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10,000건 이상
- 브릿지바이오, 세 차례 IDMC 개발 지속 권고에 “임상시험 성공 자신”
-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신약 연구개발 전문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이하 ‘브릿지바이오’)는 전날 개최된 제3차 독립적인 자료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e, IDMC)로부터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제2상 임상시험을 지속하도록 권고 받았다고 19일 밝혔다.지난 1월의 제2차 IDMC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 이번 회의에서 지난 달 14일을 기준으로 집계된 시험대상자 75명의 유효성 및 안전성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약물의 안전성이나 효과와 관련한 우려 없이 임상시험을 계획대로 이어나가도록 권고했다는 설명이다.IDMC는 특발성 폐섬유증과 같은 중증 질환에서 이중맹검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전문가들이 눈가림 해제된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감시한다. BBT-877의 IDMC 위원회는 미국과 유럽의 특발성 폐섬유증 질환 전문가 및 통계학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사는 중증 질환 및 고령의 임상 참여 환자군 특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모니터링 빈도를 늘려 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3차 회의에서는 임상시험의 전체 목표 환자 수인 120명의 절반 이상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시험 지속을 권고받게 돼, 임상시험 성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앞서 회사는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10위권 빅파마 5곳과 BBT-877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한 사업개발 회의를 진행했으며, 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IDMC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시험 가속화는 물론, 조속한 사업화를 위해 매진할 계획이다.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지난 회차에 이어 개최된 제3차 IDMC를 통해 임상 개발 지속을 권고받으며, 약물의 종합적인 경쟁력을 재확인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최근 확보된 경쟁 약물과의 간접 비교 데이터를 토대로 조속한 사업화 성과 창출을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BBT-877은 신규 표적 단백질인 오토택신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 후보물질로, 지난 해 4월 첫 시험 대상자 투약 개시 이후 현재까지 92명의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를 모집하여 목표 인원의 약 75%에서 BBT-877의 유효성, 안전성 및 약동학적 효력 등을 탐색 중이다. 해당 과제는 지난해 1차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임상 2상 단계’ 부문 신규 지원 과제로 선정돼 국가신약개발사업단(단장 박영민)의 지원을 받고 있다.
- 민간경력 국가공무원 올해 180명 선발
-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인공지능·데이터 기반행정, 우주항공 정책 등 변화하는 행정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경력자 180명을 국가공무원으로 선발한다.인사혁신처는 이같은 내용의 ‘2024년도 국가공무원 5·7급 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 시행계획’을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19일 공고했다.올해 선발인원은 5급 50명, 7급 130명이다. 주요 선발 직무는 △인공지능 정책·본보기(모델) 개발 △데이터 기반행정 △우주항공정책 △보건의료정책 △의무 △약무 △수의 △재난·안전관리 △재해보상·보훈 △법제 및 송무 등이다.주요 선발 직무분야.(자료=인사혁신처)‘민간경력자 일괄채용시험’은 다양한 현장경험을 가진 민간 전문가를 선발해 공직 개방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채용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1년 5급 선발에 이어 2015년 7급까지 확대했다. 2023년 기준 총 2178명이 40여개 중앙부처에서 근무하고 있다.응시 자격은 선발 단위별로 정해진 경력, 학위, 자격증 등의 요건 중 1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응시원서는 오는 6월3~11일 온라인(사이버국가고시센터)으로 접수하며, 필기시험(7월27일), 서류전형(9월), 면접시험(11월)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발표(12월)한다.선발 단위별 세부 응시자격 요건, 원서제출 방법, 시험 일정, 편의 지원 신청 등 자세한 내용은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게시된 시험계획 공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김성연 인사처 인재채용국장은 “현장에 맞는 정책,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접점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우수 인재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민간에서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펼쳐 낼 역량있는 민간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르포]한국타이어 '기술력' 자신감 원천…테크노돔·플렉스·링 가보니
