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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파업 직격탄]제약사간 희비교차, 바이오텍은 기술이전 물거품 위기
- [이데일리 송영두 김새미 기자] 의사 증원 반대 파업이 2달째 접어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전공의 이탈 가속화에 일선 현장 업무가 마비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가 입고 있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2년여간 바이오 투자 혹한기에 시달리고 있는 신약개발사는 설상가상으로 임상 일정이 지연되면서 임상시험등 핵심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졌다. 일부 의료기기업체들은 의사파업 여파로 사실상 고사(枯死) 직전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경우 발 빠르게 임상시험 수행기관(site)을 한국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옮기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진이 서울대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종합병원 비중 높은 제약사 타격, 의료기기 기업 고사 위기19일 정부가 6개 국립대총장이 건의한 의대정원 증원 자율조정(50~100%)에 대해 전격 수용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의대 증원 규모 축소를 시사한 것이지만 전공의들을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등은 ‘원점재검토’만을 외치며 사직서 제출을 포함한 파업을 이어갈 뜻을 시사했다. 파업에 따른 실질적인 피해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제약바이오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파업 장기화 탓에 환자를 진료할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증 및 응급 환자를 제외한 환자들의 수술이 미뤄지고, 잇따르는 퇴원 영향으로 항암제, 주사제 등의 처방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파업이 계속 이어질 경우 보령(003850), JW중외제약(001060)과 HK이노엔(195940) 등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보령은 국내 기업 중 항암제 1위 기업이고, JW중외제약과 HK이노엔은 수액제 시장 1위, 2위 기업으로 일반 병의원보다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비중이 높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을 담당하는 제약사 영업사원에 따르면 경구제와 주사제 처방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특히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급병원에 들어가는 의약품 공급이 30% 이상 감소했다. 병원에서는 대금 결제를 미뤄달라고 하고, 도매상들은 제약사에 돈을 줘야 하는 기일을 늦춰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시장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항암제와 수액제 등의 매출도 유사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종합병원보다 로컬 병원 등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경우 오히려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약사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들은 보통 종합병원발 매출 비중이 높다”며 “반면 동네 병의원 등 로컬 병원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들의 경우 상황이 좀 더 낫다.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 영업직 출신 관계자는 “종합병원 등에서 진료를 보던 환자들이 의료파업 이후 대부분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로컬 병원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며 “로컬 비중이 높은 기업이 한미약품(128940), 종근당(185750), 대웅제약(069620) 등이다. 이들 기업은 이번 사태로 오히려 이득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미약품은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젯이 올해 1분기 처방액 4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17.8% 성장하는 기염을 통했다.의료기기 섹터도 상황이 심각하다. 의료기기나 의료장비를 유통하는 곳의 경우 공급이 30~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유전자검사 등 병원에서 이뤄지는 진단이 거의 중단되면서 진단업체들의 매출이 뚝 끊긴 상황이다. 질병 여부가 확실하지 않고 질병이 의심되는 경우 실시하는 진단 건수도 크게 줄어들면서 관련 매출이 급감한 진단업체들이 많다.