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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m 기둥 파주, 잔나비 최정훈 얼굴…다섯 남자의 '반전 낭만'
  • 5.6m 기둥 파주, 잔나비 최정훈 얼굴…다섯 남자의 '반전 낭만'
  • 서울 종로구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재개관전 ‘낭만적 아이러니’에 나선 다섯 작가. 왼쪽부터 권오상, 김인배, 노상호, 안지산, 이동욱이다. 독일에서 ‘낭만주의 운동’을 만든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폰 슐레겔이 정립했다는 ‘낭만적 아이러니’(Romantic Irony)에 관해 작가들은 다섯 가지 다른 색채로 각자의 해석을 내놨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여기 다섯 남자가 모였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섯 작가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닦아왔던 이들이다. 어느 자리에서 ‘나홀로’이어도 절대 꿀리지 않을 입지를 가졌단 뜻이다. 그런 그들이 의기투합하듯 한 공간에 모였다. 이 테마, ‘낭만’을 위해서다. 그런데 이 낭만이 만만치가 않다. 낭만이라면 마땅히 떠올릴 노랫말 “궂은 비 내리는 날 옛날식 다방, 도라지 위스키 한잔, 짙은 색소폰 소리”와는 거리가 꽤 멀다는 뜻이다. 이런 거다. 독일에서 ‘낭만주의 운동’을 만든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폰 슐레겔(1772∼1829)이 정립했다는 ‘낭만적 아이러니’(Romantic Irony)를 테마로 했다니까. 낭만이면 낭만이고 아이러니면 아이러니지, 이건 또 뭔가. 새삼 슐레겔의 이론을 놓고 왈가왈부할 건 아니니, 간단하게 추리면 이렇다. 개성·감정을 중시하는 낭만주의에도 아이러니한 ‘모순’이 있다는 거다. 이성과 감성, 정신과 자연, 현실과 이상 등 서로 대립하는. 결국 이 상충구도를 극복해가는 과정, 양쪽을 오가며 변화하는 과정을 받아들이는 방법론이 ‘낭만적 아이러니’라는 얘기인데. 얼추 비슷하다. 스스로 창조하고 파괴하길 반복하는, 긍정하고 부정하길 이어가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란 점에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나온 작가 권오상의 ‘비스듬히 기댄 형태: 행성들’(2022∼2023·117×51×79㎝·앞)과 ‘비스듬히 기댄 형태: 시계들’(2022∼2023·192×52×88㎝). 작가의 대표 매체인 사진조각에 실험을 입혔다.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를 오마주했다는 리드미컬한 반추상작품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사실 궁금한 건 따로 있지 않은가. 이 알 듯 모를 듯한 주제에 과연 다섯 작가는 어떤 결과물을 내놨을까. 작가 권오상(49), 김인배(45), 노상호(37), 이동욱(47), 안지산(44)이 뭉친, 서울 종로구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연 ‘낭만적 아이러니’ 전은 그 답이다. 권오상·김인배·이동욱은 조각이란 입체로, 노상호·안지산은 회화란 평면으로 진지하고 성실하게 풀어냈다. ◇다섯 작가가 제각각 해석한 ‘낭만적 아이러니’ 온통 눈밭이다. 그 허연 산길과 들길을 뛰고 달리는 고라니. 상상만으론 말이다. 더 없이 평화롭고 푹신할 듯한 분위기가 아닌가. 하지만 안지산이 캔버스에 풀어놓은 붓밭은 의외다. 팽팽한 긴장감이 먼저 보이는 거다. 맞다. 인간에게 쫓기고 있는 저들은 한가로운 뜀박질을 할 수가 없다. 느슨하면 당할 테니까(‘고라니 사냥 1·2·3’ 2023 등). 종국엔 눈폭풍 속에 인간형체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극으로 치닫는다(‘때를 기다리는 사낭꾼 김씨’ 2023,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 2023). 작가 안지산이 ‘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걸린 자신의 회화작품 ‘고라니 사냥 3’(2023·130×194㎝) 앞에 섰다. 눈폭풍이 몰아닥친 산속에서 벌어지는 사냥과 채집의 상황을 고라니를 관찰대상으로 삼아 상상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걸린 안지산의 회화작품. ‘토끼 귀 자르기’(2023·116.8×91㎝·왼쪽), ‘눈바람, 고라니’(2023·12×194㎝).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순환이자 삶의 일상인 사냥과 채집을 최고의 긴장과 공포로 축약해, 이중적으로 읽히는 양가적 감정을 녹여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경기 파주의 지도를 5.6m 높이의 기둥으로 만들었다. 뭐가 보이나. 글쎄 그다지. 그래서 ‘안개’(2023)란다. 경계선을 잃은, 선거철엔 그 경계가 더욱 미심쩍어지는 파주란 도시의 특성을 이렇게 빚어낸 이는 김인배다. ‘3개의 안개’를 소주제로 삼은 공간엔 안개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놓였다. 두 개의 프로펠러 날개를 겹으로 매달고 ‘나를 만지지 말라’고 새겨둔 ‘변신’(2023), 분필로 칠판을, 칠판으로 분필을 만든 ‘칠판과 분필’(2023), 되레 눈에 안 보이는 걸 비출 수 있는 ‘거울’(2023)까지. 형체는 있되 존재한다고 말하기 모호한 이들을 두고 작가는 “안개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 김인배가 ‘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세운 자신의 조각작품 ‘변신’(2023·148×165×258㎝) 곁에 섰다. 정형·비정형으로 만든 두 개의 프로펠러 날개를 겹으로 매달고 ‘나를 만지지 말라’고 새겨뒀다. 작가는 접촉·접점을 말하지만 서로 보지 못하거나 붙을 수 없는, ‘안개’처럼 모호한 관계를 들여다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 김인배가 ‘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세운 ‘안개’(2023·40×30×560㎝)를 올려다보고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5.6m 높이를 파주지역 지도모양의 합판면으로 쌓은 조각작품이다. 관람객은 정면이 아닌 옆면의 윤곽선만 볼 수 있을 뿐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무색무취한 덩어리에 불과했을 인체조각에 세상에 다신 없을 형상을 입혀낸 이는 권오상이다. ‘사진조각’을 개척한 작가는 최근 그 위에 ‘실험’을 얹었다.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를 오마주했다는 리드미컬한 반추상작품(‘비스듬히 기댄 형태’ 연작 2022∼2023)을 앞세워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내용을 문신처럼 박아낸 ‘네 조각으로 구성된 비스듬히 기댄 형태’(2022∼2023) 등. 낯익은 긴 얼굴도 보인다. 그룹 잔나비의 최정훈을 빚었단다(‘헤드’ 2022). 일부러 맞춘 듯한 좌대(‘어린 새’ 2023)에 올려 그럴 듯한 융합도 꾀했다. 작가 권오상이 ‘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내놓은 자신의 조각작품들 사이에 섰다. 앞쪽 좌대 위에 ‘네 조각으로 구성된 비스듬히 기댄 형태’(2022∼2023·180×90×110㎝)가 보인다.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를 오마주했다는 리드미컬한 몸체에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내용을 오려 붙여 만든 사진조각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세운 권오상의 사진조각 ‘헤드’(2022·34×43×80㎝·위)와 ‘어린 새’(2023·35×35×91㎝). 그룹 잔나비의 최정훈 얼굴을 빚어(‘헤드’) 일부러 맞춘 듯한 좌대(‘어린 새’)에 올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건축 자재로 ‘인간에 대한 연민’을 말하기도 했다. 마치 사람피부와 같은 분홍색 인공물질로 크고 작은 조각을 만들고 세운 이동욱이다. 사람과 인공물의 떼어낼 수 없는 밀접성에 관해 묻고 답하는 작품들이다. 벌거벗은 인물이 구조물에 고립된 상황을 표현했다는 ‘미끄럼틀’(2023), 그 주위로 ‘모퉁이’(2023), ‘절벽’(2023), ‘크레인’(2023) 등, 마치 인간에게 씌운 보이지 않은 형벌 같은 조각이 즐비하다. 작가는 “금속이 속살과 결합할 때 인간의 연약함이 더 드러날 거”라 생각했단다. 작가 이동욱이 ‘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내놓은 자신의 조각작품들 사이에 섰다. 앞쪽 테이블 위에 ‘미끄럼틀’(2023·가변크기)의 일부가 보인다. 사람피부를 연상케 하는 분홍색 인공물질을, 차갑고 반짝거리는 알루미늄 미끄럼틀에 한몸처럼 붙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세운 이동욱의 ‘계단’(2023·14×7×21㎝). 15㎝ 내외의 벌거벗은 인물상 중 하나다. 인체 주위에 그를 둘러싼 상황이나 구조적 조건을 휘감는 작업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대표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인공지능(AI)과 협업한 작업도 등장했다. 해골가면을 쓴 기사는 머리가 두 개인 말 위에 올라타 있다. 사람 사는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동물들, 새끼와 한몸이 된 곰, 토끼 귀를 한 개도 보인다. 눈치챌 수 있으려나. 노상호의 캔버스는 AI의 붓이 오류를 일으킨 장면들이다(‘위대한 챕북: 홀리’ 연작 2023). 이른바 혼종 교배라고 할 이 모두를 작가는 일기 쓰듯 기록한다는데. “AI가 보탠 디지털 이미지가 내 몸을 빠져나와 아날로그 회화가 된다”는 거다. 작가 노상호가 ‘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건 자신의 작품 ‘위대한 챕북 4: 홀리’ 연작(2023·왼쪽부터 234×91㎝, 117×91㎝, 117×91㎝) 앞에 섰다. AI 기술로 생성한 가상 이미지를 작가의 신체를 매개로 회화 형태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들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낭만적 아이러니’ 전에 건 노상호의 ‘위대한 챕북 4: 홀리’ 연작(202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91×117㎝, 182×234㎝, 117×91㎝, 90.9×65.1㎝). AI 기술을 고전적인 회화와 접목해 디지털 시대에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소격동 나와 원서동으로 다섯 작가의 전시에는 가볍지 않은 의미가 하나 더 얹혔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재개관전’이다. 지난 1년여간 두문분출했던 갤러리가 그새 새 공간을 꾸리고 최근 이전한 거다. 소격동시대를 끝내고 잇는 원서동시대는, 옛 공간종합건축사무소(‘공간사옥’)를 전시공간으로 쓰는 아라리오뮤지엄 바로 그 옆 터에서 연다. 공간사옥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김수근(1931∼1986)이 지은 건물로 이미 유명하다. 일본 건축가 나가사카 조가 리모델링했다는 새 공간은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 이 가운데 전시공간은 4개 층이다. 이번 재개관전은 그 각각의 층을 한 작가에게 할애하는 식으로 ‘따로 또 같이’의 효과를 연출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최근 8년간의 소격동시대를 끝내고 원서동시대를 여는 새 공간으로 이전했다. 옛 공간종합건축사무소(‘공간사옥’)를 전시공간으로 쓰는 아라리오뮤지엄 바로 그 옆 터다.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 입구에 권오상의 ‘에러’(Error, 2005∼2006·138×118×185㎝)를 세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아라리오갤러리는 사업가면서 국내 대표 컬렉터인 김창일(72) 회장이 세우고 운영해왔다. 서울을 중심으로 천안·제주, 또 중국 상하이에 화랑공간을 꾸린 데 더해 아라리오뮤지엄 운영도 겸하고 있다. 재개관전에 묶어낸 다섯 작가는 김 회장, 또 아라리오갤러리와 적잖은 인연을 가진 ‘전속작가’기도 하다. ‘전속작가제’는 김 회장이 초창기부터 유지해온 철학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한 갤러리에만 소속된 작가를 집중 지원·관리하는 시스템인데. ‘작가활동’을 속박하는 도구란 지적 탓에 많은 갤러리가 포기하거나 느슨하게 변형한 형태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경쟁력 있는 작가를 키우려면 더욱 전속작가제 위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다. 재개관전은 어찌 보면 ‘전속’의 올곧은 개념을 따르는 아라리오갤러리의 지향일 수도 있겠다. ‘낭만적 아이러니’에 답을 써낸 다섯 작가의 색과 방향에서 이제 막 출발한 원서동시대의 색과 방향이 비칠 거란 얘기다. 전시는 3월 18일까지.
