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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장관·작가·사외이사 이어 재단이사장 변신한 柳
유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 강의실에서 열린 이·취임식을 통해 공식 취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넥타이를 맨 유 이사장은 전임 이사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나란히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친노(盧)진보 성향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유 이사장은 다양한 재주만큼 많은 이력을 가졌다. 대학 때는 민주화운동에 투신했고 1988년 당시 초선의원이었던 이해찬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독일 유학 후에는 작가, 시사평론가로 활동했으며 2000~2002년까지 MBC 토론 프로그램인 ‘100분토론’ 사회자를 맡기도 했다.
유 이사장이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한 것은 2002년 절필을 선언한 이후다. 그해 개혁국민정당 창당을 주도한 유 이사장은 2003년 경기도 고양시 덕양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16대)에 개혁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17대에는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재선에 성공했다. 2003년 첫 국회 등원 때 벌어진 일명 ‘백바지 사건’은 그의 자유분방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흰색에 가까운 베이지색 면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국회의원 선서를 하기 위해 본회의에 출석한 유 이사장은 동료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유 이사장은 다음날 정장을 입은 후에야 의원 선서를 마칠 수 있었다.
정계를 은퇴한 유 이사장은 작가·방송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청춘의 독서’,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 현대사’, ‘어떻게 살 것인가’ 등 다양한 베스트셀러를 내는 한편 ‘썰전’, ‘알쓸신잡’ 등 다양한 방송에도 출연했다. 최근에는 전남 향토기업인 보해양조의 사외이사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다양한 경험을 살려 노무현재단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지금껏 재단이 노 전 대통령 추모 및 애도에 무게를 실었다면 이제는 노무현의 생각을 널리 확산시키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정파 울타리를 넘어서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와 번영, 사회 정의의 실현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기꺼이 껴안을 수 있도록 (재단을)발전시켜 나가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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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이사장은 이날 이취임식과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수차례 “임명직 공무원이 되거나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는 절대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정계복귀설에 대해 미리 확실한 선을 그은 것이다. 또 “며칠 간 언론 기사를 보니 ‘의지의 문제가 아닌 상황의 문제’라고 하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정치는 의지의 문제”라며 “어떤 상황이 요구해도 의지가 있어야 한다. 공직선거 출마 또는 공무원이 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사장직을 강권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 역시 “항간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제 생각으로는 유시민은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유 이사장의 (작가로서의) 활동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에 하고 싶어 하는 뜻을 존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사장직을 수용했다는 자체가 정치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도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며 “유 이사장이 개인의지로 정계복귀를 거절할 수 있었다면 친노 세력의 가장 대표성을 가진 이사장직을 끝내 안 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개인 의지로는 현실정치를 하고 싶지 않았으나 상황을 거스르지 못했다”며 “유 이사장 본인이 아무리 개인의지를 강조한다고 봐도 정치적으로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