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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野, 민주유공자법·가맹법 본회의 직회부…與 “오만한 입법 폭주”(종합)
- [이데일리 김기덕 경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안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의회 폭거”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정무위 전체회의를 열어 민주유공자법 제정안과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를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유공자법은 5·18 민주화운동처럼 별도의 특별법이 없는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가족도 유공자로 예우하는 법이다. 가맹사업법은 사업자인 가맹점주에 노동조합 권한인 단체 교섭력을 부여하고, 가맹본부가 협의에 불응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무위 전체회의에 불참했던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회 정무위 여당 간사인 강민국 의원은 이날 정무위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단독 의결한 민주유공자법과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의회 폭거이자, 숫자만 믿고 폭주하는 입법 독재”라며 “막장 정치와 입법 횡포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은 민주유공자법을 ‘가짜 유공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 의원은 “민주유공자법은 대표적인 공안사건이자 반국가단체로 판결받은 남민전 사건, 경찰관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의대 사건, 전교조 해체 반대 운동 등 관련자까지 민주 유공자로 만들 수 있는 법안”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강 의원은 이어 “민주당에서는 별도의 위원회를 통해 가짜 유공자를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민주유공자 심사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도 부재하고, 명단과 공적 모두 사실상 깜깜이인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걸러낼 수 있냐”고 반박했다. 여당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의 일상화’를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강 의원은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해 점주의 권한이 커질 수 있지만, 하나의 프랜차이즈에도 다수의 ‘복수 노조’가 생길 수 있다”며 “관련 업계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민주당에 간곡히 호소했지만, 상임위에서 심사 한번 없이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지난 정부에서도 처리하지 않았던 법안들을 지금에서야 강행하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사회적 갈등의 책임을 집권 여당의 탓으로 돌리고, 대통령에게는 거부권을 행사하게 하는 부담을 주려는 의도”라고 일갈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 "정치 논쟁에 대책은 뒷전"…세월호 10주기, 아직 먼 `안전사회`
-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생명’과 ‘안전’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0년간 ‘안전 사회’를 요구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는 높아졌지만, 대형 재난 참사는 전국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지며 ‘안전 사회’는 아직 묘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각종 재난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며 재난 자체의 대책 마련 등을 소홀히 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재난 대응의 주체인 행정부의 책임 소재 등을 보다 분명하게 하는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매년 증가하는 ‘사회적 재난’…8년 새 174건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 국화와 노란 리본이 걸려 있다.(사진=연합뉴스)15일 행정안전부 ‘2022년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사회재난 사고는 총 174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에 사회적 재난 사고가 17건 발생한 뒤 이듬해 7건으로 감소했지만, 이후부터는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에 12건으로 반등하더니 2019년 28건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2022년에는 25건의 사회재난 사고가 발생했다. 사회재난이란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국가핵심기반의 마비 등으로 인한 피해를 의미한다. 그간 발생했던 사회적 재난으로는 △이태원참사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방음터널) 화재 △광주 공사 중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등이 있다.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재난이 갈수록 끊이지 않으며 인명피해와 재산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행안부의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4년 사회적재난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96명이었는데 2022년 2만6574명으로 급증했다. 재산피해도 같은 기간 531억원 수준에서 7조1501억원으로 급증했다.매년 사회적 재난이 줄어들지 않고 반복되는 데는 재난을 정쟁화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구체적인 책임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정치적인 논란을 자초하면서 ‘행정기관이 왜 재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충분한 대응을 못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선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이에 또 다른 재난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재윤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열린 ‘2023 국가비전 입법정책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행정의 기능부전과 국가의 책임’이란 주제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수사기관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됨에 따라 재난의 대응과 수습에 관여한 공무원들의 개인적인 비난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이러한 맥락은 최종 판결로 확정되기 전에 정치적인 공방으로 확대돼 다시 ‘기관장이나 행정부 수반이 정치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형태로 귀결되는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재난 자체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라는 당초의 논쟁의 목적과는 무관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2020년 11월 발의된 생명안전기본법은 4년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이 법은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의 발생에 재난 및 주요 안전사고에 관한 주요 법령들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만들어졌다. 법안은 안전에 관한 모든 사람의 권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안전사고 피해자의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여야의 갈등 속에서 새로 시작될 22대 국회를 앞두고 폐기될 처지다.◇ “국민 불안 줄이려면…정부 투명한 대처도”사회재난 발생 현황.