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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2박3일 일정을 상당부분 함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두 사람의 호흡이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지 주목된다.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감색 투피스를 차려입은 리설주 여사는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 여사를 직접 맞았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난 이후 5개월만에 반갑게 재회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순안공항에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오는 길에도 이어졌다. 두 내외는 공항에서 다른 차를 타고 이동했으나, 1시간 뒤인 영빈관에 도착할 때는 같은 차에서 내렸다. 중간에 카퍼레이드를 하며 차량을 바꿔 탔기 때문이다. 옆 좌석에 동승한 두 사람은 다시 친밀한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두 퍼스트레이디는 오후 2시40분께 대동강 인근에 위치한 옥류 아동병원으로 향했다. 이 곳은 북한이 자랑하는 아동병원으로 6층 규모의 건물에 180여 명의 의사가 진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병원 내 엑스레이(X-ray)실과 시티(CT)실을 둘러봤다. 아울러 체육지도실에 들러 아이들과 간단한 체육체험도 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현장 동선을 마지막으로 체크하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 부부장은 김 여사가 병원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의사 등 현장 관계자들의 동선을 체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최종 점검을 마친 후 김 여사가 오기 직전 병원을 떠났다.
리 여사는 남측 특별수행단과 일일히 환담을 나누며 살뜰히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수행단들에게 재치있는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 메이커’역할을 자처했다.
박종아 아이스하키 선수와 만나 “온 겨레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고 칭찬을, 현정화 탁구대표팀 감독과 만나선 “손 한번 잡아보자. 여성들이 남북관계에 앞장서고 있다”고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마술사 최현우씨를 만나선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농담을 던지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후 북한 최고의 음악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에 들렀다. 두 영부인은 남측에서 특별수행단 자격으로 동행한 가수 에일리·지코, 작곡가 김형석과 함께 음악 수업을 참관했다. 또 음악 동아리의 오케스트라 공연도 둘러봤다. 김 여사는 대학 캠퍼스 안에 맺힌 왕다래 열매를 보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꽃과 과일을 보며 느낀다”며 “풍성하게 열린 과일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혀지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리 여사 “역시 지금 하고 있는 회담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정상회담을 응원했다.
김 여사와 수행단은 아리랑 등 총 3곡을 편곡한 합창단 공연도 감상했다. 작곡가 김형석 씨는 “편곡한 음악이 참 좋았다. 가야금의 조화가 몰입감을 주고 웅장함에 압도됐다”며 공연 감상평을 전하며 “내년 3·1절이 100주년을 맞는데 남북 음악인이 함께 부를 노래를 만드는 것이 어떻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남북 ‘퍼스트레이디’가 평양에서 공식 일정을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남북회담 당시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 여사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공식활동에 자주 동행하며 이전의 퍼스트레이디와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