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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金) 욕조' 소문의 진실은…옛 대통령의 비밀별장을 가다[여행]
- 청남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대청호 전경 (사진=청남대 제공)[청주(충북)=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충북 청주는 여행지 측면에서 볼 때 그리 볼거리가 풍요로운 곳은 아니다. 도시 역사와 규모에 비해 이름만 들어도 여행 욕구를 샘솟게 만드는 ‘전국구’ 관광지가 적은 탓이다.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은 청주를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시켰다. 인기가 예전만 못하거나 방치 공간을 활용하는 ‘발 빠른 재창조 DNA’도 시나브로 축적됐다. 그래서일까. 봄의 한복판에 찾은 청주는 며칠을 머물러도 충분한 ‘꿀잼 도시’로 변모해 있었다.◇베일에 가려졌던 권력자의 비밀스러운 휴식처청남대에 있는 대통령기념관과 양어장 (사진=청남대 제공)근래 청주에서 가장 핫한 곳은 문의면에 있는 ‘청남대’다. 과거 대통령 전용 별장이던 이곳은 민간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던 국가 1급 경호시설이었다. 전체 규모도 국제 규격 축구장 250개를 합친 180만㎡에 이른다. 내부엔 본관과 별관, 대통령기념관, 오각정, 골프장(9홀), 양어장, 하늘정원, 음악분수, 역대 대통령 이름을 딴 14㎞ 길이 산책길 등이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대청호 인근에 마련된 청남대 골프장 (사진=청남대 제공)청남대가 대청호 주변에 들어선 결정적 계기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변 풍경을 칭찬하면서다. 대통령 의중을 파악한 경호실이 건설을 진두지휘하면서 1983년 6월 시작한 공사는 반년 만인 그해 12월 마무리됐다. 군사정권에서나 가능한 실로 엄청난 속도였다. 준공 이후 20년 가까이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쓰이던 청남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인 2003년 4월 18일 국가 1급 경호시설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대중시설로 개방됐다. 재임 중 딱 한 번 이곳을 찾은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았으면 개방 안 했을 것”이라는 농담으로 청남대에 대한 평가를 대신했다.청남대 본관 건물과 주변 전경 (사진=청남대 제공)지난 한 해에만 72만 명이 찾은 청남대의 하이라이트는 대통령의 침실이 있는 본관이다. 대통령 부부가 머물던 사적 공간으로 방탄유리부터 도청방지장치까지 철통 보안이 유지됐던 곳이다. 본관에 걸린 벽걸이 시계는 10시에 멈춰 있는데, 청남대를 일반에 개방하기 시작한 2003년 4월 18일 오전 10시를 기념한 것이다. 대통령의 침실이 있는 청남대 본관 로비.1989년부터 36년간 청남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찬중 청남대관리사업소 운영팀장이 들려준 비품 하나하나에 깃든 비하인드 스토리는 더 흥미롭다. “본관 회의실 카펫 가격은 평당 500만원인 수제품입니다. 천장 샹들리에는 오스트리아산인데 같은 제품을 만들지 못하도록 도면을 아예 폐기했어요. 1층 식당에 있는 의자도 대통령과 영부인이 앉던 의자에만 팔걸이가 있어요. 대통령 물품은 뭐가 달라도 특별했죠.” 청남대 본관에 있는 대통령 욕실에 있는 욕조. 수도꼭지, 밸브 등이 금으로 도금되어 있다.대통령 침실 입구 앞에는 은색 셔터가 설치돼 있다. 벽에 있는 ‘올림·정지·내림’ 3개 버튼의 조절 장치로 안에서 셔터를 내리면 밖에선 절대 열 수 없도록 설계했다. 침실 안으로 들어가자 소문으로만 듣던 욕실과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5공 청문회 당시 “청남대 대통령 목욕탕은 금으로 돼 있다”는 폭로가 나와 구설수에 올랐던 바로 그곳이다. 김 팀장은 “욕조 수도꼭지와 배수구, 밸브 등 일부만 금으로 도금을 했다. 이게 와전돼 전체가 금으로 돼 있다고 알려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라고 말했다. 직접 눈으로 본 욕실과 화장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도금 일부가 벗겨져 오히려 낡아 보였다. 대통령 전용 이발소 내 의자와 각종 물품들가장 특이한 기기는 대통령을 위한 전용 이발소에 있다. 온열 기능을 겸한 안마의자다. 의자 전면의 거울을 밀자 접이식 세면대가 튀어 나왔다. 청와대 이발사는 의자를 돌려 대통령의 머리를 뒤로 젖히고 머리를 감겼다. 맞은편 영부인이 쓰던 미용실에는 간이침대와 샴푸의자, 거품식 욕조 등이 놓여 있어 대통령 못지않은 위상을 짐작게 했다. 대통령 가족거실 모습가족 거실에는 커다란 TV가 있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는 45인치 크기의 프로젝션 TV가 있었으나 화질이 안 좋아서 문민정부 시절에 지금의 TV로 교체했다고 한다. 영부인이 뜨개질하던 흔들의자,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던 응접탁자 등이 고풍스럽게 자리해 있다. 양어장 옆 ‘메타세콰이어 숲 쉼터’외부에도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양어장 옆 ‘메타세콰이어 숲 쉼터’에는 수령 30년 이상의 메타세콰이어 나무 1백여 그루가 병사들이 사열하듯 줄지어 솟아 있다. 나무 사이사이에 나무 데크와 의자를 설치해 휴식 공간으로도 쓰인다. 대통령기념관 청남대관 내에 있는 식기류. 모두 대통령이 사용했던 것으로 청와대 봉황 마크가 새겨져 있다.대통령기념관 청남대관은 역대 대통령이 청남대에서 쓰던 식기류와 침구류, 서적, 레저용품 등을 모아 놓은 공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타던 자전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1회용 면도기 등 소박한 물품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대통령기념관 청남대관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물품최근 청남대에선 봄 축제인 ‘영춘제’ 준비가 한창이다. 이달 2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리는 축제는 한복패션쇼, 아트쇼, 색소폰연주 등 각종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으로 상춘객을 맞이한다.