◇신약개발사, 국내 임상 지연으로 사업 ‘올스톱’ 상태신약개발을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도 의료 파업으로 인해 임상시험 일정이 지연되면서 기술이전 등 사업개발에도 차질을 겪을 뿐 아니라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기업의 경우 기술이전 실적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한 임상 데이터가 나오지 않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사들의 경우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선 임상 데이터가 필요한데 임상시험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임상 데이터가 나와야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을텐데 악순환에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국내 임상시험은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빅5’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기준 500여 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환자 모집 등 임상시험 진행에 차질을 빚는 바이오기업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바이오기업이 최근 의사 파업으로 인해 임상시험이 지연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2년여간 투자 혹한기를 맞아 자금난에 시달리는 바이오벤처들의 경우 임상시험 지연으로 인해 급증하는 임상 비용으로 인한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일부 바이오기업들은 임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고가의 유휴 장비 매각에 나선 바이오기업은 상장사,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개설된 중계 플랫폼 ‘바이오 장비 직거래 마켓’을 통해 6개월간 총 50여 건에 달하는 판매·구매 제품이 등록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다국적 제약사들, 임상 사이트 한국 제외 추세특히 다국적 제약사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하는 도시였던 서울이 1위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임상시험 시장에서 국가 기준 5위, 도시 기준으로는 서울이 1위에 오를 만큼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의료 파업으로 인해 의사들의 피드백이 더뎌지자, 다국적 제약사들이 임상 사이트를 한국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 발 빠르게 움직여 다국적 제약사들의 글로벌 임상시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를 전후로 임상시험 관련해 상당한 규제 개혁을 진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을 맹추격하는 상황이었다.의료 현장에선 한국이 수십년간 쌓아온 글로벌 임상시험 선도국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되고 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한국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임상시험을 많이 실시하는 국가로는 5위였고 도시로는 서울이 1위였는데 순위가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것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 HK이노엔, 종근당→보령 파트너 교체에도 고성장세 유지...의료파업 악재 상쇄
-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HK이노엔(195940)의 위식도역류질환 케이캡이 판매 파트너사가 종근당에서 보령으로 바뀌었음에도 성장세를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HK이노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 (제공=HK이노엔)19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케이캡의 올해 1분기 처방액은 4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처방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 증가한 액수다. 특히, 1분기 처방액은 파트너사 변경 이슈를 앞두고 재고소진이 한참이었던 지난해 4분기 처방액 441억원보다도 2.5% 늘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업계는 올 1분기 케이캡 처방액으로 413억원을 전망했었다.케이캡의 원외처방액은2019년 304억원, 2020년 771억원, 2021년 1107억원, 2022년 1321억원, 지난해 1582억원 순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업계에선 올해 케이캡의 국내 매출 20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종근당은 케이캡 출시 시점인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케이캡의 국내 공급을 담당해왔다. HK이노엔은 지난해를 끝으로 종근당과의 국내 공급권 계약 ‘코프로모션’을 종료했다. 대신 HK이노엔은 올해부터 보령(003850)으로 케이캡의 국내 코프로모션 파트너를 변경했다.◇ ‘놀랍다’는 반응 일색당초 업계에선 종근당에서 보령으로 파트너 계약 변경에 단기 조정기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의외의 결과”라며 “보령의 주력 품목은 항암제, 고혈압 치료제, 당뇨 치료제”라며 “케이캡은 소화기 계통 치료제인데, 보령이 종근당 공백없이 매출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놀랍다”고 운을 뗐다.그는 “통상 새로운 코프로모션 업체가 기존보다 더 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거나, 특정 지역이나 대상에 대한 더 나은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 매출 증가가 가능하다”며 “영업망이라면 종근당이 보령에 뒤질 게 없다”고 비교했다. 