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로 3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과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대외 악재들이 예상보다 더 많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갉아먹은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들은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며 주요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는 등 국내 증시를 어둡게 보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기아車, ‘어닝 쇼크’ 전망에 6%대 급락
현대차(005380)는 전거래일대비 2000원(1.73%) 내린 11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11만1500원까지 밀리면서 52주 신저가도 경신했다. 현대차의 현 주가는 연중 고점이었던 1월 23일(16만7500원)과 비교하면 32.5%나 떨어진 것이다.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 부진의 배경이 됐다. 부국증권과 NH투자증권은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8804억원, 852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1조190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만도(204320)의 실적도 당초 기대보다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만도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로 496억원을 제시, 시장 컨센서스(587억원)보다 15.4% 하회할 것으로 봤다. 이날 2만6550원에 거래를 마친 만도는 장중 신저가(2만6250원)를 새로 썼다.
오리온·한샘도 시장 눈높이에 미달
자동차 뿐 아니다. LG전자,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한샘 등 업종을 불문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국내 대표 기업들의 3분기 성적표가 시장 눈높이에 한참 모자랄 것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오리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3% 하락한 777억원에 그쳐, 시장 컨센서스(802억원)를 밑돌 것으로 봤다.
LG전자(066570)는 지난 5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시장 컨센서스(7811억원)에 조금 못미치는 7455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실적 발표후 증권사들은 신흥국 통화 약세에 따른 수출 수익성 악화가 예상보다 더 컸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대신증권과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KB증권 등은 줄줄이 LG전자의 목표가를 내리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아모레퍼시픽(090430)의 3분기 영업이익이 1332억원으로 컨센서스(1502억원)를 하회할 것이라며, 목표가를 36만원에서 34만원으로 낮췄다. 또 KB증권은 제주항공(089590)의 3분기 영업이익이 377억원에 그쳐, 시장 컨센서스를 13.4%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