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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표준감사시간제 초안에 비해 완화된 수준에서 수정안이 나왔다. 하지만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정책 취지와 부담 증가라는 기업 입장이 맞물린 가운데 최종안 발표까지 남은 과제들의 해소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의견 반영·수정…그룹 세분화·단계별 적용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달 11일 1차 공청회를 통해 표준감사시간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11일 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공개한 제정안에 따르면 우선 표준감사시간의 정의를 ‘최소’가 아닌 ‘적정’으로 변경했다. 표준감사시간이 지켜야 하는 최소 기준이냐 가이드라인이냐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적정 수준만 지키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당초 코스닥과 대형 비상장사는 2년에 걸쳐 단계적 적용하고 비상장 중소기업은 적용을 1~3년 유예토록 했지만 기업 수용도를 감안해 상장사도 규모에 따라 4년 또는 5년에 걸쳐 단계적 적용키로 했다. 비상장 중소기업은 1~3년 유예 후 단계적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개별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인 그룹1·2가 우선 올해부터 100% 적용된다. 그룹7~9는 2019~2021년까지 적용이 유예된다.
상장사의 경우 인증 수준이 ‘감사’로 상향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표준감사시간도 확정됐다. 개별자산 기준 2조원 이상은 올해, 5000억 이상~2조원 미만은 내년, 1000억 이상~500억원 미만 2022년, 전체 상장사는 2023년부터 적용된다. 제정안은 해당 제도가 도입되는 상장사에 대해 재무제표감사 표준감사시간의 40% 수준을 가산키로 했다.
한공회는 표준감사시간을 적용할 경우 감사시간이 현재보다 평균 7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그룹6이 90%로 가장 많고 이어 그룹7(83%), 그룹8(80%) 등 순이다. 당장 올해부터 반영되는 그룹1~2는 5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감사인·기업 이견…“가치 상승에 중점 둬야”
한공회는 오는 13일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한 후 공표할 예정이다. 표준감사시간이 확정되면 외감법 개정안이 제시한 주요 제도 도입 준비가 완료된다.
다만 최종안이 마련되기까지 논의될 사항은 적지 않다.
우선 내부회계관리제도 가산 비율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기업별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검증 절차가 다를 수 있는데 일률적으로 재무제표 감사시간의 40%를 적용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송창봉 LG전자 회계팀장은 “내부회계관리제도는 회사 회계 인프라에 따라 테스트 방식도 굉장히 다를 수 있다”며 “올해 최초 적용 사업연도는 차치하더라도 향후 조정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표준감사시간에 전산·세무·가치평가 전문가들의 투입 시간을 포함하는 것도 쟁점이다. 공인회계사가 아닌 만큼 표준감사시간이 아닌 별도로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서다. 이에 대해 조연주 한공회 연구1본부장은 “내부 전문가는 감사인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활용하는 것으로 회계사인지 여부에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표준감사시간 제정을 담당한 한공회는 감사인과 기업측 이견이 있지만 회계 투명성이라는 가치 실현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중경 한공회 회장은 “감사인 셀프 선임과 턱없이 적은 감사시간 투입이 한국기업 회계 투명성 세계 꼴찌의 주요인”이라며 “기업, 감사인, 정보이용자가 표준감사시간을 준수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면 기업 시장가치가 높아지고 국부가 증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