- [판교·대전·태안=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서울에서 차량으로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한 대전 유성구의 한국타이어 ‘한국테크노돔’. 지난 16일 찾은 이곳 연구소는 윤슬이 반짝이는 인공 연못이 건물을 감싸 안은 설계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영화에서 봄 직한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여 내부가 훤히 보이는 커다란 타원형의 회의 공간이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회의 공간은 마치 미래 시대의 어느 첨단 연구소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대전 한국테크노돔 건물 외부.(사진=한국타이어)한국테크노돔은 한국타이어의 혁신 인프라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하이테크 연구소다. 최상의 타이어를 만들기 위한 첨단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곳으로 미국과 독일, 중국, 일본에 있는 해외 4개의 연구소를 진두지휘하는 글로벌 연구개발(R&D)의 핵심 축이다. 한국테크노돔은 세계적인 하이테크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의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설계를 맡았다. 한국타이어의 핵심 가치인 ‘혁신’과 ‘미래 지향성’을 형상화했다는 설명이다.대전 한국테크노돔 내 원형 모양의 회의실 모습.(사진=한국타이어)◇한국타이어 기술력 원천…‘한국테크노돔·플렉스·링’이날 찾은 한국테크노돔에서는 타이어 재료 시험실부터 무향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실 등 주요 시설을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었다. 먼저 배합실 내부에는 긴 검정 가죽 서너 개가 건조대에 걸려 있었다. 다양한 원재료를 배합해 만들어 가류(타이어를 쪄내는 것)되기 전의 타이어 패턴 조각이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다양한 레시피로 배합한 타이어를 쪄낸 뒤 쪄낸 고무를 가지고 재료 시험실에서 최적의 배합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벽면이 전부 흡음재로 둘러 쌓여 있는 무향실에서는 각각의 노면에서 타이어 외부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다. 세이프티 워크, 스무스 아스팔트, 러프 아스팔트 등 각각 다른 세 가지 노면 타입이 돌아가며 타이어와 노면이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소음을 측정하고 연구한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실에는 제네시스 쿠페 실차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실차시험 전에 서킷, 차량, 탑승자, 타이어 데이터를 입력해 각각의 조건에서 타이어가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내는지 사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전 한국테크노돔. 아래쪽이 지하 1층 직원 복지 시설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1층 양옆 공간이 시험실 모습이다.(사진=한국타이어)한국타이어는 한국테크노돔이 타이어 연구부터 원천기술 확보, 친환경 타이어와 미래 드라이빙 기술까지 하이테크닉의 혁신을 선도할 수 있는 원천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구본희 한국타이어 연구개발혁신총괄 부사장은 “현재는 매출액 기준으로는 글로벌 7위인데 기술력으로 보면 글로벌 ‘톱3’에 들어왔다고 본다”며 “그동안 혁신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꾸준히 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R&D 비용은 2028억원으로 전년보다 7.7% 증가했다.태안 한국테크노링.(사진=한국타이어)R&D 센터인 한국테크노돔뿐 아니라 한국타이어의 테스트 트랙인 한국테크노링 역시 아시아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할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부지면적 126만㎡로 축구장 약 125개 크기의 이 곳에서는 최고 속도 시속 250㎞ 이상의 고속 주행 테스트가 가능하다. 전기차, 슈퍼카용 타이어와 같이 혁신적 신제품 개발 등에 필요한 타이어 성능 테스트가 이뤄진다.판교에 있는 한국타이어 본사 ‘테크노플렉스’는 4개의 글로벌 지역본부와 30여개 해외지사, 8개 생산시설, 5개의 R&D센터를 총괄하는 글로벌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테크노플렉스 역시 미래지향적인 ‘스마트 오피스’를 지향하고 있다. 건물 가운데가 원형으로 개방돼 있어 층과 층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구성원끼리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공간이 구성돼 있다.판교 한국테크노플렉스 업무공간.(사진=한국타이어)◇“글로벌 위상 높일 것…2030년 8대 중 1대는 ‘아이온’ 장착”한국타이어는 지난 16일에서 17일까지 이틀에 걸쳐 한국타이어 본사인 판교 한국테크노플렉스, 대전 한국테크노돔, 태안 한국테크노링을 둘러보는 미디어 투어를 진행했다. 회사의 주요 시설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유기적 공간으로 설계된 테크노플렉스, 미래 신기술을 연구하는 테크노돔, 압도적인 규모의 최첨단 테스트 센터 테크노링 등 주요 시설들의 인프라가 한국타이어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박정호 한국타이어 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 부사장이 16일 판교 한국테크노플렉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한국타이어)이 같은 인프라를 통해 시장 지위를 더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호 한국타이어 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 부사장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7위 수준인 매출액이 2026~2027년에는 세계 ‘넘버 5’ 또는 ‘넘버 4’까지 