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연초공장충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조선 시대의 객사였던 ‘문산관’청남대 인근으로는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이 여럿 있다. 청남대에서 북쪽으로 13㎞ 떨어진 문의문화재단지는 ‘청주판 민속촌’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가옥과 옛 비석 등을 옮겨와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이곳에서 볼거리는 충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조선 시대 객사로 쓰이던 ‘문산관’과 양반 가옥을 복원한 고택, 주막, 민가, 성황당, 장승, 고인돌 등이다. 실제 대장장이가 운영하는 대장간도 있는데 칼, 낫 등 제품을 판매한다. 문의문화재단지 내에 있는 대장간 작업실‘문화제조창’은 옛것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마음과 의지가 잘 녹아든 장소 중 하나다. 1946년부터 2004년까지 담배를 생산하던 연초제조창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담배 산업이 위축되면서 경영난으로 가동을 멈춘 후 10년간 방치됐던 공간을 청주시가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예술공간으로 바꿔놓았다. 예전에 연초제조창에서 사용한 굴뚝 앞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과 문화제조창이 있고, 뒤로는 담뱃잎을 보관하던 동부창고가 있다. 담배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제조창’ 전경문화제조창 안에는 상업시설, 예술전시공간, 도서관 등이 들어서 있다. 옛 건물을 잘 살린 덕분에 오래된 기둥과 벽, 굴뚝이 다수 남아 있는데 직접 보면 예전에 담배공장이었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만큼 세련된 분위기다. 청주연초제조창의 담뱃잎 보관창고로 쓰이던 동부창고는 외부에 문신처럼 새긴 그래피티가 ‘힙한 분위기’를 짙게 풍기면서 SNS 사진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문화제조창 본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과 이어져 있어서 예술 세계까지 아우른다. 담뱃잎을 보관하던 동부창고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옆에 경사진 형태로 지은 여행자센터는 방문객들의 쉼터이자 여행정보를 얻는 공간이다. 지난 6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청주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청주여행이 더욱 편리해진다. 전용 버스를 타고 청남대 코스(문의문화재단지∼청남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요금은 1인 2000원.청주 여행자센터 내부
- 한총리 “총선 민의, 굉장히 심각…국민과 함께가는 절실함 부족”(종합)
-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22대 총선참패 이후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총선에서 국민들이)표출하신 민의를 굉장히 심각하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17일 말했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전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에 대해서는 “굉장히 경계해야 할 정책”이라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내각 총괄 총리로서 사의 당연…영수회담 열려있어”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22대 총선 이후 첫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앞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국민께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총선 민심과 관련해 한 총리는 “(윤 정부는 집권 이후)여러 개혁과제를 준비했고 적절한 조치를 통해 추진이 시작되는 단계의 많은 과제들이 있다”며 “그러나 이런 과정을 좀더 국민과 함께 가려고 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 총리는 “이제는 어떤 정책을 갑자기 던지는 게 아니고, 충분히 모든 정보가 국민과 정치권에 공유되도록 할 것”이라며 “어떤 국민이, 어떤 국회의원이 봐도 국익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지지하도록 하는 그런 노력들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명에 의해 내각 총괄하고 있는 총리로서, 누가 뭐라고 해도 제가 책임 느끼고 사의 표명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사의를 표명한 배경도 설명했다.영수회담에 대해서는 “지난 월요일(15일)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말씀이 나왔다”며 “(영수회담은)열려있고, 어떤 시기에 어떤 의제로 할 것인지는 대통령실이 계속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의료계와의 의대정원 마찰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1만명 정도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연간 2000명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 의견에 대해 의료계는 항상 ‘현재 의료체계는 완벽하다’고 답했다”면서도 “이것도 역시 정부가 좀 더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정부로선 의료계가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안을 갖고 오면 숫자에 얽매이지 않겠단 입장 밝혔다”며 “지금도 의료계 반응과 입장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총리는 후임 총리에게 어떤 덕목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적인 행정부의 인사 절차 따라 