이어 “소화기 치료제 시장만 놓고보면 보령은 마이너”라며 “케이캡 매출이 늘어났단 의미는 보령이 소화기 부문의 약점을 극복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익명을 전제로 제약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 프로모션 업체 변경 과정에서 마케팅 활동 중단이나 지연 등의 영업공백은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케이캡의 1분기 처방액 증가는 종근당에서 보령으로 프로모션 업체가 바뀌었음에도 공백이 없었단 의미”라고 평가했다.HK이노엔 관계자는 “보령 내부적으로 소화기계통 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도 케이캡의 성과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코프로모션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판매를 담당하는 제약사의 영업 경험과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또 공동판매 계약 종료 후에 급격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 릴리의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는 SK케미칼의 코포로모션 이후 매출 하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케이캡 원외처방액 추이. (제공=HK이노엔)◇ 케이캡 기대 이상 성과에 의료파업 영향 제한보령은 케이캡 판매 성장을 위해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보령 관계자는 “보령과 HK이노엔은 코프로모션 계약 이후 원팀이 돼 카나브와 케이캡 관련 제품교육에서부터 세미나 및 심포지엄, 거래처 네트워킹 등 대부분 활동을 함께 하면서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향후 기대감도 크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보령은 만성질환 분야에서 대학병원, 종합병원, 클리닉 등 탄탄한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진료과로 케이캡 처방 시장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블록버스터 신약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력이 있는 만큼 향후 높은 시너지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시장 예상을 넘는 케이캡 처방액 집계가 나오자 의료파업에도 불구 HK이노엔 실적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니다. 올초부터 시작된 전공의 의료파업에 전문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처방액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HK이노엔 역시 의료파업에 수액제, MSD 백신 등의 매출이 감소했다.그럼에도 금융업계는 HK이노엔의 올해 실적으로 매출액 9302억원, 영업이익 997억원을 각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선 의료파업 영향으로 매출액 전망을 9010억원으로 낮추면서도 영업이익은 1020억원으로 상향했다. HK이노엔-보령 간 계약에 따른 케이캡 마진율이 좋아질 것이란 계산에서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매출액 8289억원, 영업이익 65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HK이노엔 관계자는 “P-CAB시장 경쟁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사는 2019년 케이캡 출시 후 5년간 축적해온 장기 처방 데이터 및 우수한 약효, 보령과의 활발한 협력 통해 시장 더욱 넓히는 동시에 확고한 시장지위 목표할 것”이라고 밝혔다.보령 측은 “케이캡의 넓은 적응증과 빠른 작용 발현 등 케이캡의 우수성을 비롯해, 양사 간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확대는 물론 P-CAB 전체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리딩품목으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환자의 골든아워를 사수하라"[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들](24)
- [편집자주]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마음속 깊이 새기는 신조 같은 문구다. 불이 났을 때 목조 건물 기준 내부 기온은 1300℃를 훌쩍 넘는다. 그 시뻘건 불구덩이 속으로 45분가량 숨 쉴 수 있는 20kg 산소통을 멘 채 서슴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사람은 누구나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 그러나 위험에 기꺼이 가장 먼저 뛰어드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인 것이다.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희생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그들의 단련된 마음과 몸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 받은 ‘소방공무원 건강 진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소방공무원 정기 검진 실시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7%)이 건강 이상으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 소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이상자 중 6242명(13.7%)은 직업병으로 인한 건강 이상으로 확인됐다.이상 동기 범죄 빈발,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점차 복잡해지고 대형화되는 복합 재난 등 갈수록 흉흉하고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매일 희망을 찾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농연(濃煙) 속으로 주저 없이 들어가는 일선 소방관들. 평범하지만 위대한 그들의 일상적인 감동 스토리를 널리 알려 독자들의 소방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방관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고취하고자 기획 시리즈 ‘매일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지난해 11월 9일 ‘소방의 날’을 시작으로 매주 한 편씩 연재한다.