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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중국 이어 러시아 카드 만지작..다자 구도 노리나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5분(현지시간. 한국시간 1시5분)께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내 극동연방대학에서 만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조율하고 북러 간 경제 협력 현안을 논의했다. 줄곧 북한 입장을 지지해온 러시아로서는 1년 가량의 정상회담 요청 끝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낸 만큼 보다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협상 방식에 대해 곤혹스럽다고 표현한 북한에게 다소간의 여유를 줄 수 있다. 국제적 대북 제재 완화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도 입장을 조정하면서 북한이 적어도 ‘새로운 길’에 나설 수 있다는 액션을 취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서 대북 제재 완화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도 보고 있다.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완화에 한 목소리를 낸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도 대북 제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북한이 지난 2017년 이후 북핵·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 있는 것도 북중러가 미국에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출 것을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북미 대화 동력은 여전..美전향적 태도 촉구 방편 해석도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여전히 북미 대화 동력은 남아있다는 점에서 비핵화 협상이 당장 다자체제로 전환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만나 외교전을 펼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위원장은 이미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새로운 길’이라는 표현을 썼던 만큼 중국·러시아와의 외교전이 예상돼 왔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올해말까지 대화 기한을 남겼던 터라 당분간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엿볼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여 ‘새로운 길’을 시사했다고 해도 아직은 북미협상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보조수단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향해,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폭넓은 외교전에 나섬으로써 미국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러 실제 교류 늘어날까
김 위원장이 북러 관계의 발전에 방점을 찍으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교류가 다시 활발해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러시아 체류 북한 노동자의 송환 문제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 등에 대해 러시아측의 협조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확대회담 당시에 러시아 측에서는 교통과 관계된 인사도 대거 배석, 북러간 철도·도로 연결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