선정·검증될 것”이라며 “행정부의 모든 기능, 국회의 인사청문회, 언론에 의한 검증이 앞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野 민생지원금에 “굉장히 경계해야할 정책” 비판 반면 한 총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인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강력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경계해야 할 정책”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한 총리는 “포퓰리즘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을 국민의 인기를 얻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민생지원금 지급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사실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지난 2008년(금융위기)부터 상당히 방만한 재정과 금융정책을 했고, 윤 정부가 정권을 인수할 즈음엔 외국에서 경고가 나오던 시점”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의 인기 얻을 수 있는 한 두건의 지출은 할 수 있다”면서도 “(재정을)기초로 해서 능력을 키우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 개인에게 얼마씩 주면 행복해진다고 하는 건 굉장히 경계해야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날을 세웠다. 이란-이스라엘 충돌과 관련해서는 “본격적인 전쟁으로 확전은 되지 않을 것이란 게 컨센서스인 것 같다”며 “미국도 깊이 관여하고 있고 세계 여러나라 관여하고 있기에 잘 해결될 수 있는 요소 있다”고 전망했다.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개혁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특정 규제개혁이 당의 정체성이 완전히 없애는 게 아니라면, 선의의 이념과 가치에 기반을 두고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 수림문화재단, 과학·예술 융합 프로젝트 ‘AVS 2023-24' 개최
-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수림문화재단은 과학·예술 융합 프로젝트 ‘AVS(과학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 2023-24’를 4월 12일부터 5월 18일까지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수림문화재단이 2018년부터 진행한 ‘AVS’는 과학과 예술의 다양한 결합 방식을 통해 동시대 사회 현상을 다루고, 미래 사회를 새로운 관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올해 5회를 맞는 ‘AVS’는 프로젝트를 확장하여 김희수아트센터(동대문구 소재)와 수림큐브(종로구 소재)에서 동시에 전시를 진행한다. 김희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앗상블라주 Assemblage: 조립된 세계’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의미를 되짚는다. 과학과 예술의 차이를 사유하되, 서로 교차할 수 있는 지점에서 어떤 새로운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지 과학자와 예술가의 다양한 협업 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등과학원 과학자 박창범, 이필진과 예술가 강지윤, 무진형제, 박민하, 조충연이 참여했다.강지윤은 이필진과 협업하여, ‘보기’의 행위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백은 석고 캐스팅 작업을 거쳐, 물질성을 가진 조각 덩어리가 되어 전시장 안팎에 설치되었다. 영상작품은 스크린 뒤쪽 벽면에 투사된 초점이 맞지 않는 이미지와 앞면 스크린에 초점이 맞는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작가의 작업은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는 양자물리학의 구조에 가깝게 다가간다. 무진형제는 박창범과 협업하여, 예술가, 과학자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두 개의 하늘을 슬라이드 필름 프로젝션으로 표현했다. 현미경으로 100배부터 800배까지 확대한 실제 인물 사진은 마치 우주배경복사처럼 보였고, 어느 것이 우주 사진인지 우리의 시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석고로 제작한 설치 작품 앞에 다다르면, 우주 사진의 실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박민하는 박창범과 협업하여, 박창범이 최근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우주의 제5원소 가능성을 모티프로 작업을 전개했다. 이번 작업은 우주에서 관측할 수 있는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암흑물질’(Dark Matter)을 소재로, 보이지 않는 힘을 가시화하는 천체 이미지 기술이 실마리가 되었다. 과학자가 지시어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과학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처럼, 아날로그 모니터 화면 속 이미지도 작가가 만든 일련의 지시어의 입력값으로 생산된 것이다.조충연은 이필진과 협업하여, ‘모든 것은 파동이다’라는 물리학의 명제를 AI 영상 작품으로 선보인다. 영상에는 원자의 파동 소리를 듣기 위해 특수한 청각 장치를 만든 주인공과 그 장치로 인해 소리를 듣게 된 청각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하고, 이필진의 변주된 목소리를 재료로 작업한 사운드 작업은 파동의 원리를 소리와 연결한다. AI로 생산된 인물과 대조되는 고전 기계들은 1930~40년대 기술 낭만주의 시대를 소환하며,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를 질문한다. 수림큐브에서 열리는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지난 ‘AVS 2022-23’에 참여했던 세 팀의 작가를 초대하여 전작과 개념이 이어지거나, 진화한 신작을 선보인다. 