2023.02.14 I 오현주 기자
 눈을 감아야 보이는 풍경…이호인 '해운대'
  • [e갤러리] 눈을 감아야 보이는 풍경…이호인 '해운대'
  • 이호인 ‘해운대’(사진=아라리오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둑한 배경에 굵고 길게 그어낸 선이 가득하다. 점점이 찍힌 원도 보이고 휘황하게 뭉쳐낸 덩어리도 시각을 건드린다. 경계도 없고 형체도 불분명한, 오로지 붓 가는 길에만 충실한 혼란한 화면. 그 아래 붙인 타이틀이 의외다. ‘해운대’(2022)란다. 작가 이호인(42)이 눈보다는 감각으로 포착한 풍경이다. 작가는 도시, 그중 밤시간을 그린다. 방식은 ‘추상’이다. 눈에 잡히는 하나하나의 묘사보다 마음에 잡히는 뭉뚱그린 인상을 뽑아내는 식. 시선이 닿는 지점이 뿜어내는 특징을 살리고, 작가만의 서정으로 걸러낸 상황을 덧입힌다. 말로는 꺼내놓기 어려운, 감정이 앞서나가는 전경을 묘사하기 위해 작가가 주목한 건 ‘빛’이란다.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색과 질감으로 응축한 빛의 덩어리에 보다 집중했다. 같은 야경이어도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추상화의 강도가 세진 거랄까. 어렴풋하게나마 분간할 순 있던 지형지물을 아예 밤 속에 묻어버렸다. 빠른 붓질은 여전하다. 날이 밝으면 이내 흩어져갈 풍경이어선지. 8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 왕선정·연진영과 여는 3인전 ‘저녁의 시간’에서 볼 수 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확신할 수 없는, 저녁이란 시간을 닮은 부정확한 경계와 불분명한 상태를 표현한 작품들을 걸고 세웠다. 나무패널에 오일. 45.5×38㎝.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이호인 ‘혜화’(2022), 나무패널에 오일, 45.5×38㎝(사진=아라리오갤러리)왕선정 ‘홀리!’(Holy!·2022), 캔버스에 오일, 97×145㎝(사진=아라리오갤러리)연진영 ‘파이프 체어’(2022), 알루미늄, 49×33×78㎝(사진=아라리오갤러리)
2022.07.22 I 오현주 기자
 대통령상 받으니 "아! 아이 넷 딸린 그 여자화가가…"
  • [시대藝인] 대통령상 받으니 "아! 아이 넷 딸린 그 여자화가가…"
  • 박래현의 대표작 ‘노점’(1956). 1956년 ‘제5회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대작(267×210㎝)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연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에 걸었다. 한국전쟁 이후 어려웠던 여인들의 생활상을 입체파적 시도로 그려내면서 한국화 특유의 온화함을 덜어내고 대신 뾰족함을 박았다. 각 세운 부드러움이란 게 이런 것 아닐까(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순수한 가정주부가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든 것을 희생하고 예술에만 몰두한다는 것도 허용될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이니만큼 항상 마음이 복잡한 것만은 어찌할 수가 없는 일이다. … 나는 지금 남편에 대한 시중을 정신적인 면으로 돌려버리고 말았다”(박래현, 수필 ‘남편시중기’ 1962). 이제 아이가 넷이다. 남편은 시대가 주목하던, 청각장애를 가진 천재화가. 그렇다고 자신을 대충 내려놓고 살 만큼 욕심이 없지도 않았다. 집 밖에선 일본 유학파 출신으로 촉망받는 신예라는데. 이쯤 되면 말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가. 고민과 갈등이 점점이 박힌 세월 말이다. 게다가 때는 가부장제가 첩첩이 덮인 1950∼1960년대다. 본디 여자에게 일과 가정은 화해가 불가능한 조합이라 했던가. 이를 극복하는 건 어쩌면 신의 범주일 텐데. 그런데 말이다. 그이의 붓끝은 신의 범주를 농락한 건지. 막내딸이 태어나던 1956년. 그이는 두 개의 ‘대통령상’을 거머쥔다. 대한미술협회전에서 ‘이른 아침’(1956)이 수상했을 때만 해도 “잘 그린 그림이지만 운이 따라서”라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몇 달 뒤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노점’(1956)이 다시 최고상을 받아내자 그냥 입을 닫고 탄식만 흘릴 수밖에. “아! 아이 넷 딸린 그 여자화가가….” 우향 박래현(1920∼1976). 그이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이 새로운 팩트 외에 이제껏 해오던 그대로라면 그이는 운보 김기창(1913∼2001)의 아내다. 엄청난 성취와 작품을 남기고, 그렇게 불리다가 그렇게 떠났다. 만약 ‘박래현’이란 이름이 낯설다면 그건 여전히 운보에 가려 있는 탓일 터. 박래현의 진가가 발휘된 후기추상 ‘작품’(1966∼1967). 고대문명에서 발견한 원시미술에 결합한 한국의 서민적 전통미를 먹의 번짐으로 교묘히 끌어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서울 중구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 마련한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은 한 시대를 거스르지 않고 거스른, 20세기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여성화가 박래현을 다시 들여다보는 자리다. 군산 피란시절, 어려웠던 여인들의 생활상을 입체파적 시도로 그려낸 ‘이른 아침’과 ‘노점’ 등 그이의 초대형 걸작은 물론 숨어 있던 역작을 모조리 꺼내, 138점을 걸었다. 30여명 개인소장가의 작품을 모으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20여점을 보태고, 가나문화재단·아라리오·뮤지엄산 등, 국내 미술계를 탈탈 털어 모았다. 연대기보다는 주제로 묶어 그이의 색깔을 좀더 선명하게 부각하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한국화에 ‘현대’를 들였던 시기를 도입부로, 가정생활과 병행한 예술세계, 비로소 넓은 세상에 나가 끌어낸 ‘추상’의 맛, 거기서 더 나아가 기술로 다져낸 선구자적 판화에 대한 도전까지. 그렇게 박래현의 압도적인 영역이었던 회화와 판화, 태피스트리란 세 매체를 연계한 의미로 ‘삼중통역자’란 타이틀을 빼냈다. 하지만 이는 그이의 사전에서 슬쩍 빼온 데 불과하다. 남편 운보와 미국여행을 갔던 어느 해, 박래현은 영어를 듣고 남편에게 수화로 의미를 전달하던 스스로를 이미 그렇게 불렀다는 거다. 박래현의 ‘생’(1961). 1962년 ‘제1회 세계문화자유회의초대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얼핏 추상처럼도 보이지만 소쿠리를 이고 있는 여성과 위태롭게 날개짓하는 새가 선명히 들어있다. 이제 막 추상예술로 도약하는 박래현 자신의 생을 은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35년 전, 10주기에 임박한 1985년 열었던 회고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운보가 생존했던 때라 남편의 영향력이 적잖이 작용했을 거란다. 정말 그랬다면 이번 전시야말로 박래현의 정수를 내보인 첫 자리일 수 있다. △‘총독상’ ‘대통령상’ 휩쓴 실력으로 추상·판화까지쪽진머리에 앞섶을 여민 저고리, 코끝이 선 고무신. 형체가 아니라면 빛은 또 어떤가. 황토물 뚝뚝 떨어지는 피부, 벽, 옷까지. 분명 한국의 모양과 색이 보이는데, 마치 서양의 어느 시골마을에 와 있는 듯하다. 굳이 먹을 쓰지 않고 엷은 담채로 겹겹이 쌓아내고 마땅히 있어야 할 필선도 보이질 않는다. 한국화 특유의 온화함을 덜어내고 대신 뾰족함을 박았다. 각 세운 부드러움이란 게 이런 것 아닐까. 규모도 단순치 않다. 200호를 훌쩍훌쩍 넘기는 화면이 흘러 내린다. ‘이른 아침’(253×194㎝)과 ‘노점’(267×210㎝) 얘기다. 박래현의 ‘이른 아침’(1956). ‘제8회 대한미술협회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다. ‘노점’(1956)과 마찬가지로 입체파적 시도로써 한국전쟁 직후 동네시장 풍경을 소재로 했으나 보다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전시에는 사실 이들 못지않게 중요한 작품 한 점이 더 있다. 1939년에 떠난 일본유학 중,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총독상을 받은 ‘단장’(1943)이다. 주최 측이 더 놀랐을 거다. 온통 남성밖에 없던 화단에 웬 여성이, 그것도 총독상을 낚아채다니. 기거하던 하숙집 딸이 화장하는 모습을 그렸다는 작품은 검은 옷 소녀와 붉은 화장대만으로 화면을 짠 대담한 구성과 화장솔·머리카락·손동작 등 섬세한 세부묘사가 조화를 이루는 일본화풍이다. 하지만 이런 풍을 이후엔 찾기가 어렵다. ‘여인의 생활풍속’은 끝까지 박래현의 작품세계에 남아 있지만. 그보다 ‘단장’은 그이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작품이 되기도 했는데, 시상식을 위한 귀국길에서 운보를 만나 1947년 결혼에 이른 거다. 이후 박래현의 화업은 늘 운보와 함께였다. 1948년부터 1971년까지 12회에 걸쳐 한국 첫 ‘부부전’을 이어갔고, 역시 운보와 중진 동양화가들이 함께 결성한 백양회를 디딤돌 삼아 동양화단을 움직였다.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 전경. 1939년에 떠난 일본유학 중,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해 총독상을 받은 ‘단장’(1943)이 앞에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수많은 여인과 정물을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냈지만, 사실 박래현의 진가는 ‘추상’ 작업에서 본격 발휘가 된다. 1960년대 초반 형체를 지우고 색으로 에너지를 뿜어낸 이른바 ‘색채추상’부터다. 연작 ‘잊혀진 역사 중에서’(1963), 연작 ‘작품’(1964) 등이 그때 만들어졌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더 과감해졌는데. 1964∼1965년 미국여행 중 들러봤다는 뉴욕 아메리칸인디언박물관에서 몰입한 원시미술에 한국 서민적 전통미를 결합한 ‘영광’(1966∼1967), 연작 ‘작품’(1966∼1967) 등을 쏟아낸 거다. 