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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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북미대화 재개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본격화하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북미대화 중재자 역할을 해온 문 대통령은 15일 싱가포르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을 갖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조율했다. 종전선언과 제재완화 등 미측의 상응조치를 앞세운 북한과 보다 완전한 비핵화 조치 이행을 북측에 촉구한 미국의 갈등을 조정해 북미를 다시 대화테이블로 유도해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싱가포르 방문 기간 동안 외교안보 일정에 바빴던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GS건설의 싱가포르 현지 지하철 공사현장도 찾았다. 한국과 아세안의 경제협력 확대라는 신남방정책의 실천 현장을 둘러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싱가포르 현지의 궂은 날씨에도 현장을 찾아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현대자동차의 충칭공장 및 삼성전자의 인도 휴대폰 생산기지를 방문해 국내 기업인들을 격려한 바 있다.
文대통령 “한미동맹, 우리 외교정책의 근간” 강조에 펜스 “한미공조 어느 때보다 공고” 화답
남북·북미관계는 지난해 일촉즉발의 위기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다만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지난 6월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상황은 제자리 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디테일의 악마’라는 덫에 걸려 제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분수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 및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라는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해소되면서 북미대화 진전을 위해 한미공조가 중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이날 면담이 주목받은 이유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정책의 근간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굳건할 것”이라고 말했고 펜스 부통령도 “한미동맹은 그 어떤 때보다 공고하다”고 화답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싱가포르 현지 브리핑에서 “두 사람은 당면한 2차 북미정상회담과 그를 위한 실무 협상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접점 마련이 쉽지 않는 대북제재 완화 및 종전선언 이슈보다는 남북관계, 한반도 비핵화, 북미대화 등 큰 틀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공감대를 이뤘다. 펜스 부통령은 특히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1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때와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대목이다.
文대통령 “대·중기 상생협력, 해외시장 개척 원동력” 극찬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EAS)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현장을 찾았다. 싱가포르 방문 기간 중 사실상 유일한 경제 관련 일정이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곳은 싱가포르의 새로운 지하철 노선인 톰슨(Tomson) 라인의 일부로 2조원 규모의 세계 최초 빌딩형 차량기지다. GS건설을 비롯해 삼보ENC, 동아지질, 삼정스틸 등 국내 대·중소기업이 함께 건설 중이다. 아세안 국가들의 인프라 확충으로 신남방지역의 건설·인프라 수주액이 중동지역을 넘어섰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장방문에서 대·중소기업의 동반 해외진출을 격려하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중견기업인 삼보ENC가 협력업체로 참여하면서 GS건설의 공사수주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 문 대통령은 “수많은 공정으로 이루지는 건설공사야말로 각 기업의 전문성과 유기적 협력이 중요한 분야”라면서 “대·중소기업간 협력은 물론 금융기관, 정부 등 다양한 주제와의 상생협력이 해외 시장 개척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정부도 대중소기업 동반진출, 고부가가치 투자개발사업 진출 활성화, 인력·금융·정보제공 등 역량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