과학자들의 연속적인 협업을 통해 작품에 기술적 완성도와 인문학적인 사유를 투영할 예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과학자 박종길, 황동현, 고려대학교의료원의 정신의학과 전문의 조철현, 3D 아티스트 임승현과 예술가 김준수, 민찬욱, 방앤리가 참여하였다. 김준수는 금속을 주재료로 키네틱 기계장치를 만들고 빛과 움직임을 실험하는데 깊은 관심을 가져온 미디어 아티스트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의 손이 가진 생체역학적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여 인공손을 개발하는 로보틱스 공학자 황동현 박사와 긴밀하게 협업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관객이 로봇 손과 상호 인식을 의미하는 악수를 수행하고, 그 움직임에서 기인하는 수치를 특정 방정식에 적용하여 로봇팔에 장착된 작품에 전송하면 그 아웃풋이 약 180개의 솔레노이드 움직임을 구현하는 멀티미디어 신작을 개발했다. 미디어 아티스트 듀오 방앤리는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 기술을 연구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의 박종길 박사와의 협업을 통해 인간의 감각이나 지각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도래할 미래를 선행 사고해 보는 내러티브형 연작을 선보인다. 본 전시에서는 인공지능이 통제하는 자율주행 차량이 낸 우발적 사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메타픽션 3D 애니메이션 작업인 아이샤인(Eyeshine)과 AI 예언자 청문회(The Hearing on AI Prophet)를 비롯해 사고가 발생한 과거 기록/기억으로 돌아간 인공지능의 시선을 연출한 <사건의 재구성> 및 회화 연작을 함께 선보인다. 민찬욱은 가속화된 기술이 인간의 일상생활에 빠르게 침투하는 현상을 고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테크놀로지스트이다. 최근 몇 해 동안 이진법의 세계에 존재하는 디지털 아바타/자아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디지털 트윈 (Digital Twin)을 연구하는 고려대의료원 조철현 교수와 협업했으며, 3D 아티스트 임승현의 자문을 받아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 방식에 대한 탐색을 발전시킨다. ‘앗상블라주 Assemblage: 조립된 세계’와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김희수아트센터와 수림큐브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정오부터 여섯 시까지 운영한다. 전시 기간 중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하며 자세한 전시 정보는 수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SNS에서 볼 수 있다.
- 尹, 후임 총리·비서실장 인선에 신중…내주 발표할 듯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패배 후 인적 쇄신에 나섰지만,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르면 14일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사 검증과 국민 여론 동향을 좀 더 살핀 후 다음 주 중 인사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사진=연합뉴스)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인사는 인사권자(대통령)의 재량으로 시기와 규모를 가늠할 수 없지만, 이날 발표하기는 힘들다”면서 “중요한 자리인 만큼 사람을 찾고, 검증하는 데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당초 대통령실은 총선 참패로 민심이 확인되자 국정 운영 쇄신의 첫 단계로 주요 조직 인적 개편을 즉각 단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그러나 조기에 후임 인선을 발표했다가 검증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야당의 집중 공세가 벌어지면서 민심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실제로 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 중에는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 같은 검증을 거친 경우도 있지만,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인사도 포함돼 인적 쇄신이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실장의 경우도 인사청문회는 필요 없지만 대통령실 참모진을 대표하는 상징성이 큰 자리인 만큼 좀 더 정무적 감각을 갖추면서도 야당과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인물로 앉히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현재 총리에는 국민의힘 주호영·권영세 의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특히 총리는 국회에서 재적인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을 얻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인 만큼, 야당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또 비서실장으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진석 의원, 장제원 의원, 김한길 위원장 등이 거론된다.윤 대통령은 비서실장에 이어 정무라인을 비롯한 일부 참모진도 추가로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책실장을 비롯한 정책라인은 업무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유임될 가능성이 나온다.