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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소극장 정미소가 문을 닫는다. 극장주이자 배우인 윤석화가 마지막 무대에 오른다. 내달 11일부터 공연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다. 그는 16일 정미소에서 취재진과 만나 “극장의 머슴 역할을 해왔는데 마지막 공연을 한다고 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덜 여문 마음을 들키기 싫어 조용히 문을 닫고 싶었는데 함께 공연을 준비한 이들이 떠올라 이렇게 나섰다”고 말했다.
윤석화는 지난 2002년 목욕탕이었던 3층 건물을 개보수해 소극장을 만들었다. 장윤규 건축가를 비롯해 연극인들이 모여 십시일반으로 꾸몄다. 192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지만 높이가 6미터 이상이나 돼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작품들이 주로 올랐다. 극장 이름은 ‘쌀을 찧어내듯 예술의 향기를 피워내자’는 의미로 지었다.
“건물이 매각돼 이제는 더 운영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자의적으로 마무리 못하고 버텨왔는데 결국 타의적으로 끝을 맺게 됐다. 정미소와 함께한 17년 동안 최선을 다했다. 젊음을 무기로 연극을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 무대를 내줬고 적으나마 지원도 했다. 힘들 때도있었고 아플 때도 있었지만 후배들과 연극을 한 모든 순간이 보람차다. 그들의 연극 정신이 이어졌으면 한다.”
윤석화는 ‘페이드아웃’(Fade Out)이란 표현으로 정미소의 폐관을 아쉬워했으나 영국에서의 도전으로 ‘페이드인’(Fade In)한다. “이 나이에 무슨 새로운 각오를 하겠나”고 말했으나 표정이 굳다. “60세를 넘긴 내가 외국인 앞에서 공연할 생각을 하니 처음에는 무모하게 보였지만 도전을 안하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았다”며 “한국 배우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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