행 입장에선 대출을 해줄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은행이 대출을 동결하게 된다. 시장의 돈줄이 마를 수 있다.

경기침체의 우려를 반영해 연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6% 반영했다. 지난 22일의 50%대에서 한층 금리인하론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한 달 전에는 11%에 불과했다.

CNBC는 “현재 채권시장 상황은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지만, 연준이 금리를 낮춰 이를 멈추게 할 것이라는 예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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