얼핏 고대 가면이, 얼핏 엽전도 보인다는, 박래현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맷방석’ ‘엽전’ ‘금줄’ 시리즈다.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 전경. 1964∼1965년 미국여행 중에 푹 빠졌다는, 뉴욕 아메리칸인디언박물관에서 찾아낸 원시미술에 한국 서민적 전통미를 결합한 후기 추상작품들이 걸려 있다. 왼쪽부터 ‘영광’(1966∼1967), ‘뿌리는 살아있다’(1971). ‘작품’(1966∼1967)(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진취적인 그 행보는 ‘판화’로 이었다. 마흔아홉에야 떠난 미국유학에서 판화의 세계에 입문한 거다. 국내에선 누구도 해보지 못했던 다색동판화기법, 비스코시티기법, 잘라낸 동판으로 한 면을 완성하는 기법 등 독특한 판화가 세상에 찍혀 나왔다. 전시에는 ‘시간의 회상’(1970∼1973), ‘바다의 현상’(1970∼1973), ‘태양의 시대’(1972) 등이 걸렸다. 손뜨개 기법으로 만든 ‘태피스트리’ 역시 그즈음 선뵀다. 판화의 기술이 회화를 입은 형태라고 할까. 박래현의 독보적인 작업인 동판화 ‘태양의 시대’(1972)와 ‘태양의 시대’(1972). 1969년 뒤늦게 떠난 미국유학에서 판화의 세계에 입문한 박래현은 이후 국내에선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판화기법을 고안한 작품들을 차례로 내놓기 시작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박래현의 태피스트리 ‘작품’(1970∼1973). 1966년부터 태피스트리를 제작한 박래현은 손으로 뜨개질을 해서 만든 직조에 엽전, 커튼고리, 목재 등의 오브제를 연결하는 조형실험을 해낸다. 한국 공예계에 섬유예술이 자리잡기 이전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운보 김기창의 아내’란 그늘, 이젠 벗겨낼 때 박래현, 그이의 사정이 어떠했든, 당시 한국사회는 “옳다구나” 했더랬다. 재능 있는 화가에다가, 장애를 가진 남편에 헌신하고, 자녀 양육도 똑 부러지게 하고. 덕분에 박래현은 연애와 결혼, 신가정을 다루는 여성지의 단골 필진으로 불려다녔다는데. 그이의 이력에 독특한 화룡점정은 여기서 찍힌다. 1974년 미국유학에서 귀국한 그이에게 ‘신사임당상’을 쥐어준 일이다. 예술하는 현모양처, 바로 그거였다. 운보 김기창(왼쪽)과 우향 박래현. 1954년 4월 서울 화신백화점화랑에서 ‘제4회 김기창 박래현 부부전’을 열었을 때의 모습이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애써 이루고, 또 벗어나려 했지만 여전히 남은 그림자. 그렇다고 평범치 않은 남편이 드리운 그늘을 벗겨낼 시간이 넉넉했던 것도 아니었다. 하던 일을 그대로 놔둔 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야 했으니. 바쁘고 드라마틱한 쉰여섯 생을 멈춰 세운 건, 간암이었다. 처음은 그이를 모른 채 둘러보고, 다음은 그이를 읽은 뒤 둘러보고. 전시의 암묵적인 전제라면 ‘두 번쯤의 발걸음’이다. 코로나19가 기세를 잠시 멈춘 사이 미술관이 오프라인 개방을 했다. 미술관 누리집에서 예약하면 무료(덕수궁 입장료는 별도)로 만날 수 있다. 내년 1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 연 ‘박래현, 삼중통역자’ 전 전경. 한 관람객이 박래현의 ‘이른 아침’(1956)을 오래도록 지켜봤다. 오른쪽으로 ‘노점’(1956)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0.10.05 I 오현주 기자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할까…진짜 풍경은 '사각'에 있더라"
  •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할까…진짜 풍경은 '사각'에 있더라"
  • 작가 이진주가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 연 개인전 ‘사각’에 건 자신의 작품 ‘사각’(2020) 옆에 섰다. A자형 삼각틀로 제작한 프레임을 둘러싼 설치회화는 총길이 14m에 달한다. 작가 옆 그림은, 서사와 상징으로 뒤덮인 전체 작품 중 한쪽 면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사물이 눈으로 보이지 않는 각도’ ‘관심이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구역’ ‘사정거리에 있으면서도 쏠 수 없는 범위’. 사전이 무심하게 뜻풀이를 해준 ‘사각’(死角)이란 거다. 흔히 ‘사각지대’라고 말하는 이는 한자어 그대로 ‘죽은 각’을 말한다. 그 형편으로 몰아넣은 처지·여건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상황이 어떻든 ‘사각’은 반드시 한 방향을 가리킨다. “당신은 봐야 할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시야에 장애가 있든, 주의를 놓치고 있든, 세상이 장난을 치든 말이다. 어쩌면 영원히 품을 수 없는 ‘숨은’ 가치일지도 모를 그것. 그런데 그 ‘사각’을 한 번 보여주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작가 이진주(40)다. 완벽하지 않든, 비딱한 것이든, 설명할 수 없든, 불완전한 보기가 되든. 굳이 왜 그렇게까지?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니까. 최소한 못 보고 있는 게 있다는 건 알려야 하니까. “정작 봐야 하는 진짜 풍경이 ‘사각’에 있기도 하니까.” 하지만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 원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그 사각을 어떻게 ‘보이는 것으로’ 꺼내놓을 건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연 개인전 ‘사각’은 그 매듭을 풀고 실체를 드러낸 자리다. 그저 ‘숨은 그림 찾기’ 정도려니 했다면, 작품이 누르는 무게감에 적잖이 당황할 수도 있다. △14m 그림으로 A자형 프레임을 감싸 만든 ‘사각지대’‘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한 번이라도 가봤다면 짐작이 될 거다. 이곳 공간구조는 들어서자마자 발아래를 내려다보게 돼 있다. 오래전 소극장으로 썼던 곳을 개조 없이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니까. 어두운 객석에서 밝은 무대를 바라보는 식이랄까. 작가에겐 더 어려운 장소다. 하얗고 반듯한 화이트큐브에 익숙한 그들을 고민에 빠뜨리기도, 상상력에 시달리게도 하니까. 이진주의 설치회화 ‘사각’(2020)을 전시장 입구에서 내려다봤다. 거꾸로 보이는 A자형의 프레임과 회화작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래전 소극장으로 썼던 곳을 개조 없이 사용한 공간구조의 특성상 전시장은 마치 어두운 객석에서 밝은 무대를 바라보는 듯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렇게 바라본 이 작가의 무대, 아니 전시는 커다란 구조물 한 덩이로 포문을 연다. 리넨에 채색한 그림을 양옆에 건, 마치 뱃머리처럼 보이는 뾰족한 삼각프레임이 당장 시선을 끄는데. 정확하게는 거꾸로 보이는 A자형. 보이지 않는 그 속을 보이겠다고, 진짜 사각지대를 제작한 거다. 이른바 ‘설치회화’를 만든 셈인데. 표제작인 이 ‘사각’(2020)의 전체둘레는 14m. 작가는 “관람객이 위에서 내려다볼 때는 ‘불완전한 보기’로, 곁에서 걸을 때는 ‘눈높이를 맞추는 보기’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A자형의 두 면을 두른 가로 488㎝씩의 그림 두 점 외에, A자형 안쪽에는 한 소녀를 어깨에 얹은 한 여인 그린 작품을 칠흑같은 검은 바탕에 걸어뒀다. ‘죽은 각’을 의도한 작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높이 260㎝의 설치회화 ‘(불)가능한 장면’(2020)도 있다. 각각 왼쪽 면에 날개를 단 나무판 앞뒤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여인을 세운 그림을 들였다. 하나를 보면 마땅히 하나를 잃어야 하는, 절대 한눈에 들일 수 없는 무한한 사각을 품었다고 할까. 이진주의 설치회화 ‘(불)가능한 장면’(2020). 날개가 달린 높이 230㎝ 나무판 앞뒤에 올린 양면화 중 한 면이다. 두 여인을 마주 세워 서로의 얼굴을 ‘감췄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형태가 어찌됐든 이 작가 그림의 특징이라면, 결코 연결되지 않는 장구한 스토리가 읽힌다는 거다. 아이들이 벽 뒤에 숨어 있고, 뿌리째 뽑힌 식물이 나뒹굴고, 흙탕물에서 작대기로 하얀 천을 건져내고. 이들 동떨어진 소재·형체가 뭔가 말을 하는 듯한데. 그럼에도 작가는 “이야기의 얼개를 일부러 피했다”고 했다. 한 토막을 던지는 순간 결국 작품은 한 토막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설령 많은 오해를 낳을지언정 뉘앙스만으로 에둘러 가는 편이 낫겠다”는 거다. 의도가 적중했는지, 이 작가의 작품을 두곤 다채로운 감상이 오간다. 따뜻하다, 쓸쓸하다, 정감있다, 불안하다 등등. “맞다. 양가적이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정말 기쁠 때도 두려움이 생기지 않던가. 세계를 마주할 때 생기는 극단의 감정을 작품에 다 녹인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벽에 건 이진주의 회화 ‘그것의 중심’(2017).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린 묵직한 돌, 그 가지의 중심을 잡고 있는 손, 그 손에 쥔 연필. 아슬아슬한 세상의 풍경을 온갖 오브제의 연결로 대신 풀어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독특한 건 무수한 ‘상징’이다. 팬티스타킹만 신은 여인이 그렇고, 몸을 잃어버린 손이 그렇고, 물과 천이 그렇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작가만의 도상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가령, 누군가가 입은 옷은 그 자체로 연출력이 강렬하다. 옷이 내뿜는 정보가 불필요하다 싶어 다 제거하고 팬티스타킹만 남겼다. 그제야 내가 표현하려 한 인물과 잘 맞아떨어지더라. 탄력있고 따뜻하지만 외부 충격에는 약한 성질을 가진.” 그렇다면 손은? “손이 가진 표정 때문이다. 얼굴만큼 다양하지 않은가. 때론 대놓고, 때론 숨어서 여러 사건을 암시한다.” 