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조, 전면파업 가능성 첫 언급…서비스 차질 우려도

"회사 사랑하지만…" 사측 완강 입장에 최후 카드 고민
본사만 1200명 이상 가입…"선택권은 회사에 있다" 경고
  • 등록 2019-02-11 오후 6:10:21

    수정 2019-02-11 오후 6:10:21

네이버 사원 노동조합 ‘공동성명’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단체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단체협약을 두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네이버 노사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파업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던 네이버 사원 노동조합 ‘공동성명’(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네이버지회)은 11일 단체행동 출범식을 갖고 전면파업 가능성을 경고했다.

네이버 노조는 11일 경기도 분당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지금과 같이 노동 3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속하고 대화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결국 노조는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그 경우 파업은 회사가 선택한 결론”이라며 ‘전면 파업’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실제 전면파업이 진행될 경우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 서비스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은 회사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회사에 피해가 가는 것을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혀, 전면 파업이 최후의 수단임을 강조했다.

노조는 전면 파업 가능성 언급에도 불구하고 ‘교섭 재개’가 최우선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세윤 위원장은 “서비스 중단이 우려된다면 서비스를 만드는 노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며 “대외적으로만 대화 창구가 열려 있다고 말하지 말고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노사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지고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네이버 사측 “협정근로자 선결” 완고한 입장에…노조, 강경 전환

네이버 노조의 이 같은 강경 입장 선회는 ‘협정근로자’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사측의 완강한 입장에 대한 반발이다. 네이버 본사 전체 직원의 30%인 1200명 이상 등 전체 계열사 직원이 소속된 네이버 노조는 지난해 4월 출범 후 사측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사측이 지난해 9월 ‘협정근로자 지정안’을 단체협약의 최우선 선행 과제로 내세우며 교섭은 교착을 거듭했다. 협정근로자는 노사가 단체협약에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도록 명시한 근로자를 말한다. 사측은 협정근로자 지정안 선합의 없인 노조가 요구한 근로조건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의 요청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사측은 협정근로자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합법적인 쟁의권을 얻은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찬성율로 쟁의안을 가결했다. 네이버 본사의 경우 전체 조합원의 97.82%가 투표에 참여해 96.07%의 찬성률을 보였고 컴파트너스는 투표율 100%·찬성률 90.57%,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은 투표율 97.96%·찬성률 83.3%를 기록했다.

쟁의안의 압도적 통과에도 불구하고 노사 모두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며 대화 재개 의지를 보였지만 실제 대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노조 측은 “사측이 언론에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실제 교섭 재개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사측의 협정근로자 지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이날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사측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전체 조합원의 80% 이상이 협정근로자가 된다”며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것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협정근로자 지정은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중노위가 조정 당일 ‘권리 분쟁에 대해선 조장안을 제출할 수 없다’고 이미 밝혔던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노사 간 핵심 논의사항에 포함돼 있어 교섭을 계속 진행했다면 논의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회사가 조정안을 거부함으로써 대화 창이 닫혔다”고 책임을 사측에 돌렸다.

그러면서 “네이버 경영진, 특히 총수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이라며 “하지만 경영진의 노동 3권에 대한 인식은 글로벌 수준에서 한참 동떨어져 있는 것이 네이버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정근로자 이견…노조 “노동 3권 제약” vs 사측 “긴급대응 위해 필요”

이날 산별노조 위원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함께 한 신환섭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위원장도 “법적으로 네이버는 협정근로자를 단체협약을 통해서만 정할 수 있다”며 “80% 이상의 조합원을 협정근로자로 지정한다면 쟁의권 없는 노사협의회로 돌아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사측의 협정근로자 지정 요구는 폭력적”이라며 “노동 3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이런 요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정을 받지 못한 게 협정근로자 때문이라는 것은 너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청장도 “최근 10여년 전부터 협정근로자 조항을 교섭에서 타결한 곳은 없다”며 “이를 빌미로 한 사측의 교섭 거부는 억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보수하기 위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최소한의 직원을 단체협약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네이버는 메일·쇼핑·클라우드 등을 제공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업체”라며 “위급상황이 발생했는데 노조 파업을 이유로 긴급대응이 되지 않는다면 고스란히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노조는 오는 20일 첫 공식 쟁의행위를 시작으로 다음 달 말에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및 산하 IT 노조들과 연계해 대규모 쟁의행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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