지난 2022년 4월 충남 태안군 해안가에서 갯바위 추락 환자가 발생해 강태우 소방관을 비롯한 소방 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강태우 소방관 제공.[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 2020년 10월 28일 오후 12시께. 충남 119특수대응단 119항공대 강태우 소방관에게 항공대 근무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만에 첫 구급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충남 태안의 항공대에 대기하던 강 소방관에게 상황실에서 연락이 왔다. “현재 운항 가능한가요?”, “현재 운항 가능하며 이륙 후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충남 보령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응급환자 병원 이송 건이었다. 다행히 그날은 햇볕도 들고 바람도 불지 않는 날이었다. 강 소방관 등 구급 대원들은 재빨리 준비를 마치고 헬기에 올랐다. 이륙 후 환자 상태 확인을 위해 항공대 상황실 및 현장 구급대와 메신저로 정보를 공유했다. 헬기 소음 탓에 전화 통화는 어려웠다.“50대 남자 교통사고 환자. 사고 시각 오전 10시 45분. 무반응 상태로 활력 징후는 유지되는 상황입니다”, “알겠습니다. 도착까지 10분 걸릴 예정입니다”. 10분 뒤 1차 인계점인 보령아산병원 헬기패드장에 착륙했다. 초조하게 환자를 기다리던 그때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차가 도착했다. 환자는 기관 내 삽관을 한 채로 간신히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다.환자를 헬기에 태우고 충남 천안의 단국대병원으로 향했다. 헬기가 이륙하자 헬기 안에서 구급 대원 간에 바쁜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 강 소방관은 “반장님 기관 내 삽관 위치부터 확인하고 활력 징후 측정하겠습니다”라며 환자 상태 확인에 들어갔다. 헬기 안에서는 청진기가 무용지물이기에 호기말 이산화탄소(EtCO2) 분압 측정 장비를 이용해 기관 삽관이 잘 돼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는 산소를 마시고 다시 내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환자의 의식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다. 강 소방관은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 후 활력 징후까지 확인하고 외쳤다. “반장님 ETCO2 33mmHg, 혈압 120(수축기)/80(이완기), 맥박 130회, 혈중 산소 포화도(SpO2) 99%입니다” 그러면서 환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머리 쪽에 큰 부종이 있었지만 그 외에 눈에 띄는 큰 외상은 없었다.지난해 4월 충남 홍성군 용봉산 산악 사고 현장으로 강태우 소방관이 탑승한 소방헬기가 접근하고 있다. 사진=강태우 소방관 제공.그러나 병원 도착 10분 전 환자의 복부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반장님 환자 복부 부푼 것 같습니다”, “그래. 혈압 3분마다 확인하자”. 그런데 잠시 후 정상이었던 환자의 혈압이 100/50까지 떨어졌다. 강 소방관 등 구급 대원들의 초조함이 커졌다. 아니나 다를까 불안했던 강 소방관의 마음은 틀리지 않았다.병원 도착을 불과 3분 가량 남겨 두고 환자의 손가락 끝에 느껴져야 할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강 소방관은 “반장님! 심폐소생술(CPR)!”라고 외치며 환자에게 흉부 압박을 시행했다. 강 소방관은 마음속으로 병원 의료진에게 인계할 때까지 환자에게 조금만 더 견뎌 달라고 간절히 외쳤다. 하지만 이 같은 강 소방관의 염원에도 환자는 병원 의료진에 인계할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다.그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환자를 살리지 못했다”며 “‘조금만 더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거나 사고가 난 지점에 큰 병원이 있어 바로 수술을 받았다면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방에도 심뇌혈관질환 응급 수술 및 중증외상환자 수술도 가능한 의사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강 소방관은 소방관 임용 3년 차에 응급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의 골든 아워(Golden Hour·사고 발생 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보통 1시간 이내)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항공대를 지원했다. 그는 “지상의 구급 대원들이 환자를 평가해 심뇌혈관질환 응급의 경우 헬기 지원을 요청하는데 차로는 2~3시간 거리이지만 헬기로 이송하면 30분 내면 도착하기 때문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언급했다.강 소방관은 내년 충남 지역에 예정된 소방 헬기 추가 도입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충남에 헬기가 한 대뿐이어서 헬기가 정비 중일 때는 헬기 출동에 공백이 생겨 출동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내년에 충남에 소방 헬기가 추가 도입될 예정이고, 작년부터 소방청에서 전국 소방헬기 통합 출동 체계를 구축 중이라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소방청은 지난 1월 관할 구역 구분 없이 가장 가깝고 임무 수행에 적합한 소방헬기를 출동시키는 ‘소방헬기 국가 통합 출동 시범 운영’을 올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강 소방관은 “응급의료 취약 지역에서도 모든 국민들이 최상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그들의 골든 아워를 사수하겠다”며 “환자가 길바닥에 내쳐지는 일이 없도록 365일 빈틈없이 이륙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강태우 소방관. 사진=본인 제공.