(자료=행정안전부 2022 재난연감)전문가들은 재난 대응의 주체가 행정의 영역인 만큼, 임무와 책임 등을 세분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재난은 상시로 발생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일차적인 대응의 책임은 행정에 있다”면서 “완전하지 않은 행정 기능 상태를 해소하려면 임무와 책임이 조직에 분명하게 귀속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식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또 안전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민관 차원의 노력과 재난 발생 시 정부의 투명한 대처 등을 조언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 교수는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관계자는 사고 재발 방지 시스템을 보완하거나 신설하고,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강화하겠다고 말한다”면서도 “가까운 미래에 유사한 안전사고가 줄어들 것이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안전의식 실천문화의 토대가 받쳐 줘야한다”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없앨 수 있도록 주기적인 안전 교육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의 시스템과 대응역량을 불신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안전 문제가 터졌을 때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이 투명하고 국민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경청하는 대응 역량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투명하게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피해자가족들과 소통하고 이들의 응어리를 풀어 주려고 하는 모습”이라면서 “사고가 안 터질 수 없는 이상 정부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응하는 모습이 바뀌어야 국민의 불안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파묘' 장재현, 오컬트 한우물 끝에 천만 감독…진화의 10년史[줌인]
- (왼쪽부터)‘검은 사제들’, ‘파묘’, ‘사바하’ 포스터. (사진=CJ ENM, 쇼박스, CJ ENM)[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항상 ‘내가 이 작품의 첫 관객’이란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다. ‘파묘’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를 만들기 직전 팬데믹을 겪었다. 발길을 끊었던 모든 관객이 극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체험적이고 화끈한 오락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이 초심이 변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파묘’ 개봉 전 장재현 감독이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바람이다. 그의 소망은 현실이 됐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가 개봉 32일 만인 지난 24일 2024년 첫 천만 영화에 등극한 것. 귀신, 악마 등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한 오컬트 영화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넘은 건 ‘파묘’가 처음이다. 역대 32번째 천만 영화이며, 한국영화를 기준으로 23번째다. 앞서 천만을 돌파한 ‘서울의 봄’(33일)보다 하루 빠른 기록이다.‘파묘’의 성취가 특별한 게 비단 ‘천만’이란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콘텐츠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극장 영화는 위축되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발달로 콘텐츠를 송출할 플랫폼은 많아졌다. 살길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꾀하는 감독들이 늘어난 만큼, 한 관심사에 깊이 파고들며 고유한 색깔을 내는 감독은 대신 더 드물어지고 있다. 장 감독은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10년 내내 오컬트 미스터리 한 우물을 팠다. 자신의 색깔과 철학을 지키며 상업적 성공까지 거머쥔 것이라 그 결실이 더욱 값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 세 작품 모두 오컬트이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꾀하며 성장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의미를 전했다.◇‘검은 사제들’로 대중적 성공…‘사바하’로 심오해진 세계장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 작품인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로 처음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에 도전했다. 이 이야기를 확장해 만든 첫 장편영화가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주연의 ‘검은 사제들’(2015)이다. 한국의 가톨릭 사제들이 악령에 빙의된 한 소녀를 구하고자 비밀리에 펼치는 구마 의식을 그렸다. 할리우드의 엑소시즘물에 한국적 색채를 적절히 결합한 뛰어난 캐릭터물로 주목받았다. 544만 관객을 모아 장재현이란 이름을 영화계와 대중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은 사실 전통 무속신앙에 빠져 만든 가톨릭 영화였다”며 “두 사제 캐릭터를 처음부터 무속인의 정체성으로 풀어나갔다. 무속신앙에 관심이 많았고, 그때 만난 많은 무속인들의 도움으로 다음 작품들도 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검은 사제들’은 대중적 성공을 거뒀지만, 평단의 환영을 받진 못했다. 서사가 단순하고 스토리의 연결성이 헐겁다는 지적을 받았다. 4년 뒤 장 감독은 두 번째 작품 ‘사바하’(2019)를 선보인다. 불교에서 파생한 사이비 신흥종교를 추적하는 기독교 목사가 주인공으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그릇된 믿음과 욕망의 비극을 그렸다. 기독교 신자인 장 감독 자신이 오랫동안 고민한 ‘신’과 ‘믿음’을 향한 근원적 질문을 녹여낸 작품이다. 지나치게 심오한 내용이 호불호로 작용해 239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상업적으로 실패했지만, 장 감독은 이 작품 덕에 자신의 세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 완성도 높은 서사와 숨은 상징,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재평가받았고, 장 감독의 절대적 지지층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장재현 감독. (사진=쇼박스)◇“감독은 진보해야”…캐릭터·서사에 메시지까지“‘이 사람이 했던 걸 안 했네, 발전하고 있구나’란 평을 듣는 게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다. 진보하는 게 감독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장 감독의 연출 철학이다. 장 감독은 전작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캐릭터와 서사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절충안을 고민했다. ‘파묘’가 세상에 나오는 데 5년이나 걸린 이유다.‘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다. 무당, 굿, 풍수 등 전통 토속신앙을 소재로 오컬트의 장르적 매력에 우리 민족의 한과 역사적 메시지를 담았다. 두 전작의 주인공은 남성 2인 1조였지만, ‘파묘’는 최민식, 유해진, 이도현에 홍일점 김고은까지 주인공이 넷이다. 배우들의 연령대와 비중도 고루 분배했다.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 ‘사바하’ 때 모아둔 무속신앙 아이디어를 전부 쏟아냈다”며 “캐릭터 면에선 부모와 자식세대가 서로 기댈 수 있는 협업을 원했다. 기성세대와 청년이 힘을 합해 후손이 살아갈 미래를 만들었으면 했다”고 설명했다.영화적 체험에서 중요한 현실감을 위해 어린 무당과 만신, 풍수사들을 직접 만나 캐릭터들에 반영했다. 본인이 직접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공부해 10여 차례의 묘 이장에 참여하기도 했다. CG 사용도 최소화했다.윤성은 평론가는 “‘파묘’는 구시대 유물로 여겨지던 우리 문화권의 영적 세계를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가공한 웰메이드 작품”이라며 “장재현 감독이 장르 영화에 메시지와 교훈까지 녹일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함으로써 점차 거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고 극찬했다.매 작품 뼈를 깎고 피 토하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10년간 오컬트 외길을 걸을 수 있던 장 감독의 원동력은 ‘신비로움을 향한 동경’이다. 장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보이지 않는 어두운 것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것이 보이는 것들만큼 인간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어두운 세계 속 평범하고 밝은 인물들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기이한 일을 겪은 당사자 대신, 문제를 해결하러 온 전문가나 소시민적 인물들을 늘 주인공으로 내세워온 취지다. 장 감독은 “‘파묘’는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움과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 작품”이라며 “다음 작품의 정답을 아직은 모르지만, 캐릭터와 서사의 밸런스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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