바라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과 헝가리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약 1억1000만개까지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특히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 수요를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22년 5월 전 세계 최초로 풀 라인업을 구축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론칭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전체 신차용(OE) 타이어 중 30% 정도 되는 전기차 타이어 비중을 2030년까지 70%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박정호 부사장은 “2030년에는 전 세계 전기차 8대 중 1대는 아이온을 장착하고 운행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판교 한국테크노플렉스 전경.(사진=한국타이어)
- 韓우주의약품 공장 '성큼'…5월 준궤도·내년 2월 궤도검증 나선다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우리나라 우주의학 기업이 오는 5월 준궤도 비행과 내년 2월 궤도 비행을 통해 ‘우주의약품’ 공장 시대를 연다.스페이스린텍 상상도.(자료=스페이스린텍)정부가 오는 5월27일 우주항공청을 개청해 우주 산업화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로켓, 위성처럼 우주로 가는 수단이 아닌 우주 응용품이 제약바이오 산업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17일 스페이스린텍은 지난 2021년 창업이래 선보엔젤파트너스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은데 이어 최근 우리벤처파트너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로부터 총 4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아 누적 투자금 43억원을 바탕으로 우주의학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세계경제포럼(WEF)은 이달 발표한 인사이트 리포트를 통해 세계우주경제 시장 규모가 2035년 1조8000억달러(약 2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우주의학 사업은 이처럼 급성장하는 우주경제 시장에서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미국의 우주 기업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스(Varda Space Industries)는 지난 2월 우주에서 의약품을 만드는 실험을 위한 캡슐을 지구에서 성공적으로 회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9000만 달러(약 126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캡슐에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C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인 리토나비르(ritonavir) 결정이 들어 있었는데 우주 공간에서 결정성장을 한 뒤 지상 회수과정에서 제약생산물이 변성되지 않고 회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스페이스X, 보잉에 이은 연이은 기업의 회수 성공으로 우주에서도 제약바이오 산업 혁신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럽, 일본, 중국 등도 우주공간을 활용한 신약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스페이스린텍은 하버드의대 객원교수인 윤학순 대표가 미국항공우주국(NASA), 하버드대 의대와의 우주의학 연구 이력을 바탕으로 창업한 기업이다.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한덕철광의 수직갱도를 활용한 드롭타워를 구축해 지상에서 미세중력환경을 구현해 연구하고 있다.우주와 같은 미세중력환경이 중요한 이유는 약물을 만들 때 생성되는 단백질 결정이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아 지구에서보다 균일하고 고순도의 약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린텍은 제약사 등과 협력해 우주에서 약물이나 단백질 등을 위탁생산하는 ‘바이오 파운드리’ 역할을 할 계획이다.김병곤 스페이스린텍 기업부설연구소장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하버드대 의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과 진행하는 공동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실험할 플랫폼을 연구하고 실증할 계획”이라며 “오는 6월을 목표로 태백시 장성광업소 수직갱도를 활용한 세계 최장거리(약 900m) 드롭타워를 구축하고, 하버드대 의대와의 우주의학 공동연구소 개설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스페이스린텍은 다음 달 국내 발사체 스타트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에 우주의학위성 플랫폼을 실어 80km 상공으로 보내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내년 2월쯤에는 미국의 발사체를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플랫폼을 보내 실증 평가도 진행한다. 궁극적으로는 로켓에 우주의학실험을 위한 장치를 우주궤도에 보내 제조를 마친 뒤 캡슐을 회수해 구조기반 신약, 면역항암제 부문에서 신약개발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상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혁신 제약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김병곤 소장은 “5월에 제주도에서 준궤도 시험을 통해 시험기구의 동작 시험을 한뒤 이를 회수하는 첫 실험을 마치고, 순차적인 궤도 검증을 통해 인공위성처럼 지구 주위를 돌면서 무중력 환경에서 우주의약품을 생산한 뒤 지구에서 회수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적인 우주경제 시대에 대비해 국내외 저명한 연구기관들과 협력해 우주의학의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 어머니의 품 같은 山에서 자연의 겸손함을 배운다