이처럼 시간을 두고 총리와 비서실장 등 후임 인선을 진행키로 함에 따라 윤 대통령의 총선 패배에 대한 입장 발표 시기나 형식, 내용도 계속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윤 대통령은 다음 주 중 총선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형식은 기존 대국민 담화 방식, 국무회의 생중계 모두발언, 기자회견 등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아직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 언제 입장을 발표할지는 결정된 게 없다”며 “특히 인사 발표와 별개로 할지 아니면 인사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입장을 낼지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다만 인적 개편의 내용과 폭을 보고 국정 쇄신의 의지를 평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다는 게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초, 늦어도 다음 주 후반에는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와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공무원들 촉이 맞았다”…총선 참패, 예견된 밸류업 좌초[최훈길의뒷담화]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업 밸류업 정책에 대해선 노코멘트입니다.”지난달 한 정부 관계자는 밸류업 관련한 강연 요청에 이같이 말했습니다. 워낙 강경하게 선을 그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분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잇따라 밸류업 관련 강연을 고사했고 결국 강연자는 섭외되지 못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대통령실이 나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며 밸류업 홍보를 했는데, 관가 분위기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1일 뒷담화에서 썼듯이 당시 관가는 “밸류업 총대 멨다간 나중에 독박 쓴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세금 깎아주고 다양한 지원책도 해줬는데 나중에 증시가 안 오를 경우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그러면 “만만한 게 공무원”이라고 정책 실패에 대해 실무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상황이 올 것이란 우려입니다. 이같은 공직사회 현장의 우려는 현실화됐습니다. 4.10 총선 결과 22대 국회 300석 의석 중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175석, 조국혁신당은 12석, 개혁신당은 3석, 새로운미래는 1석, 진보당은 1석을 차지했습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는 108석에 그쳤습니다. 총선 이후 금융주 등 밸류업 수혜주는 잇따라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밸류업 동력 상실’이란 잇따른 기사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사무관, 국·과장 등 정책 실무진들의 의견,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책은 결국 좌초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증권사들이 띄우고, 대통령실이 홍보해도 실제 현장에서 정책을 이끌어 가는 공무원들이 흥이 나지 않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오늘 뒷담화에서는 총선 참패로 인한 자본시장 정책 변화를 정리해봤습니다. 특히 기업 밸류업이 좌초되는 과정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곱씹어볼 대목이 많습니다. 밸류업 목표는 결국 가야 하는 방향이니까요,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대목이 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공약의 백지화는 예견된 수순인데, 그러면 내년 1월에 원안대로 시행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아울러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공매도 제도개선 및 금지 기간에 대해서도 관가 안팎 분위기를 녹여 살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국회사진취재단)-오늘은 어떤 제목으로 준비해 오셨나요?△오늘은 ‘밸류업, 금투세, ETF, 공매도 어디로 가나-총선 후 달라지는 자본시장 정책’ 제목으로 준비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6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민심이 무서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선거 결과를 보면 ‘남은 3년도 길다’는 구호가 맞아떨어진 결과였습니다. 여당 참패 상황인데요. 윤석열정부가 2027년 5월까지인데, 22대 국회는 2028년 5월까지이기 때문에, 윤정부 임기 말까지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정책 변화도 불가피하고요.그래서 독자분들께 어떤 정책 내용부터 말씀 드리면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요. 첫째로는 기존에 발표된 윤석열정부 정책 중 백지화나 리셋 수준으로 가는 것들을 우선 정리해봤고요. 둘째로는 앞으로 봐야 할 야당 주도 자본시장 정책을 정리해봤습니다. 야당의 자본시장 정책을 정리해보니 이것저것 참 많더라고요. 최대한 액기스를 뽑아서 정리해 드리고, 부족한 부분은 다음 뒷담화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어떤 정책 변화가 있을까요? △우선 현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중에 리셋이 되는 대표적인 정책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업 밸류업’ 정책인데요. 이 정책은 우량기업인데도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올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정책이잖아요. 이 정책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은 사실상 백지화될 전망입니다. 사실 공직사회에선 이걸 이미 눈치챈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올해 1월 금융위가 기업 밸류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이후 오늘까지 한 번도 실무진들이 밸류업 관련해 백브리핑을 한 적이 없습니다. 