이진주의 설치회화 ‘사각’(2020) 중 한 면의 부분. 벽 뒤에 숨은 아이들, 뿌리째 뽑혀 나뒹구는 식물, 몸을 잃은 손 등 작가의 서사를 입은 온갖 상징이 들어차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남편 이정배 작가, 설치회화 프레임 제작해 사실 이번 전시에서 ‘핵’이라 할 설치회화의 프레임을 만든 이는 따로 있다. 이 작가의 남편 이정배(46) 작가다. 이 작가와 홍익대 동양화과 동문이기도 하는 한 남편은 그림보단 조소작업을 활발히 하는 중이다. 두 작가의 공통점이라면 정통을 고수하진 않더라도 태생을 잊진 않았다고 할까. 동양적으로 붓질을 하고, 동양적으로 나무·레진을 다듬는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동양도 서양도 아닌 중립적인 세상을 열어젖히는데, 바로 ‘확장’이다. 이를 연결고리 삼아 두 작가는 함께 2인전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만큼, 남편은 이름 한 줄 올리지 않은 순수한 조력자로 몸을 감췄다. ‘작가 이진주 전’의 사각이 있다면 그건 ‘작가 이정배’다. 작가 이진주가 자신의 작품 ‘사각’을 사이에 두고 남편 이정배(오른쪽) 작가와 나란히 섰다. 이정배 작가는 이번 아내의 개인전에서 ‘핵’이라 할, 설치회화의 프레임을 제작했다. 그 프레임 덕에 두 작가는 ‘나란히’ 서기는 했지만, 서로를 볼 수 없는 서로의 ‘사각지대’에 잠시 머물게 됐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그간 이 작가는 평면이면서 입체를 탐한 작업을 해왔다. 지층의 단면을 끊어낸 듯 ‘저지대’(2017) 아래 세상을 보여주고 ‘가짜우물’(2017)이란 속 깊은 세상을 눈앞에 들이대기도 했다. “우리 동양화는, 중국의 관념산수와 구분하기 위해 ‘진경산수’란 말을 썼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객관적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나조차 감히 진경을 끌어와서 진짜 풍경이라 우기고 있는 건 아닌지.” 시작은 ‘본다는 게 뭘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란다. “사진으로 찍힌 객관적·환상적인 풍경과 우리가 감각하고 기억하는 풍경은 다를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우리의 소통은 보통 주관적인 것이 본질을 이루지 않는가. 결국 ‘본다’를 다시 해석해야 할 듯했다.” 그렇다고 무모하게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니다. 그래도 못 보는 것은 지나쳐 버려도 괜찮다고 한다. 그래. 결국 세상을 다 들여다볼 순 없으니까. 무슨 짓을 해도 못 보는 부분은 생기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시도는 하지 않았나. “뻔하고 익숙한 캔버스”로는 아쉬워 “더 적합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작품을 보여주겠다고. 그럼에도 여전히 보지 못한 ‘사각’은 더 있을 터. 드러낸 것보다 드러낼 게 궁금한 건 역시 기대감 때문일 거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이진주의 회화 ‘저지대’(2017). 지층의 단면을 끊어낸 듯 땅속 세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가로세로 550×222㎝ 규모의 대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작가의 작품 4점 중 한 점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는 걸지 않은 그림이다(사진=이진주 작가).
2020.09.28 I 오현주 기자
반장선거 연설문 흐르는 정상회담장…"거물·권력 그게 뭔데?"
  • 반장선거 연설문 흐르는 정상회담장…"거물·권력 그게 뭔데?"
  • 작가 장종완이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 연 ‘프롬프터’ 전의 메인설치작품인 ‘연단’ 앞에 앉았다. 국가지도자나 정치인이 아니라면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정치무대를 차용해 특유의 ‘비틀기’를 꺼내놓은 자리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둘 중 하나다. 우리가 오해를 했거나 그가 오해하게 만들었거나. 그이의 작업에선 일단 판타지가 보이니까. 드넓은 평원에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만년설 배경의 산등성이에 선 들소가 점잖게 세상을 바라본다. 이 풍경에서 우리가 볼 건 하나뿐이지 않은가. “아, 여기가 유토피아로구나.” 그런데 그 평화로운 그림이 말이다. 잔잔한 파스텔톤으로 이 세상이 아닌 듯한 전경을 잡아낸 그것이 말이다. 어느 동물의 껍질에 그려졌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슬슬 헷갈리기 시작하는 거다. 동물가죽을 걸곤 유토피아를 보라 하고, 유토피아라 하곤 동물가죽을 보라 하니. ‘당신이 아름답다고 하는 낙원도 결국 동물가죽 위일 뿐’이란 냉소를 이렇게 날린 건가. 그러던 그이가 현실세계에 나타났다. ‘잔인한 목가적 풍경’을 휘젓던 발걸음을 옮겨 인간세상으로 말이다. 그것도 ‘최상위 클래스’에 바로 뛰어들었다. 국가지도자나 정치인이 아니라면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무대’를 겨냥했으니까. 연단을 꾸미고 마이크를 달고 깃발을 세웠다. 뒤로는 품격을 돋보일 대형그림을 걸고, 앞으론 연설을 위한 장치인 프롬프터까지 구비했다. 그런데 이토록 근엄한 장면을 연출했음에도, 상황은 그다지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조용한 비틀기, 자근자근한 딴죽걸기, 은근한 비웃음은 여전해 보이는 거다. 굳이 다른 점이라면 대놓고 실토한 거랄까. “현실정치 무대를 차용해 가져왔다. 내 스타일로 우화적인 블랙코미디를 설치한 거다.” 작가 장종완이 연출한 ‘프롬프터’ 전 전경. 연설무대를 바라봤을 때 왼쪽 편이다. 소년이 개에게 청진기를 들이대고 있는 조각상 뒤로 ‘일당백’을 새긴 바위로 파도가 들이치는 장면을 그린 회화작품 ‘초상화 1’(2020·왼쪽), 댐에서 초코·딸기·바나나 등 우유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풍경을 뽑아낸 ‘초상화 2’(2020)가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가득 채워서 벌거벗긴 정치무대 작가 장종완(37)을 만난 곳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그가 ‘프롬프터’ 전을 연 공간이다. 크고 작은 전시에 쉼 없이 나섰지만, 개인전으론 3년 만이다. 딱 그 시간만을 놓고 본다면 이번 변신은 ‘제대로’다, 적어도 외형으로는. 계기가 있었던 건가. “뉴스를 볼 때마다 국가지도자 연설 혹은 회담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 주변의 장식·그림·조각 등도 재미있게 관찰했다. 나라마다 차이가 나는 것도 특이했고, 신화적 이미지를 만드는 듯도 했고. 언젠가 이 양식으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맞다. 말 그대로다. 옮길 건 다 옮겨놨다. 연설자만 ‘부재 중’일 뿐이다. 아니 그것도 괜찮다. 특정인을 세우지 않았지만 누구든 들어맞는 세팅이니까. 그런데 작가의 비딱한 기질이 어디 가겠느냐는 거다. “일상에서 눈에 거치적거리는 것을 수집한다”는 성향이 정치무대로 ‘튀었다’. 가득 채워서 벌거벗겼다고 할까. 작가 장종완의 ‘프롬프터’ 전을 ‘객석’에서 바라봤다. 옛 ‘공간사옥’의 소극장을 그대로 쓰고 있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만 꾸미고 볼 수 있는 전경이다. 연단 양쪽에 세운 ‘담요깃발’ 중 대나무를 씹고 있는 판다를 새긴 깃발이 유독 선명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런 식이다. 연단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두 장씩 걸린 깃발. 소재는 모조리 담요다. 그중 유독 시선을 끄는 하나가 있는데. 판다 때문이다. 노란 바탕에 거꾸로 매달린 판다는 열심히 대나무를 씹는 중. 그 옆엔 한 들짐승이 매섭게 노려보고 있고. 후딱 눈을 돌리면 이번엔 마이크에 올라탄 풍뎅이가 들어온다. 푸르고 붉은빛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연설의 꽃’인 프롬프터는 제대로 돌고 있을까. 그래, 돌기는 돈다. ‘반장선거 연설문을 써달라’고 포털사이트에 어느 초등학생이 올린 글과 댓글의 향연을 못 본 척한다면. 여기에 비하면 연단 뒤 가로 4m에 달하는, 달리는 말 머리를 파도에 빗댄 대형그림(‘푸른 아우라’ 2020)이나, 연단 앞 지휘봉을 들고선 ‘부엉이 모형’(2020)은 아주 ‘정상적’으로 보인다. 작가 장종완이 ‘프롬프터’ 전에 세운 설치작품 ‘부엉이 모형’(2020)과 ‘프롬프터’(2020). 지휘봉을 들고선 부엉이를 세운 나무 아래로 낡은 TV모니터를 개조해 만든 프롬프터에선 연신 자막이 흐른다. ‘반장선거 연설문을 써달라’고 포털사이트에 어느 초등학생이 올린 글과 댓글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사실 화룡점정은 따로 있다. 메인 무대와 벽 하나를 두고 갈린 또 하나의 공간. 그 중심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꼬마변기’다. 마땅히 화장실로 꾸몄을 그 공간에서 변기를 호위하듯 걸린 작가의 회화작품들은 되레 기가 죽는다. ‘나는 할 수 있다’(2018), ‘초상화’(2019), ‘역사화’(2019) 등 어마어마한 그림들이 말이다. 이게 무슨 뜻인가. 대중을 상대로 이념을 설파하는 연단에도 ‘변기’는 따라다녀야 한다는 건가, 거물로 보이는 그들도 개인의 방에선 그저 ‘작은’ 인간이란 건가. 작가 장종완이 연설무대 옆방에 ‘화장실’처럼 꾸민 공간이다. 앙증맞은 변기는 아이들의 배변 훈련을 위해 만든 기성품이다. 그 주위를 호위하듯 ‘화장실 그림’으로 건 작가의 회화작품들이 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가의 풍자에는 히스토리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풍자만화를 그렸다. 이후에도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다 보니 작품도 그런 식으로 연결된 듯하다.” 온갖 오브제가 한 방향을 가리키는 이번 전시작도 굳이 작품만을 위한 구상이 아니었단 소리다. “변형이 있는 낯선 것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늘 지나다니다 문득 “되게 이상한데?” 