- [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본보는 지난해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조성된 독일가문비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무주=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전북 무주의 덕유산 산행은 눈이 즐겁고, 마음이 포근해진다. 특히 4월에는 산과 길에 벚꽃이 만개해 있어 산행 자체가 보약 한첩을 먹는 듯한 힘이 난다. 덕유산(德裕山)은 덕이 많아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러운 산으로 불린다. 이름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병들의 길을 안개로 막아 산속에 숨은 백성의 목숨을 구했다는 전설이다. 그 뒤로 주민들은 이 산을 ‘광여산(匡廬山)’에서 ‘덕유산(德裕山)’으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조성된 독일가문비나무숲. (사진=박진환 기자)◇덕유산(德裕山), 덕이 많아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러운 산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있는 덕유산은 봄에는 벚꽃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높은 고도로 시원한 계곡이, 겨울에는 눈꽃여행지로 유명한 산이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을 향해 30㎞에 걸쳐 뻗쳐 있다. 북덕유에서 무룡산(1491m)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1507m)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20㎞가 넘는다.신라와 백제 사이에 문화교류를 하던 관문인 라제통문에서 향적봉에 이르는 계곡 일대에는 무주구천동 33경이 산재해있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계류가 북쪽의 무주로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에 유입되는데 설천까지의 28㎞ 계곡이 바로 무주구천동이며, 예전부터 전국에서 알아주는 여름휴가지이다.어머니의 품처럼 누구에게나 포근한 느낌을 주는 명산이지만 구한말에는 일본에 항거해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의 은신처이자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 덕유산 의병길은 덕유산에 의지해 의병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곳이자 한을 품고 쓰러져간 안타까운 곳이다. 덕유산 칠연의총에서는 의병장 신명선의 의기와 한이 서려있다. 대한제국 시위대 출신인 신명선은 1907년 정미7조약이 체결된 후 군대가 해산되자 덕유산을 중심으로 동지들을 규합해 의병장이 됐다. 신 의병장과 의병들은 전북 진안과 장수, 경남 거창과 함양 등을 오가며 숱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1908년 4월 칠연계곡에서 전열을 가다듬던 중 일본군 토벌대의 기습을 받아 신명선과 휘하 의병 150여명이 모두 전사했고, 당시 살아남은 의병 중 한명이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유해를 수습, 송정골에 안치한 것이 지금의 칠연의총이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조성된 독일가문비나무숲 안내판. (사진=박진환 기자)◇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리기다나무·편백나무·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 자랑덕유산의 아픔을 뒤로하고, 목적지인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에 들어섰다. 이 휴양림은 전북 무주군 무풍면 구천동로 일원에 744㏊ 규모로 1991~1993년 조성됐다. 17동·36실·17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함께 야영·교육·위생시설 및 바비큐장과 산림생태텃밭 등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수종은 독일가문비나무, 리기다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특징이다.이 중 독일가문비나무는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의 최대 자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나무의 원산지는 유럽이다. 곧은 원뿔 모양의 수형이 아름다워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흔히 이용하는 나무가 바로 독일가문비나무이다. 독일 서남부 산악지대를 검푸르게 뒤덮고 있는 흑림도 이 나무가 주종이다.독일가문비나무가 덕유산에 뿌리를 내린 시점은 1931년이다. 당시 일본은 홋카이도제국대학에 의뢰해 외래 수종의 생육에 적합한 지역을 찾기 위해 시험 삼아 이 일대에 독일가문비나무를 인공조림했다. 식민지의 땅 하나라도 더 수탈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100년 후 200여그루의 독일가문비나무는 덕유산의 명물이 됐다.독일가문비나무숲에 조성된 산책로. (사진=박진환 기자)◇독일가문비나무, 1931년 외래수종의 생육 시험…수탈 아픔 뒤에 명소로 재탄생산림청은 2000년부터 이 일대를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생태적 보전가치와 학술적 연구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해발 700m에 위치한 덕유산자연휴양림의 독일가문비나무숲은 1.2㏊ 면적에 200여그루가 울창하게 솟아 있었다. 평균 높이 30m로 가장 굵은 나무의 가슴높이 지름은 81㎝, 임목축적도 500㎥/㏊에 달한다. 산림청은 지난해 독일가문비나무숲을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했다.숲에 들어서자 원뿔 모양으로 곧고 높은 독일가문비나무가 방문객들을 앞도하고 있었다. 이 나무는 거인들의 열병식처럼 웅장하고 장쾌했다. 덕유산휴양림 내 독일가문비나무숲은 낙엽송과 잣나무 조림지와 이어져 있어 숲길의 향취를 다양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또 독일가문비숲과 같은 목적으로 1933년에 40㏊ 규모로 조성된 리기다소나무숲도 우람한 생장을 자랑하고 있었다. 