장·차관이 온마이크로 얘기하는 것은 있었는데 이건 정제된 발언만 하잖아요. 그래서 취재 과정에서 ‘이렇게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정책인데, 이 정책을 가장 잘 아는 실무진들이 어떻게 백브리핑이나 배경 설명도 없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분이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나중에 밸류업 엎어지면 만만한 게 공무원이라고, 정치권이나 정권 윗선에서 공무원 실무진에게 덤터기 씌울 거라고”. 지금 선거 결과를 보면 ‘공무원들의 촉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밸류업 좌초 상황으로 가는 국면입니다. 정부가 2~4월에 발표한 밸류업 인센티브 방안이다. 당초 정부는 7월 세법 개정안을 공개할 때 법인세 인하 등 추가 밸류업 인센티브를 공표하기로 했으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인세 인하 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료=금융위원회)-그래도 밸류업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는데, 아예 정책 백지화로 가는 건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요?△그렇습니다. 밸류업이 기업들이 대폭 참여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배당을 확대하고 주식 소각으로 가면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정책을 모두 백지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 방식은 전면 개편해야 할 듯한데요. 그동안 정부가 밝힌 인센티브 핵심은 2가지입니다. 첫째는 세금 깎아주기, 둘째는 회계부담 낮춰주기. 회계 부담을 줄여주는 건 금융위가 지난 2일 발표한 건데요. 지배구조를 개선한 우수 기업에 내년부터 ‘감사인 주기적 지정 면제’를 추진해 회계부담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이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외감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되니까, 이 방식은 추진이 가능할 전망인데요. 회계업계와 학계가 반발하고 있어 원안대로 갈지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면제’라는 게 구체적으로 뭔가요?△지나가는 회계사분들 아무나 붙잡고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가 뭡니까’라고 물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회계 분야에서 참 중요한 제도인데요. 이 법을 시초를 보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 난 뒤 회계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후속 대책이 추진됐고요. 문재인정부 때인 2018년에 외감법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외감법 개정안의 핵심이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인데요. 이 개정안 시행 전에는 기업이 마음대로 기한 제한 없이 감사인 즉 회계법인을 선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착 관계가 생기고 회계감사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죠. 그래서 도입된 주기적 지정제는 기업이 회계법인을 자율적으로 6년을 선임하면 이후 3년은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을 의무적으로 선임해주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을 주기적으로 지정을 해주게 되니까, 기업 입맛에만 맞는 회계법인이 선정되지 않게 되고, 회계법인이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 거치고, 그리고 세계경제 부진으로 기업 상황이 최근 몇년 사이 꽤 안 좋아졌잖아요. 그러다 보니 산업계에서는 경기 부진으로 실적이 고꾸라졌는데 감사 비용부터 시간 부담까지 늘어날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주기적 지정제 폐지를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금융위는 주기적 지정제의 회계 투명성·독립성 효과 등을 고려해 일단 현행 유지하되 후속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이번 달에 외부감사인 선임·감독시스템을 잘 갖춘 지배구조 우수 기업에 대해 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면제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입니다.한국감사인연합회는 지난 12일 성명에서 밸류업 우수기업에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면제’를 추진하겠다는 금융위원회 정책에 대해 “시장 전체의 밸류다운을 초래하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한국감사인연합회)-그러면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면제가 되면 기업의 회계투명성이 후퇴할 우려가 있지 않나요?△말씀 주신 질문이 금융위가 이 정책을 도입할지 말지 결정할 때 가장 고민한 핵심 포인트입니다. 이런 우려 때문에 금융위는 지난 2일 ‘감사인 지정 면제가 확대되면 회계투명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별도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금융위는 해당 자료에서 “이번 방안은 회계 관련 우수 지배구조 회사에 한해 적용되는 만큼, 회계 투명성에 문제가 생길 우려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잖아요. 