싶은 게 기본 골격이 된다는 얘기다. 사실 작가를 알린 ‘가죽그림’도 일상에서 나온 것이긴 하다. 아버지의 직업 덕에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러그 등이 집에 많았다는 거다. 어느 날 널브러져 있는 그것들을 예술작품으로 바꿔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령 캥거루 가죽에 캥거루가 회상하는 낙원을 그리면서 재미를 붙였다.” 하지만 종국엔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줄 수밖에 없던 그 작업에 회의가 생겼나 보다. “취지와는 달리 흐르기도 했고. 좀 쉬어야겠다 싶다.” 작가 장종완의 ‘가죽그림’들. ‘붉은 버섯들’(2019), ‘신들의 황혼’(2017), ‘우연히 그를 만났네요’(2016) 등, 양가족·소가죽·곰가죽·여우가죽 등 동물가죽 위에 그린 연작 회화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연 젊은 작가 17인의 그룹전 ‘현대회화의 모험: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에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성적·진보적인 건 노력이 필요” 장소의 상징성까지 더해 전시는 생기가 돈다. 아라리오뮤지엄이 들어선 곳은 한국 1세대 건축가인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옛 ‘공간사옥’이다. 1980∼1990년대 연극을 공연하던 소극장으로 유명했던 이 공간이 모처럼 임자를 만났다고 할까. 오브제를 가져다 놓고, 그림을 그려 걸고, 모니터를 제작하고, 움직이는 모형을 만들고, 웃음소릴 빗댄 사운드를 입혀냈으니까. 어차피 그의 작품을 하나씩 끊어보는 건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정작 작가는 “그림 그리는 장종완”이란다. “모든 시작은 회화가 아니겠느냐”고. 홍익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작가로서의 첫발은 엉뚱하게 ‘키네틱아트’였다. 정작 붓은 뒤늦게 잡았지만 세상을 덧칠하는 데 부족함은 없었다. 매체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고. 작가 장종완이 연설무대 옆방에 마련한, ‘화장실’처럼 꾸민 공간에 핵심 오브제로 들인 ‘꼬마변기’ 옆에 앉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가죽그림’이든 ‘정치무대’든 큰 줄기 역시 변한 게 없다. “그릇된 믿음이 빚은 풍경을 꼬집는 작업” 말이다. 정치든 기술이든 종교든 유토피아든, 허황된 낙관주의, 가식뿐인 파라다이스에는 일단 각을 세운다. 좋은 것이 다닥다닥 붙으면 수상한 느낌이 든다는 거다. “트럼프도 그렇고, 스트롱맨들이 몰아가는 현상이 흥미롭다. 힘만 센 원시적인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 이성적이고 진보적인 것에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동물을 주역으로 잔뜩 희화화한 세상을 꺼내 놓으며 정작 ‘이상향’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나. 결국 그가 꿈꾸는 세상은 ‘멸균된 풍경’이란 것이. 비록 다시 한 번 오해가 생기더라도. 우리의 ‘환상과 좌절의 밀당’, 그이의 ‘희망과 반전의 줄타기’가 끝까지 평행선을 달리게 되더라도. 전시는 8월 16일까지. 작가 장종완이 ‘프롬프터’ 전 연설무대에 서서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연단을 꾸미고 마이크를 달고 깃발을 세우고 그림을 걸고, 단지 연설자만 ‘부재 중’이던 그 무대를 작가가 대신 채웠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0.06.08 I 오현주 기자
 남다르고 실속 있는 '요망진' 제주
  • [여행] 남다르고 실속 있는 '요망진' 제주
  • 한림 동명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관광공사(사장 박홍배)는 22일 ‘남다르게 실속 있게, 요망진 6월 제주’라는 테마를 주제로 관광지, 자연, 체험, 축제, 음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6월 제주 관광 추천 10선’을 발표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추천 10선은 똑똑한 실속파의 제주여행을 테마로 기획했다”며 “요망지게(똑똑하고 야무지게) 제주의 6월을 즐겨보시라”고 전했다.◇검은용의 이야기를 따라 ‘한림 동명리’ 명월성지를 끼고 있는 마을, 한림읍 동명리엔 검은 용이 산다. 다름 아닌 밭담이다. 수류촌으로 불릴 만큼 예로부터 맑고 풍부한 물을 자랑하던 이 마을에 이제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밭담이 새로운 자랑이 되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돌무더기 캐릭터 ‘머들이네’를 따라 수류촌 밭담길을 돌아보는 50분 동안, 가만히 엎드려 마을을 지켜온 검은 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지친 다리는 카페 ‘동명정류장’에서 쉬어가도 좋다. 오래된 마을회관을 개조한 아담한 공간은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밭담길을 홍보하고 제주를 알리는 기념품으로 마을과 한데 어우러진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근처 한수리의 한림바다체험마을을 찾아보자. 전통낚시와 바릇잡이, 바다공예까지 온가족이 누릴 만 한 행복이 물결친다.삼다수 숲길◇비밀을 간직한 원시림 속으로 ‘삼다수 숲길’옛 임도를 활용해 조성한 삼다수 숲길은 근처의 사려니 숲길과는 결부터 다르다.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 한 덕분일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천년의 숲 부문 어울림상을 받았을 만큼 꾸미기보다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 걷기에 어렵지 않으면서도 원시림에 가까운 숲에 들어서면 자연의 품에 온전히 안기듯 포근하고, 고요한 만큼 더 큰 평온이 숲에 대한 환상을 고스란히 채워준다. 숲길을 걷다 산수국과 때죽나무 꽃비를 만나는 것도 더없는 행운! 교래리 종합복지회관 맞은편 이정표를 따라 목장길을 지나면 숲길이 시작된다. 1시간 반이 소요되는 1코스도 좋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2시간 반이 걸리는 2코스를 골라 걷자. 화장실은 따로 없으니 복지회관에서 미리 이용하는 센스.이승이오름◇화산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승이오름’한라산 허리춤에 자리한 이승이 오름은 한라산 둘레길을 찾는 이들에게는 이미 꽤나 유명하다. 마을공동목장을 낀 목가적 분위기에서 어느새 원시의 자연림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숲이 해를 가린 ‘해그므니소’는 신비롭고 성스런 분위기로 작은 식물들을 보듬어낸다. 바위를 감싸 안은 나무뿌리와 나무를 품은 화산암은 세월의 무게를 더하고 점점이 박힌 화산탄이 섬의 탄생순간을 지금에 전한다. 정상에 올라 올망졸망한 오름을 거느린 한라산을 마주했다면, 옛사람의 온기 스민 숯가마터와 선조들의 피땀 서린 일본군 진지동굴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도 좋다. 오름 입구에 설치된 안내도에 따라 형편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자. 20분의 등반코스를 골라도, 40분의 순환코스를 골라도 오름의 신비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파라세일링◇한 발 먼저 여름을 열고 ‘파라세일링&패들보드’바다를 그리며 제주까지 왔는데, 바다에 뛰어들기엔 이르다니 낭패다. 그렇다고 물러설 텐가, 기다리기보다 한 발 앞서 가기로 한다. 6월의 기온과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남들보다 먼저 여름을 열자. 지금 필요한 건? 나만의 취향저격 액티비티를 고르는 일! 언젠가 한번쯤 두둥실 떠오르고 싶던 소원은 파라세일링으로 이룬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몰라도 괜찮다. 별다른 준비 없어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더 반갑다. 균형 감각에 자신 있다면 패들보드를 픽!하자. 바다에 몸을 띄운 채 감행하는 보드 위 요가는 흐트러진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준다. 초보자를 위한 강습코스도 있으니 겁내지 말고 도전할 것. 주머니 좀 가벼워지면 어때, 그 몇 배의 에너지로 돌아올 텐데.(기상상황에 따라 유동적, 사전확인 필수)염나니코지길 벵듸고운길◇태양이 이끄는 길 위로 ‘염나니코지길 벵듸고운길’구좌읍 평대리를 중심으로 인근 마을과 마을을 잇는 벵듸고운길. 편평하고 너른 들이라는 뜻의 ‘벵듸’와 ‘평대’가 어딘가 닮았다 했더니, 예부터 어른들은 평대를 벵듸로 불렀다고. 벵듸고운길 해안도로를 따라 한동리를 향하다 빨간 등대가 놓인 작은 방파제를 찾아보자. 바로 ‘염나니코지’다. 이른 아침 이곳을 찾는다면, 빨간 등대 뒤로 이제 막 걷히는 새벽하늘에 넋을 놓을지도. 염나니코지길을 돌아 나오다 반여동산에서 잠시 기지개를 켜고 막 깨어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자. 걷다가 만날 평대리 어촌계의 건물벽화는 평생을 바다에 흩뿌려온 해녀들의 생애와 그들이 거두어온 바다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침 해가 전하는 감동에 그네들 삶의 경이로움이 더해져 조용하고 은근한 응원으로 다가온다. 이 순간, 이름부터 곱고 사랑스러운 이 길 위에서 나는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다. 원도심 심쿵투어◇가성비 갑 & 가심비 갑 ‘원도심 심쿵투어’,한때 구도심이라며 내물리던 곳이 본래의 이름을 찾아 새 도약을 꿈꾼다. 이름하야 ‘원도심 심쿵투어’는 도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원도심 탐방 프로그램. 