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화요일’ …미·중 고래싸움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증시

달러·엔 강세에 금값 상승..안전자산 선호도 한몫
美중간선거 이후 기술적 반등 가능
금융위기 때 만큼 패닉 찾아오지 않아
2100선 내외서 횡보장세 전망
  • 등록 2018-10-23 오후 7:19:06

    수정 2018-10-23 오후 7:21:43

[이데일리 박태진 이슬기 기자] “답답한 상황이다. 국내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미국과 중국의 고래싸움으로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현 상황이 괴롭다. 방향성을 예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지수를 예측하는 자체가 완전히 무의미해졌다.”

23일 증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증권사 한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답하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또 다른 센터장은 “더 이상 전망을 하지 않겠다”며 코스피 전망 중단을 선언했다. 기업의 실적, 경기 상황에 맞춰 투자자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강대국들의 정치적 이슈에 증시가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감면 정치적 리스크 남겨

증권가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급락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발언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된 영향이 가장 컸다. 미국의 러시아 및 중국과의 군사적 대치 상황, 지속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불안이 위험 자산 회피 흐름으로 이어지며 증시패닉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7% 떨어진 2106.10에 마감했다. 장중 2097.42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중국 상해지수도 사흘만에 2.26% 급락했다. 중국정부가 감세정책 등 증시 안정화 조치를 취하면서 지난 19일과 22일 상하이종합지수가 2거래일간 6% 넘게 급등했으나 사흘만에 안정화 조치 약발도 다한 모습이다. 근본적인 우려 요소인 무역분쟁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국내 증시가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상장사 실적 악화우려, 미국 금리인상 예고, 국제유가 고공행진, 국내 바이오주 주가 하락 등도 하락장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 증시에서도 이러한 상황은 악재지만 증시 하락폭은 크지 않은 반면 신흥국 증시는 패닉에 빠지고 있는 점이다. 실제 22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0.50% 빠지는데 그쳤고, 나스닥지수는 오히려 0.26% 상승 마감했다.

트럼프가 다음달 중간 선거를 앞두고 중산층을 상대로 10%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아시아 증시엔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 의회는 지난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내용의 감세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연이은 세금 감면 조치로 인한 적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여 선거 이후에도 미국 내 정치적 위험 요인을 남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중국 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채 가격마저 오르면서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심리가 급격히 확산했고, 이는 곧 달러 강세, 금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주식 등 위험자산을 털어버리자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이란 얘기다. 이날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셀트리온(068270) 하락 영향도 컸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셀트리온 지분 2.7%(339만주)를 블록딜(시장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업체 주가는 전일대비 8.19%나 폭락했다. 이 영향으로 다른 바이오주들도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단기 반등 힘들 듯..중간선거 지켜봐야

증권업계는 증시 반등은 당분간 힘들다는 입장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다음달 6일이 지나봐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상민 바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6일 이후에는 의미 있는 저점 찾기에 들어갈 것 같다”면서 “다음달 말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에 합의를 도출하느냐가 관건인데. 한번 만에 되긴 힘들겠지만 두 정상간 만남 이후 반등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2008년 금융위기 때 만큼의 충격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때 저점과 비교를 많이 하는데 당시 저점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확정치 기준으로 0.92배, 그걸 계산하면 2100선”이라며 “금융위기 수준의 밸류에이션 하락은 이미 진행이 됐지만, 여러 경제지표를 봤을 때 2100선에서 저점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분기에 미국 증시 변동성 확대와 원·위안화가 절하되는 모습 등 부정적인 지표가 확인된다”면서도 “경기선행지수 측면에서 수출액 증감율, 통상적으로 연말연시에 저점이 확인될 가능성 있는 만큼 의미 있는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멈췄고, 중국 부채 리스크도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세금 및 통화정책 등 경기부양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계속 내려가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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