관련해 금융위는 “지정 면제된 우수 지배구조 회사에 악의적 분식회계 발생 시 즉시 면제를 철회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회계업계·학계는 이같은 개편에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 김광윤 아주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성명에서 “주기적 감사인지정제를 면제해주겠다는 발상은 회계투명성 향상의 중요한 버팀목인 주기적 지정제가 약화돼 시장 전체에 아주 나쁜 시그널을 주게 되고, 오히려 ‘시장 전체의 밸류다운’을 초래하게 된다는 주객전도의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며 “기업의 밸류업을 위해서라도 주기적 지정제를 고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밸류업 인센티브로 제시된 세금 감면은 백지화 수순으로 갈까요?△세금 깎아주는 것은 1)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함께 한 상장 기업들의 법인세 감면 2)배당을 확대한 기업의 주주에게 배당소득세 감면 등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세제 개편은 기획재정부가 7월에 발표합니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이고, 오는 12월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인데, 법인세 감면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에 법인세 인상을 추진해서 국회 처리가 될 정도로 민주당 쪽에선 법인세 감면을 안 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국가재정 상황도 안 좋습니다. 정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의결했잖아요. 보고서 내용을 보면, 작년에 역대 최대인 56조원의 세수펑크(세수결손)가 발생했기 때문에, 더이상 감세를 확대하는 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는 어떻게 될까요?△금투세 폐지는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금투세는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도입됐을 정도로 민주당에서 공감대가 큰 세금이기 때문입니다. 금투세 경과를 우선 말씀드릴게요. 문재인정부는 자본시장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서 주식 양도세 강화를 국정과제로 정했습니다. 여기서 금투세의 본질은 지금은 대주주(현행 종목당 50억원) 요건을 두고 그게 맞춰서 양도세를 내는데, 금투세는 ‘5000만원 넘는 주식 투자 이익에 20% 과세’를 하는 겁니다. 원래는 2023년 1월부터 도입인데 2022년 12월 여야는 투자자들 부담 등을 고려해 금투세 도입 시기를 2025년 1월로 2년 유예했습니다. 유예 결정 당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입니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번에도 금투세를 유예하면 유예했지, 문재인정부 때 추진한 금투세를 폐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기획재정부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지난 1월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 자료와 경제부총리의 브리핑 어디에도 ‘금투세’ 관련 내용은 없었습니다. 새해에 범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담긴 68쪽에 이르는 자료 어디에도 금투세 관련 문구조차 없었습니다. 당시 발표할 때 연간 1조원 넘는 감세 정책인데도 관계부처와 충분한 사전 논의나 투자자의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금투세 폐지로 얼마나 세수 영향이 있을지, 폐지로 인한 추가 세수는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도 당시에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출범한 이상, 금투세 폐지 공약은 백지화될 전망입니다. -관련해 조세 전문가 의견도 들어보셨지요?△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님에게 물어봤습니다. 오 교수님은 “금투세가 폐지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원안대로 내년 1월에 시행되기는 쉽지 않다”며 수정안 처리 가능성을 전망하시더라구요. 이유를 보니까요. 신우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 시 영향을 받는 주식 투자자가 7만1000~11만1000명 정도(2014~2017년 기준)로 추산됐거든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주식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에 현 기준으론 몇십만명이 될 수 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투자 수익이 늘어 금투세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주식 등으로 5000만원 이상 번 개인투자자 비중이 1%대에 불과해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라고 하지만, 과세 대상이 예상보다 많은 수준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 후보 간 득표차가 26만표 정도였으니까, 민주당에서도 금투세 대상자 인원이 적다며 무시하기는 힘듭니다. 또한 원래대로 내년 1월에 금투세를 시행하면 금투세 대상이 되는 1~2%대 큰 손들이 한국 주식 시장을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매도세에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다음 대선을 노리는 이재명 대표 입장에선 과세 대상이 되는 수십만명의 투자자들과 매도에 따른 영향을 받는 개인투자자들의 아우성을 무시하고 원안대로 금투세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정안을 추진하거나 2년 등 유예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 (자료=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이외에도 밸류업을 위한 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 있을까요?△300여 쪽에 달하는 민주당 정책공약집을 쭉 봤는데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총선 공약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주목된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내 ‘주주의 비례적 이익’ 추가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 검토” 내용입니다. 