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前 '죽음의 레이스' 재연되나…유가 폭락에 떠는 시장

2014년부터 2년 남짓 유가 1/5 폭락
정치적 역학관계에 좌우된 국제유가
"원유값 예측 어렵다…불확실성 커"
하향 안정 or 재차 반등 전망 와중에
본격 약세장 진입 가능성 배제 못해
유가 하락發 强달러, 금융시장 촉각
  • 등록 2018-11-14 오후 6:40:00

    수정 2018-11-14 오후 8:40:43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국제유가는 금융시장에서도 손꼽히는 불확실성 상품이다. 최근 5년간 국제유가 추이만 살펴봐도, 이는 확연해진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5년 전 이맘때인 2013년 11월 당시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 다른 유종인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는 100달러 초반대에 거래됐다. 지금으로서는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비싼 값이다.

놀라운 건 그 이후다. 불과 1년 남짓 이후인 2015년 초반. 유가는 40달러 초반대로 반토막이 났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6년 초반에는 20달러 후반대까지 또 급전직하했다. 가히 ‘죽음의 레이스’라고 할 만하다. 2년여 만에 가격이 5분의1로 떨어진 걸 일반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원유는 그런 상품이다. 원유는 열심히 노력한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우디 같은 몇몇 중동 국가들이 발언권 강화를 위해 만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이를 둘러싼 주요국의 정치적 역학관계가 얽혀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원유 수요만 가지고 가격을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원유수입국인 한국 입장에서 유가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가 시장을 누르다보니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했다.

정치적 역학관계에 좌우된 국제유가

최근 유가가 돌연 급락하면서 다시 시장에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달 3일(현지시간) 배럴당 76.41달러까지 급등했던 WTI 가격은 13일 55.69달러까지 떨어졌다. 한달 남짓한 기간 27.12% 내린 것이다. 통상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Bear Market)’으로 부른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도 24.13%(86.29달러→65.47달러) 내렸다. 국내 수입 비중이 80%가 넘는 두바이유 역시 한달 남짓 사이 18.90%(84.44달러→68.48달러) 급락했다.

이번 약세장도 감산 가능성을 내비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가 하락을 원하는 미국간 신경전으로 빚어졌다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배럴당 60달러보다 더 낮은 유가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폭락의 트리거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추후 유가 방향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2014년처럼 약세장이 본격화 할지, 아니면 하향 안정화할지, 얼마전 100달러 전망처럼 다시 반등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 증시가 부쩍 흔들리는 것도 유가 불확실성의 여파라는 평가다.

시장은 일단 다음달 6일 OPEC 정례회동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사우디가 다음달부터 하루 50만배럴 감산을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통해 “사우디와 OPEC은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 산유국들이 공급 과잉 전망을 둘러싼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지가 최대 관심사”라고 했다. 황 연구원은 WTI 가격(현재 55.69달러)이 50달러 밑으로는 내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본격 약세장 진입 가능성 배제 못해

다만 예상과 달리 약세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유가가 하락할 때 달러화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97포인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만 달러화 가치는 7~8% 상승했다. 2014년 유가 폭락장 당시 13% 가까이 급등한 전례를 떠올릴 법하다.

요즘 강달러는 국제금융시장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최근 “주식 매도세 뒤에는 강달러 흐름이 숨어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두 달 동안 미국 다우지수와 국내 코스피지수가 하락세인 건 유가와 달러의 상관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시장 불안은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더 타격이다. 미국의 나홀로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가 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는 탓이다. 약(弱)달러를 바탕으로 신흥국으로 갔던 투자자들이 강(强)달러에 자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자본 유출 압력이다. 올해 들어서만 자국 통화가치가 48.39% 급락한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다.

한국 역시 이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6.37% 하락했으며, 코스피 지수는 16.60% 내렸다. 또다른 금융시장 인사는 “(자본 유출과 관련된 이슈에서는) 환율 급등(원화값 급락)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도 최대 명절인 ‘디왈리’ 축하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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