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관료는 기소만 당해도 옷 벗어야 하나

  • 등록 2018-09-17 오후 6:00:00

    수정 2018-09-17 오후 6:00:00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어수선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지철호 부위원장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 부위원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 제한 기관에 취업한 혐의로 지난 8월 불구속 기소를 했다. 지 부위원장은 재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도 않았는데 혐의만으로 물러설 수 없다며 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지 부위원장을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셈이다.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정무직 공무원은 직위해제 및 징계규정이 별도로 없다. 거취 문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다만 통상 정무직이 기소를 당한 경우 관행적으로 옷을 벗었다.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 업무 공백이 생기면서 조직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료는 “검찰과 각을 세울 경우 득 볼게 없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라 통상 사표를 쓰곤 한다”고 귀띔한다.

하지만 관료가 기소만 당해도 옷을 벗는 관행이 맞을까. 특히나 공정위는 위원회 조직으로, 부위원장은 위원장, 상임위원과 마찬가지로 3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장기간 심신쇠약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면직 또는 해촉되지 않도록 법률로 임기를 보장받고 있다. 위원회 조직이 권력이나 정치적 이유로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의견이 갈리지만 법조계에서는 지 부위원장에 대해 검찰이 어떤 배경에서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 부위장이 감사로 취업할 당시 중기중앙회는 재취업 심사 대상기관이 아닌 터라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고, 추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검토를 하긴 했지만 ‘문제없다’고 판단을 내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지 부위원장을 임명할 때 인사 검증을 거쳤다. 검찰의 기소가 맞다면 오히려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난 점을 인정해야 하는 꼴이 된 셈이다.

지 부위원장이 사퇴한다면 추후에 재판에서 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공정위 독립성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선출직인 국회의원이 아닐지라도 관료 역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은 똑같이 적용받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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