이는 작년 4월에 이재명 대표도 개정안 처리를 강조한 법안인데, 이용우·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것입니다. 핵심은 상법에 나온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이용우 의원안)’ 또는 ‘회사와 총주주(박주민 의원안)’로 개정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사회 이사들이 소액주주 이익보다 대주주 이익만 고려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상법 개정안에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각종 인수합병(M&A), 자사주 매매, 공개매수 등 이사회의 경영적 판단에 소액주주들이 반발과 소송만 빈번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22대 국회에서 이처럼 상법 개정을 할 경우 시장에서는 촉각을 곤두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그래픽=문승용 기자)-비트코인 현물 ETF는 어떻게 될까요?△22대 국회가 5월30일 개원합니다. 개원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는 허용될 전망입니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지난 1월10일(현지 시간) SEC 홈페이지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했잖아요. 그래서 국내 증권사들이 관련 상품을 중개하려고 했는데, 그때 금융위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불허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불허 상태이고요. 그런데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2월21일 ‘디지털 자산 제도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내용을 보면 민주당은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상장·거래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으로 예측되고, 한국만 승인하지 않을 경우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등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허용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공약에서 가상자산 ETF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편입시켜 투자자가 비과세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가상자산 매매수익에 대한 공제 한도를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늘리고 손익통상 및 손실 이월공제를 5년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같은 제도개편 모두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 개정을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 공약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금지(시장조성자·유동성공급자는 제외)된 가운데,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해 11월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마지막 질문입니다. 공매도 제도개선은 어떻게 될까요?△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올해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상환기간·담보비율 일원화, 불법 공매도 차단 전산 시스템 구축, 불법 공매도 제재 강화 등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 중입니다. 관련해 민주당 총선 공약에는 공매도 관련해 “불법공매도 모니터링 및 처벌 강화”, “공매도 거래자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취득 제한”이라는 내용만 담겨 있습니다. 상환기간·담보비율 일원화, 불법 공매도 차단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의 내용은 담겨 있지 않습니다. 디테일을 놓고 향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공매도 금지 시한이 6월까지인데, 22대 국회가 5월30일 개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무위 원 구성을 6월 말까지 완료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관전 포인트가 공매도 금지 시기를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나갈지가 당장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22대 국회 원구성이 안 된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 금융위원장이 현 장관 중에 가장 오랫동안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고, 총선 참패 이후 내각 개편 과정에서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장관 인사청문회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가 6월까지 공매도 제도개선 준비를 완벽하게 끝내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금지 기간을 연장하고 제도개선을 야당과 논의한 뒤 최종 결정할 때까지 공매도 금지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은 21대·22대 국회 상황, 내각 개편 수준 등 정국에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국회 상황을 계속 살펴보면서 후속 뒷담화에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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