리기다소나무숲의 하층에는 신갈나무와 산벚나무 등이 생장하며, 복층 숲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에는 독일가문비나무를 비롯해 낙엽송과 잣나무, 편백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조림돼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휴양림 입구에서 산벚나무가 방문객들에게 인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갈나무와 잣나무, 낙엽송에 이어 구상나무, 종비나무 등이 층층으로 연결돼 있어 국내외 어느 숲에서도 느낄 수 없는 다양함과 초록의 싱그러움이 넘쳤다. 오랫동안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을 지키고 있는 심규현(48) 산림주무관은 “덕유산휴양림의 가장 큰 장점은 입지로 독일가문비나무가 명품숲으로 이뤄지면서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그간 편백나무와 자작나무,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등을 순차적으로 조림해 현재 모두 완료한 상태로 이제 20여년간 잘 가꾸면 더 울창한 숲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설치된 야외 데크 야영장. (사진=박진환 기자)주변 산촌에 거주하는 주민들과의 협력사업도 휴양림이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다. 심 주무관은 “예전부터 인근 산촌에서 채취한 임산물 등 특산물 판매에 앞장섰고, 숲가꾸기를 통해 나온 나무들을 판매하고 있다”며 산림 경제의 선순환 구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산불예방 및 진화에 인근 산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으며, 휴양림에서는 그에 대한 대가로 고로쇠 및 송이버섯 등의 임산물 채취권을 주민들에게 허용하면서 산촌경제의 상생모델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에서 근무 중인 심규현 산림주무관(왼쪽)과 전영숙(오른쪽)·정공례(오른쪽 2번째)숲 해설가, 박한균 산림청 대변인실 주무관이 독일가문비나무숲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산림청, 인근 산촌경제 활성화 주력…생태 관광 프로그램 개발 나서또 인근 주민들을 휴양림에서 채용,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산림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었다. 독일가문비나무숲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숲속의 야외 데크 야영장이 조성돼 있었다. 인공조림 외에 생강나무와 층층나무, 노린재나무와 개옻나무 등 교목과 관목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사계절 신선한 휴식처가 바로 야외 야영장이었다. 인공조림을 한 초창기에는 임산물 채취를 위해 잣나무 식재를 많이 했다면 이후에는 자작나무, 편백나무 등으로 빠르게 수종 전환이 이뤄지고 있었다.심 주무관은 “과거 국토녹화 시기에는 빨리 자라는 나무를 식재했고, 이후 임산물 채취가 가능한 나무에서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만한 나무까지 왔다가 최근에는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할 수 있는 나무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울창한 숲이 주는 가치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경제적 가치에 더해 수치화할 수 없는 굉장한 가치가 숨어 있어 숲의 가치가 아직도 저평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숙박시설. (사진=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제공)덕유산휴양림에서 숲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전영숙(62)씨와 정공례(58)씨도 “독일가문비나무숲 중앙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트레킹의 마지막 코스로 명상을 한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 편안함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적지 않다”면서 “어린아이들도 처음에는 싫다고 하다가도 한번 하면 또 오고 싶다고 하면서 성향 자체가 변화한다. 이것이 바로 숲이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전영숙·정공례 숲 해설가는 “독일가문비나무는 나이가 들면 줄기와 잎이 아래로 처져 있다. 결국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는 것을 자연이 알려주는 것”이라며 “매일 숲에 오면서도 매번 배우는 것은 자연에서 배우는 겸손함”이라고 입을 모았다.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산림문화휴양관. (사진=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제공)산림청은 국립덕유산자연휴양림 내 독일가문비나무숲과 지역 산촌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들을 기획,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독일가문비나무숲을 중심으로 한 숲 해설과 야생 동식물 관찰, 사진 촬영 투어, 명상 프로그램 등 생태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또 독일가문비나무숲과 연계해 지역에서 계절별로 다양한 축제나 행사 개최를 지원하고, 지역 특산품인 반딧불 사과, 오미자 등의 판매 장터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봄과 가을, 겨울 등 독일가문비나무숲의 다양한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계절·테마별 탐방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다. 장영신 산림청 산림휴양치유과장은 “앞으로 독일가문비나무숲을 활용한 산촌경제 활성화 사업을 다각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