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내민 평화의 손, 프란치스코 교황이 맞잡았다

현지시간 18일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한반도 평화 논의
文, 북미중재 이어 교황·북한 평화 메신저 역할
비핵화 교착국면 교황 방북 히든카드로 승부수
마크롱·교황 이어 ASEM 기간 중 英·獨과 정상회담
  • 등록 2018-10-18 오후 8:33:49

    수정 2018-10-18 오후 8:33:49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로마=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은 한반도 평화국면을 되돌릴 수 없는 카드로 만들기 위한 속도전의 일환이다. 역사적인 남북·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진전과 종전선언 및 제재완화를 둘러싼 남북미 3국간 불협화음을 잠재우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의 강력한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교황청 특별미사 이후 기념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 예방에서 △한국에서 가톨릭의 역할 △한·교황청 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 등 3대 의제를 논의했다.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 요청에 대한 교황의 수락 여부였다. 교황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는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문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문 대통령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사실상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한바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중대한 분수령에 접어들었다. 文대통령 역사적인 교황 예방…한반도 평화정착 관심 당부

문 대통령은 현지시간 오전 11시 59분께 성베드로 광장을 가로질러서 캄파네 문을 통과한 뒤 정각 12시에 교황궁에 도착해 간스바인 궁정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 교황 의장단과 인사를 나눈 뒤 교황청 측 의전관의 안내로 2층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와 인사를 나눈 뒤 교황서재로 입장해 기념촬영을 한 후 수행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단독 면담을 이어갔다. 교황 예방은 배석자가 없는 게 원칙이라서 수행원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한현택 신부가 통역으로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파롤린 국무원장과 면담에서 교황과의 논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한국과 교황청 협력 강화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기간 중 논의된 사항을 잘 챙기겠다며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文, 북미중재 이어 ‘북미 중재’ 文, 교황청·北 평화 메신저…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가속화

북미대화를 중재했던 문 대통령이 다시 평화의 메신저로 나섰다. 김정은 위원장의 희망대로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까. 당장 교황의 내년 일본 방문 가능성 때문에 북한도 비슷한 시기에 방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세계평화에 끼친 교황의 기여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1998년 쿠바 방문에 나선 성 요한 바오르 2세는 “쿠바는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세계는 쿠바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2015년 쿠바·미국·유엔본부 연쇄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 정상화에 기여했다. 종교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권위를 갖춘 교황의 중재는 특정국가의 일방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 북한에는 비핵화 진전 및 인권보호와 종교자유를, 미국에게는 제재 해제와 인도적 지원 등을 촉구할 수 있다.

만일 문 대통령의 중재 이후 북한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고 교황청이 이를 수용하면 ‘교황 방북’은 현실이 된다. 기대 효과는 적지 않다. 북한은 세계무대에 사실상 정상국가로 데뷔하고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는 보다 가속화될 수 있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북한은 종교자유가 없고 인권 수준이 척박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교황 방북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과거 북한에서 순교한 천주교 성직자들의 유해와 유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대화 분위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에 사제가 없다는 점에서 교황의 방북 성사시에는 평양교구장 서리인 염수정 추기경의 동행도 점쳐진다. 다만 북한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구두로 교황 방북을 요청했지만 이후 공식 초청장은 전달하지 않으면서 유야무야된 바 있다.

文대통령, 비핵화 외교 유럽순방 …마크롱 대통령 이어 영국·독일 총리와 회동

문 대통령의 유럽 5개국 순방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촉진을 위한 수단으로 종전선언 실현 및 제재완화 필요성을 언급해온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실질적인 영향력 발휘가 가능한 유럽의 지도자들을 만나왔다. 교황청 방문에 앞선 프랑스 국빈방문 과정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UN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하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아셈)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각각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 외교전에 나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은 물론 국제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주요국 지도자들을 접촉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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