- 충청권 유권자들, 정부·여당에 싸늘한 경고장 발송
-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10일 치러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전과 세종, 충북, 충남 등 충청권 유권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에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지만 불과 2년 만에 충청권 민심은 싸늘하게 돌아섰다.제22대 총선이 끝나고 황정아(오른쪽 2번째), 박정현(왼쪽 3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선인들이 11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현충탑과 홍범도 장군묘역에 참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제공)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의 전체 28개 선거구 중 더불어민주당이 21석을 차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충북 3석, 충남 3석 등 6석을, 새로운미래가 1석을 어렵게 확보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여당 프리미엄을 가진 상황에서도 대전과 세종에서 지난 21대에 이어 이번에도 단 한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우선 대전의 경우 민주당은 7개 선거구 전체에서 모두 승리했다 세종에선 민주당과 새로운미래가 각각 1명씩 당선되는 등 대전과 세종에서 범야권 후보들이 지역구 9석 모두를 싹쓸이했다. 민주당을 탈당, 당적을 옮긴 김종민 당선인은 새로운미래의 유일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3선 고지에 올랐다.11개 선거구가 있는 충남에서도 민주당이 압승했다. 4년 전 5석을 가져갔던 국민의힘은 이번에 3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충남의 최대 선거구인 천안과 아산의 5개 선거구는 민주당이 석권했다. 관심이 높았던 공주·부여·청양에서는 민주당의 박수현 당선인이 3번째 승부에서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를 눌렀다. 선거 초반 정 후보가 여유 있게 6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정권 심판에 불이 붙으면서 박 당선인이 표 차이를 좁히더니 마지막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간 박 당선인은 부여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정 후보를 앞선 것이 주효했다. 또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이 강세를 보였던 서산·태안, 보령·서천 등 서해안권도 접전이 펼쳐지면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당혹하게 했다.충북의 경우 8개 선거구에서 민주당이 5석을 차지해 판정승을 거뒀다. 기존 4대 4의 팽팽한 여·야 구도가 이번에 민주당 쪽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갔다. 민주당은 청주권 4개 선거구를 비롯해 증평·진천·음성(동남3군)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국민의힘은 충북의 수부도시 청주권을 모두 내주고, 보수 성향이 강한 충주, 제천·단양, 동남4군만 수성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6선 도전에 나섰던 정우택 의원은 ‘돈 봉투 수수’ 의혹이 불거져 공천이 취소됐고, 보은·옥천·영동·괴산 등 동남4군에 출마한 박덕흠 당선인이 4선 고지를 달성, 충북 현역 최다선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이번 총선 결과는 2022년에 치렀던 지방선거와 정반대의 결과로 나왔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의 광역자치단체장 전원과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대부분을 국민의힘이 석권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에 힘을 실었다. 선거 막판 국민의힘 후보들은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민심은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줬다. 이 중 대전 대덕구와 유성구을에 출마한 박정현·황정아 당선인은 대전의 사상 첫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 이는 1948년 제헌 의회 이후 76년간 이어졌던 기록이다. 대덕구에 출마한 박정현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박경호 후보와 새로운미래 박영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비명(비 이재명)계 현역인 박영순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고 탈당,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면서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 후보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박정현 당선인은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지낸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2010년 비례대표 대전시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2014년 서구 4선거구에 출마,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18년에는 지방선거가 부활한 1995년 이후 지역 첫 여성 구청장으로 대덕구청장을 역임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신 뒤 지난해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황정아 당선인은 5선 중진인 국민의힘 이상민 후보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챙겼다. 황 당선인은 KAIST 겸직교수이자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과학기술위성 1호인 우리별 4호 탑재체 제작, 누리호 탑재 도요샛(초소형 위성) 개발을 주도했다. 민주당 6호 인재로 영입된 그는 이상민 후보의 당적 변경과 연구개발 예산 삭감 등에 대한 반발에 힘입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반면 충북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청주 청원에 출마한 김수민 후보가 낙선, 충북에서의 여성 국회의원 탄생을 보지 못했다.한편 김태흠 충남지사는 제22대 총선 결과와 관련해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와 저를 포함한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 처절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글을 남겼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 지사는 “국민은 집권 여당을 향해 회초리가 아닌 쇠몽둥이를 들었다”며 “당과 정부는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을 하고, 내각과 대통령실을 새롭게 구성해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범죄자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세상을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며 “심기일전해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을 위해 일하면 민심은 다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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