제주민속박물관을 출발해 삼성혈과 산지천, 동문시장을 경유하는 1코스와 관덕정에서 중앙 성당, 예술 공간 이아를 거쳐 탑동관광안내소까지의 2코스로 나뉘며, 중간 중간 요즘 힙하다는 옷가게, 서점과 맛집도 있어 감각은 젊어지고 인증스탬프를 모아 경품을 받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제주 곳곳을 넓게 살피기엔 시티투어버스와 관광지 순환버스가 제격! 저렴한 가격에 명소를 두루두루 찾는 편리함은 자가운전과는 가성비부터 비교불가. 시내권에서는 시티투어버스가, 중산간 여행엔 관광지 순환버스가 나를 위한 친절한 안내자로 나선다. 마음 머무는 곳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한들 누구 하나 투정하지도 눈살 찌푸리지도 않는다.산수국◇수수함과 경쾌함 사이, 꽃에 꽂히다 ‘산수국 & 해바라기’6월 제주의 수국이 익숙하다면 산수국은 어떨까. 당당하고 화려함보다 수수한 건 사실이지만 은근하고 진득한 매력을 사람으로 치자면 ‘츤데레’ 같달까? 영주산 천국의 계단에서, 삼의악에서, 그리고 사려니숲길 어디쯤에서 호위하듯 늘어선 산수국을 만나는 반가움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산수국의 은은한 매력에 취했다면 해바라기의 발랄함을 더해보자.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선 삼별초의 역사이야기보다 먼저 해바라기의 경쾌함에 빠져들지 모르니 주의할 것! 해바라기를 가꾸고 소개하는 농장도 있으니 참고하자. 어떻게 담아도 예쁜 꽃 옆에서 환한 웃음은 필수. 맑은 날엔 선명한 추억으로 물안개가 핀 날엔 몽환적인 분위기로 기록될 것이다. 설령 덜 핀 꽃이라도 그 빛깔은 덜하지 않으니...생각만으로 설레는 지금부터 나만의 꽃 여행주간이 시작된다. 명심하자, 꽃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제주의 문화공간◇문화로 감성충전, 제주곳곳 문화 공간들여행자의 감성을 채우는 것이 아름다운 풍경만일까. 제주 곳곳에 자리 잡은 문화공간들은 나와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시와 공연으로 풀어낸다. 유명 작가가 아닐지라도, 대형 전시장이 아닐지라도, 우리 삶이 예술과 다르지 않음을 이곳에서 확인한다. 산지천 갤러리에선 제주의 어머니, 해녀들의 문화와 일상을 읽고, 서귀포 문화빳데리 충전소에선 밀납으로 빚어낸 매화 ‘윤회매’를 통해 내면의 소리와 자신에 집중한다. 문화공간 양이 젊은 작가의 무의식에 드러난 4.3으로 잊혀져야 했던 역사에 다가서면, 옛 병원건물에서 예술공간으로 변신한 이아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예술과 삶을 이어준다. 국내외 유명 작품을 만나는 호사도 가능한 아라리오 뮤지엄 동문모텔 1,2는 예약 도슨트제로 바뀐다니 참고할 것. 즐기는 만큼 고단해지기 쉬운 여행의 어느 지점에 무심하게 쉼표 하나 찍어두고 삶을 가꿔보자. 제주의 펍&양조장◇한 잔을 마셔도 나는 달라, 제주의 ‘펍&양조장’양보다 질이 중요한 여행자를 위해 아무데서나 맛보기 힘든 이곳만의 양조장이 있다. 4대에 걸쳐 전통방식을 지켜온 제주 술익는 집에선 제주 전통주와 발효음료 만들기 체험이 마련돼 있다.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들의 좋은 반응에 주인장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국토최남단 브루어리, 서귀포에서 만든 신선한 맥주는 탐라에일 탭하우스의 담당. 페일에일부터 바이젠까지, 다양한 수제맥주를 만드는 공장투어는 단체보다 개인에게 열려있다. 국내유일의 멜로멜 와인(과실을 첨가한 벌꿀 술)은 제주허니와인에서 만날 수 있다. 꿀과 감귤과즙 모두 제주산 재료를 고집한 고급와인의 향긋하고 달콤함에 여행의 피로도 녹아내린다. 제주샘주를 찾는다면 오메기떡, 전통주 칵테일, 쉰다리를 만들어보자. 남들과 다른 것을 맛보고 듣고 만들 수 있어 6월 제주여행이 더 신선하고 알차다. 단, 체험프로그램은 예약필수.제주의 실속밥집◇착한 가격 더 착한 맛, 도민 인증 ‘실속 밥집’ 때론 큰 맘 먹고, 때론 무리하며 달려온 여행자들에게 유명 음식점의 메뉴판은 종종 부담을 안긴다. 여행 중 몇 끼 정도 화려하지 않으면 어떤가. 지나는 길에서 만난 빛바랜 간판을 따라 들어가 허름한 식탁을 차지하고 앉아보자.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 알쏭달쏭하다면 여기 힌트가 있다. 도민들이 인증하는 실속만점 현지인들이 찾는 밥집! 눈앞에서 익어가는 두루치기를 기다리다 현기증이 나고, 윤기 흐르는 수육정식 앞에서 체면은 사치다. 착한 가격의 정식차림에, 반찬집 운영경력의 사장님 덕에 화려한 반찬을 자랑하는 국수가게에서 국수보다 순두부가 주인공인 건 반전이라면 반전. 소박하고도 진득한 인심으로 배도 채우고 실속도 찾는 이곳이 있어 제주여행의 부담은 반이 되고, 추억은 배가 된다.
2019.06.17 I 강경록 기자
"고상한 그림? 난 옷걸이에 걸어 판다"
  • "고상한 그림? 난 옷걸이에 걸어 판다"
  • 작가 노상호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전시한 자신의 대형 걸개그림 ‘더 그레이트 챕북Ⅱ’ 옆에 섰다. 길이 270㎝짜리 화면에는 온갖 인물군상이 등장한다. SNS에서 수집하고 구글링을 통해 무작위로 뽑아낸 이미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도도한 표정의 여인 옆에 장난기 가득한 청년의 과장된 몸짓이 보인다. 비키니차림의 여인도 등장하는데 그 아래로는 난데없이 한무더기의 검은 정장을 입은 일행이 지나간다. 가로 220㎝ 길이 270㎝짜리 걸개그림에 등장한 온갖 군상. 그런데 말이다. 족히 수백 컷은 모았을 듯한 대형 그림판이 정작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승전결의 맺고 끊음도 없다. 제각각 의미는 가졌겠으나 도통 섞이질 않는다. 당황스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언뜻 봐도 300~400개는 돼 보이는 옷걸이가 심상치 않다. 가지런히 정리돼 나란히 걸린 옷걸이에는 드로잉이 한 점씩 들었으니. A4 크기에 하나씩 비닐을 씌워 낱개포장한 그림의 내용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걸개그림의 장면 하나하나를 잘라낸 형태라 할까. 이 모든 광경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옛 공간사옥)에 펼쳐졌다. 젊은 작가 노상호(32)가 개인전 ‘더 그레이트 챕북(The Great Chapbook)Ⅱ’란 타이틀 아래 늘어놓은 전경이다. 예전 소극장으로 쓰던, 붉은 벽돌이 촘촘히 박힌 공간의 특성까지 더해 전시장은 차라리 공연 중인 거대한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펼친 노상호의 개인전 ‘더 그레이트 챕북Ⅱ’ 전경. 붉은 벽돌이 촘촘히 박힌, 옛 공간사옥 시절 소극장으로 쓰던 공간의 특성까지 더해 전시장은 차라리 공연 중인 거대한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세상에 널린 이미지로 매일 3~4점 ‘생산’ 얼핏 눈치챘겠지만 노 작가는 흔히 말하는 고상한 미술을 ‘지양’한다. 최소한 그의 작품세계에는 예술성을 위한 고고한 노력은 없단 소리다. 노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모든 소스는 인터넷에서 나온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서 수집하고 구글링을 통해 무작위로 뽑아낸다. 그렇게 거둬 모은 이미지를 다시 드로잉해 작품화하는데, 매일 3~4점씩은 보통이란다. 걸개그림 4점을 포함해 전시장에 나온 작품 수가 1500여점. 올해 1월 1일부터 작업한 데서 골라낸 게 이 정도라니, 작업량을 섣불리 가늠할 수조차 없다. 방식은 이렇다. 얇은 먹지를 대고 모사하듯 이미지를 따낸 뒤 다시 변형하고 재편집해 제작한다. 판화를 전공한 작가다운 작업이라고 할까. 이 과정에서 크기도 조정하고 다른 이미지를 섞어내기도 한단다. 작품의 형태는 이후에 결정한다. 먹지드로잉 위에 수채물감으로 가볍게 색을 입혀 옷걸이용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이들 이미지를 콜라주해 캔버스천에 수용성 유화로 채색한 뒤 걸개그림으로 만들기도 한다. 걸개그림 속 이미지는 조각조각 떼어내 작은 액자에 들이기도 한다. 노상호가 수집하고 드로잉하고 편집한 이미지들. 걸개그림에서 조각조각 떼어낸 것을 작은 액자에 들였다. 이번 전시에 1000여점이 나왔다(사진=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그렇다면 과연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란 게 있는가. 이에 대한 노 작가의 철학은 확실하다. “주제는 태도다. 팩트를 보이려는 게 아니다. 이미지를 대하는 태도를 보이려는 거다. 원본은 중요하지 않다. 인터넷에 수없이 존재하는 이미지는 그림파일이 되는 순간 가벼워지지 않나. 계속 복제돼 갈 뿐이고. 난 그 파편화한 형태만 보이려는 거다.” 결국 요즘 사람들이 이미지를 대하는 방식을 보이려 했다는 얘기다. 무의식적으로 소유하고 소비하는 그대로. 또 하나 생기는 의문. 왜 굳이 옷걸이였나. “매장을 운영하는 콘셉트로 생각하면 된다. 의류매장에 걸린 옷처럼 전시한 그림을 그냥 편하게 구경했으면 좋겠고. 그러다가 한 점씩 사갈 수 있으면 좋겠고.” 그림에 대한 아우라도 없고 관념도 없다는 고백이 뒤따른다. 전시장 벽면을 빙 둘러싼 옷걸이들. 가지런히 정리돼 나란히 걸린 옷걸이에는 노상호 작가의 드로잉이 한 점씩 들었다. A4 크기에 하나씩 비닐을 씌워 낱개포장한 그림의 내용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걸개그림의 장면 하나하나를 잘라낸 형태라 할까(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족히 300∼400점은 돼 보이는 옷걸이 드로잉. 노상호 작가는 마치 일기를 쓰듯 SNS와 구글링을 통해 이미지를 수집한 뒤, 먹지드로잉 위에 수채물감으로 가볍게 색을 입혀 옷걸이용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캔버스천에 콜라주해 수용성 유화로 채색한 뒤 걸개그림으로 만들기도 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값싸게 널리 공급하는 ‘챕북’처럼 가수 혁오와의 인연이 만든 그림 한 점은 덤으로 볼 수 있다. ‘어떻게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2018)란 다소 긴 제목의 작품은 혁오밴드의 동명앨범 재킷에 들어간 이미지를 모은 거란다. 길이 52㎝에 폭 200㎝에 달하는 그림의 작업방식도 다르지 않았다. “구글에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검색했더니 수천 건이 올라오더라. 