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취임 후 최대 외교적 성과…‘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견인’(종합)

18일 교황청 방문 계기로 프란치스코 교황 단독 예방
교황, 김정은 방북요청에 “나는 갈 수 있다” 사실상 수락
文대통령 한반도 평화구상 ‘탄력’…비핵화 국면 중대 분수령
  • 등록 2018-10-18 오후 9:34:40

    수정 2018-10-18 오후 9:34:40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한 뒤 교황이 선물한 묵주 상자를 들고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로마=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습니다.”

유럽 5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간 18일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교황의 방북 승낙을 얻어내면서 취임 이후 최고의 외교적 성과를 올렸다. 베를린구상 발표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중재해 지난 6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성공한 것을 뛰어넘는 성과다. 특히 6월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맞교환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온 북미간 후속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이번 유럽순방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특히 프랑스 국빈방문 당시 기대를 모았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제재완화를 통한 비핵화 촉진’ 구상을 밝혔지만 한불 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교황이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좌고우면하지 않은 채 곧바로 방북 의사를 밝히면서 문 대통령은 엄청난 외교적 선물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 기대 이상의 파격 성과다.

文대통령, 40분간 교황 단독 예방…김정은 방북초청 의사 전달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59분께 성베드로 광장을 가로질러서 캄파네 문을 통과한 뒤 정각 12시에 교황궁에 도착했다. 아후 간스바인 궁정장관의 영접을 받은 뒤 교황 의장단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어 교황청 측 의전관의 안내로 2층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눈 뒤 교황서재로 입장해 기념촬영을 한 후 수행원들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단독 면담을 이어갔다. 교황 예방은 배석자가 없는 게 원칙이라서 수행원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한현택 신부가 통역으로 배석했다. 문 대통령의 교황 단독 예방은 12시 5분부터 45분까지 이뤄졌다. 이후 10분간 선물교환을 포함한 양측 수행원 인사와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교황은 문 대통령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탈리아어로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은 이에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라며 “저는 대통령으로서 교황청을 방문했지만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주교시노드 기간 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하게 해주셔서 배려에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한 뒤 선물로 준비한 성모마리아상과 예수 그리스도 부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교황 “초청장 오면 무조건 응답…나는 (북한에) 갈 수 있습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예방 종료 이후 로마 현지 프레스센터에 비공개 대화 내용을 전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교황의 방북 승낙 여부였다. 유럽순방에 앞서 문 대통령이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교황의 방북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이 교황의 평양방문을 환영할 것이라는 내용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이미 사전에 공개됐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교황은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는 문 대통령의 조심스러운 제안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황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막강한 영향력과 권위를 고려할 때 베를린구상 발표 이후 한반도 평화에 주력해온 문 대통령의 대내외적인 위상도 보다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황은 이날 면담에서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응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화록 전문

다음은 윤영찬 수석이 전한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면담 대화록 전문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교황께서 평창올림픽과 정상회담 때마다 남북평화를 위해 축원해주신데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오히려 내가 깊이 감사하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

●프란치스코 교황 “문재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 “지난 1년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어려운 고비마다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또 새겼다. 그 결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 교황을 만나뵐 것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의사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먼저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개인적으로는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로서 존경하는 교황을 직접 뵙게 되어 큰 영광이다.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 및 위안부 할머니, 꽃동네 주민등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신데 대해 감사하다”

●프란치스코 교황 “당시 한국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아있었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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