그중 적당한 이미지를 골라 한 화면에 구성했다.” 아직 완성을 보지 않은 작품이다. 앨범이 이어지는 한 그림 또한 이어질 테니. 전시제목으로 따온 ‘챕북’ 역시 노 작가의 세계를 반영한다. 챕북은 한마디로 ‘싸구려책’이란 뜻이다. 작은 책자에 가벼운 소설 따위를 찍어 대량으로 팔던 책. 노 작가의 챕북이 다른 점이라면 텍스트 대신 이미지를 넣었다는 정도랄까. 인쇄물의 품격보단 광범위하게 뿌리는 데 치중한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2016년 개인전 ‘더 그레이트 챕북Ⅰ’에 이은 이번 ‘챕북Ⅱ’도 대단한 의미는 없다. 게임이나 영화처럼 버전을 이어간다는 외에는. 결국 소비행태란 소리다. 노상호의 ‘어떻게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2018). 가수 혁오와의 인연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혁오밴드의 동명앨범 재킷에 들어간 이미지를 모았다. 폭이 2m에 달하는 그림은 앨범이 만들어질 때마다 더 늘어날 모양이다(사진=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난 보일 뿐 판단은 알아서들 하시오’라고나 할까. 감히 손끝도 댈 수 없던 미술품을 노 작가의 전시에선 손을 대야만 볼 수가 있다. 옷걸이를 하나씩 제쳐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하니. 이런 파격적인 감상법이 누구에게는 즐거울 수도 누구에게는 곤욕일 수도 있단 얘기다. ‘소비하는 양만큼 생산해낼 뿐’이란 경제논리도 먹힌다. 세상이 보기를 원하는 이미지를 감당하려면 방법이 없질 않은가. 최대한 빠르게 많이 보여주는 것 외에는.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전시다. 작가는 쉽고 편한 자리를 의도했다지만.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2018.09.03 I 오현주 기자
회로기판·집어등…죽어가는 것에서 '심장'을 꺼내다
  • 회로기판·집어등…죽어가는 것에서 '심장'을 꺼내다
  • 배수영의 설치작품 ‘생+생+생’(재생+소생+상생·2018·위). 가로세로 480×184㎝에 달하는 대작이다. 회로기판을 달고 회로도패턴을 심어 태양을 둘러싼 우주형상을 표현했다. 부지현의 ‘궁극공간’(2018·아래). 난간의 계단을 잡고 움직여야 할 만큼 칠흑같은 어둠뿐인 66㎡(약 20평) 남짓한 공간에 집어등을 달고 붉은 레이저빛과 연기를 채웠다(사진=갤러리박영·아라리오뮤지엄)[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장면 하나. 하얀 벽에 깔끔한 판이 걸렸다. 그 안에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정물이 자리잡고 있다. 나비니 새니 사과니 하트니 하는. 이 모두를 한 데 모은 듯한 커다란 작품도 보인다. 얼추 5m는 되는 듯하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유난스러울 게 없는 상황. 한 걸음 다가서면 시선을 사로잡는 세상과 비교하면 말이다. 흔하디흔한 나비·새·사과·하트 등이 품은 특별한 ‘심장’이 보이는 거다. ‘회로기판’이란 심장. 그러고 보니 그들의 속살도 얽히고설킨 수많은 회로였다. #장면 둘.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검은 공간. 숨소리도 부담스러운 칠흑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서히 시야에 꽂히는 붉은 등과 붉은 면이 보인다.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는 등과 빛을 따라 뭉쳤다 흩어지는 연기. 화염이란 게 이런 건가. 아니 어둠에 숨죽였다가 햇빛을 받으면 퍼지는 안개란 게 이런 건가. 외부의 빛, 공기까지 철저히 차단한 깊디깊은 사각방이 시공간감각을 정지시킨다. 다만 한 가지. 이들을 여전히 살아있게 하는 ‘심장’이 느껴진다. ‘집어등’이란 심장. 설치작가 배수영(45)과 부지현(39)이 특유의 개성과 철학을 담은 개인전을 열고 있다. 배 작가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아트라운지에 ‘치유와 상생’ 전을, 부 작가는 종로구 안국동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옛 공간사옥)에 ‘궁극공간’ 전을 펼쳤다. 두 전시에서 눈여겨볼 것은 오브제와 작업방식이다. 두 작가 모두 소임을 다한 ‘폐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해낸 것이다. 배 작가는 컴퓨터는 물론 각종 전자기기에서 쓰임을 다한 ‘회로기판’을 끄집어냈다. 부 작가는 고독한 밤바다에서 어부들이 고기를 잡는 데 쓰다가 버린 ‘집어등’을 가져다 놨다. 그러곤 둘 다 미술영역에서 벗어나는 ‘딴짓’을 서슴지 않았다. 전기니 전자니 온갖 ‘공학’적 요소를 총동원한 작품을 만들어낸 거다. 그렇게 배 작가는 인공과 자연, 인간이 상생하는 순환의 길을 냈고, 부 작가는 현실과 초현실이 접목하는 ‘제3의 공간’으로 향하는 방을 냈다. ▲회로기판은 순환이다…배수영의 ‘관계의 재생’“결국 사는 일은 생명의 순환이고 관계의 회복이 아닐까 한다. 회로로 연결해 뽑아낸 인공적인 빛이란 것도 인간을 둘러싼 자연관을 되살리고 조합한 거니까.” 가로세로 480×184㎝에 달하는 설치작품 ‘생+생+생’(재생+소생+상생·2018)을 가리키는 배 작가의 생각이 꽤 복잡해 보인다. 태양을 둘러싼 우주의 형상이라니 왜 아니겠나. 마치 작품에 얽어놓은 수많은 회로기판의 연결성을 머리 안에 다 들여놓은 듯할 거다. 배 작가의 작품세계는 한 마디로 이런 거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멸하는 동시에 다시 태어난다.’ 결국 그 순환에서 치유하지 못할 게 없고 상생하지 못할 게 없다는 것이다. 이를 드러낸 가장 극적인 장치가 회로도인 거고. 배수영의 ‘마인드’(2015). 회로도패턴을 이용해 몸통을 만들고 쓰임이 다한 회로기판에 스와로브스키 스톤을 붙여 하트를 형상화했다. 기계를 덧붙인 심장의 비애를 내보인 듯하다(사진=갤러리박영).이미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공미술작업을 주로 하며 글로벌 아티스트란 이름을 얻기 전부터 배 작가는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으나 끝내 가차없이 버려지는 산업폐기물에 눈을 돌렸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었고, 자연에 대한 관심이었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렇다고 거창한 내용물을 끌어댄 것도 아니다. 물과 빛, 녹색식물에서 시작해 페트병으로 옮겨가더니 이내 회로기판에 다다랐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회로기판, 거기에 붙은 칩, 하다못해 USB까지 크고 작은 전자부속품은 이젠 그이의 주제가 됐다. 하지만 이 역시 기계를 향한 마음이라기보다 환경과 자연, 인간에 대한 배려로 봐야 한다. 배 작가는 “단순히 작품을 꾸민 게 아닌 ‘인간관계를 위한 회로도’를 만든 작업”으로 설명한다. 배수영의 ‘이브와 아담 3’(2015). ‘이브와 아담’ 연작은 컴퓨터 회로도·부속품을 활용하면서 시도한 작가의 초기작이다(사진=갤러리박영).작업량이 많아지면서 회로기판을 구하는 일도 단순치 않게 됐다. 예전엔 용산 전자상가를 뒤져 공수했단다. 그조차 한계에 봉착할 무렵 조력자가 생겼다. 소방기 센서를 만드는 회사에서 협찬에 나선 거다. 한 달에 많을 땐 100여개. 그것을 뜯고 붙이는 고된 노동을 통해 ‘아는 것’도 늘어갔다. 역할이 많아질수록 회로기판에 붙는 장식도 많아진다는 것,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란 것, 뒤에 숨긴 하나라도 단절되면 기능은 끝나버린다는 것. 이번 전시는 갤러리박영이 배 작가를 전시작가로 내세워 응모한 ‘트레이드타워 아트라운지 사업’에 선정되며 성사됐다. ‘생+생+생’을 비롯해 시간에 따라 색을 갈아입는 ‘나비’(2018)와 ‘무술’(2018), 두 개의 사과 사이를 나비가 떠도는 ‘이브와 아담 3’(2015), 비상하는 새의 형상을 딴 ‘굿뉴스’(2015), 기계를 덧붙인 심장의 비애를 내보인 듯한 ‘마인드’(2015) 등 7점을 걸었다. 폐기와 재생, 삶과 죽음 또 생명, 이보다 더 지독한 생태미학이 또 있을까 싶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작가 배수영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아트라운지에 꾸민 ‘치유와 상생’ 전에서 자신의 작품인 ‘무술’(2018)과 ‘나비’(2018) 사이에 섰다. LED를 장치한 두 작품은 시시각각 색의 변화를 내보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집어등에 돌려준 바다…부지현의 ‘문명의 재생’ “실제로 사용했던 거다. 소용을 다해 버린 것을 가져왔다. 처음에는 판박이처럼 똑같았지만 버려질 땐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더라.” 집어등 얘기다. 도시에 산다면 입에 한 번 올리기도 힘든 물건, 어두운 바다로 작업에 나선 어부들이 물고기를 모을 목적으로 배에 매달아둔 등불 말이다. 그 집어등이 서울 한복판 지하방에 생명 같은 빛을 부른다. ‘궁극공간’으로. 부 작가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이에게 트레이드마크가 된 집어등도 바다배경의 고향이 아니었다면 찾지 못했을 터.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온 그때부터였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를 조르고, 부두를 헤매며 집어등 수거에 나선 것은. 이미 폐기처분에 다다른 집어등의 운명이 각별했다. 부지현의 ‘궁극공간’(2018). 20분으로 세팅한 프로그램 중 한 장면이다. 몇 개의 집어등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 붉은 레이저빛 사이로 뿜어나온 연기가 칠흑같이 어둠을 덮치고 있다(사진=아라리오뮤지엄).난간의 계단을 잡고 움직여야 할 만큼 ‘뵈는 게 없는’ 66㎡(약 20평) 남짓한 공간. 굳이 눈에 보이는 장치를 꼽으라면 몇 개의 집어등과 이들을 연결한 얇은 와이어가 전부다. 그런데 묘한 일이다. 그 안을 가득 채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치가 이토록 강렬하니. 규칙적으로 연기를 내뿜는 소리에 기다렸다는 듯 붉은 레이저빛, 그와 섞인 안개층이 관람객을 휘감는다. 전시장은 1977년부터 1992년까지 공간사랑이란 소극장으로 쓰던 곳.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설계한 옛 공간사옥에 속한 지하층이다. 지금은 아라리오뮤지엄이 전시공간으로 사용한다. 김수근은 공간사옥을 3가지로 구분했는데. 생존을 위한 ‘제1공간’, 경제활동을 위한 ‘제2공간’, 창작과 명상을 위한 ‘제3공간’이 그것이다. 그중 부 작가가 ‘궁극공간’으로 삼은 바로 그곳이 김수근의 ‘제3공간’인 소극장인 거다. 덕분에 왜 온통 붉은 색이어야 했나에 대한 설명도 가능했다. “붉은 벽돌로 쌓은 건물과 썩 어울릴 거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부지현의 ‘궁극공간’(2018). 20분으로 세팅한 프로그램 중 한 장면이다. 연기가 걷힌 검은 공간에 몇 개의 집어등과 붉은 레이저빛이 그어낸 선만 보인다. 마치 물이 찬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바닥이 보인다(사진=아라리오뮤지엄).작품에 세팅했다는 20분짜리 프로그램의 처음과 끝을 가늠하긴 쉽지 않다. 극한의 어둠 속에선 산술적으로 잴 수 없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치밀한 계산법을 동원했단다. 연기의 양, 빛의 움직임을 따졌고, 집어등이 바닥을 치고 일정 높이까지 올라가는 간격을 초단위로 쟀단다. 그렇게 꾸민 장소에 마치 관람객을 방치하듯 던져놓지만 부 작가가 애써 강조한 게 있다. ‘눈높이’다. 입구에 달린 발코니에 섰는지, 물이 찬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바닥에 섰는지, 그 바닥에 앉았는지 누웠는지에 따라 다른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거다. 이번 전시에 부 작가는 딱 한 점 ‘궁극공간’을 냈다. 명상시간도 좋고 휴식공간도 좋지만, 폐집어등에게 고향 밤바다를 돌려주려 한 진한 복선이 먼저 보인다. 전시는 5월 13일까지. 작가 부지현. 뒤쪽으로 작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폐집어등이 보인다. 제주출신 작가는 소용이 다한 집어등을 직접 수거한다고 했다(사진=아라리오뮤지엄).
2018.04.16 I 오현주 기자
"잊지 않겠습니다"…무대 위 떠오른 세월호
  • "잊지 않겠습니다"…무대 위 떠오른 세월호
  • 연극 ‘내 아이에게’의 한 장면(사진=극단 종이로 만든 배).[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잊으면 잃는다.” 2014년 4월16일. 선체가 1073일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수습자의 수습과 진실 규명은 이제 시작이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공연계가 세월호의 기억을 잇달아 무대 위로 올린다. 세월호라는 동시대의 국가·사회적 참사 이후 연극은 어떠해야 하는지, 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게 무엇인지 질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극단 종이로 만든 배는 희생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내 아이에게’(10~16일 성북마을극장)를 공연한다. 2015년 초연 뒤 지난해에 서울연극제에 오른 작품은 세월호 미수습자 어머니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차디찬 바닷속에 남아 있는 아이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와 일기 형식으로 꾸며진다. 극단 측은 “세월호의 진실을 망각의 바다에서 기억의 뭍으로 올리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연극 ‘그렇게 산을 넘는다’의 한 장면예술공동체단디도 추모 행렬에 동참한다. 연극 ‘볕드는 집’(20~24일 소극장 혜화당)은 지난 3월 공연한 연극 ‘달맞이’의 후속 시리즈다. 죽은 아이가 살아 돌아오면서 평화로운 마을 이면에 숨겨져 있던 검은 비밀이 들춰진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박근화 예술공동체단디 대표는 “지난 3년 전 그 날의 기억을 때때로 잃어버리고 잊는다”며 “새로운 출발에 선 시점에서 피해자들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단 신작로와 극단 감동프로젝트가 공동으로 제작한 연극 ‘그렇게 산을 넘는다’(5~8일 아라리오뮤지엄 소극장)는 아이와의 공존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아빠의 이야기다. 감동프로젝트의 대표인 임정은 작가는 2015년 9월 세월호 수습상황을 지켜보는 아버지들에 대한 기사를 접한 뒤 작품을 구상했다고 했다. 임 작가는 “사건을 어설프게 재현하면 그 의미와 중요성을 놓치게 된다”며 “세월호 참사의 현실성보다 바람을 다루는데 중점을 뒀다”고 귀띔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되짚는 작품도 선보인다. 남산예술센터의 올 시즌 프로그램 첫 작품으로 오르는 ‘2017 이반검열’(6~16일 남산예술센터)이다. 이반검열은 2000년대 중반에 학교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를 가려내고자 학생 행동을 규제하고 제재를 가했던 현상을 말한다.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에서 초연했던 작품은 청소년 성소수자와 세월호 유가족 문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연출로 호평받았다.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당하고 ‘나중에’ 이야기하라며 밀려난 말들은 공연 안에 담아냈다. 세월호 형제자매들의 말을 통해 사회적 기준에 길들여진 개인이 소수자에게 가하는 차별과 폭력을 그려내며 검열을 조장하는 국가에 문제를 제기한다.연극평론가는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다.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동시대성을 담아내는 것 또한 연극이 가야할 길”이라고 했다. 이어 “묻히고 외면한 이야기를 꺼내 정면으로 마주하고, 집요하게 질문해야 한다. 세월호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낸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2017 이반검열’ 콘셉트 이미지(사진=서울문화재단).
2017.04.04 I 김미경 기자
론지, `제38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 참가
  • 론지, `제38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 참가
  •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유럽의 감성을 가득 품은 스페인 오리지널 토이 ‘론지(LONDJI)’가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총 4일간 펼쳐지는 ‘제38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에 참가한다. 이번 페어에 참가하는 론지는 특유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문화를 담은 디자인과 아날로그 감성을 기반으로 태어난 완구 및 교구들을 선보이고, ‘제38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를 찾은 관람객과 직접 소통할 예정이다.론지는 브랜드 모토인 ‘3세부터 103세 아이들을 위한 오리지널토이(Original Toys For Kids From 3 to 103 Years)’라는 주제로 ‘제38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에 참가해 국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할 예정이다. 아크로밧 브라더스 (Acrobat Brothers) 완성 샘플(왼쪽), 박스패밀리(Box Family) 완성샘플(오른쪽)론지코리아 관계자는 참가 의도 및 전시 계획에 대해 “제38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 &키즈페어는 최신 유아교육 및 키즈컬처 트렌드는 물론 완구의 흐름까지 한번에 확인하는 기회인 만큼, 아직 론지의 독특한 디자인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타일의 토이 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론지의 제품들 중 상당부분이 단순한 완구가 아니라 교육용 완구 및 아이방 소품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만큼, 론지의 제품을 관람객들에게 유럽의 감성을 담은 새로운 완구문화를 제시하고 교육용 완구 및 아이방 인테리어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수준 높은 관람객들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아기돼지3형제퍼즐, 빨간망토소녀퍼즐, 마이빅프렌드퍼즐(왼쪽부터)한편, 총 4일간 론지 부스를 찾은 전시관람객들은 론지의 제품을 각각 10%~3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론지는 론지코리아 공식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한남동 디뮤지엄, KT&G상상마당 홍대, KT&G상상마당 춘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63빌딩 전망대 및 아쿠아리움, 아라리오 미술관, 갤러리아 백화점 압구정점 WEST관 5층 ‘기프트 멀티(Gift Multi),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10층 키즈 편집샵 ’까쁘레띠(Capretti)‘, 롯데 에비뉴엘 잠실 월드타워점 3층 키즈편집샵 ’까쁘레띠(Capretti)‘,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 키즈편집 쁘띠 따 쁘띠(Petit a Petit), 영풍문고 종로본점, 텐바이텐, 교보 핫트랙스 온라인몰 등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2016.11.15 I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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