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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생물종 목록 등록 생물 종수 6만10종...16년 만에 2배 이상↑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국가생물종목록’에 등록된 생물 종수가 ‘국가생물자원 종합목록(인벤토리) 구축 사업’ 추진 16년 만에 6만10종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주요 생물종. 사진=환경부.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2007년 개관 전까지 2만9916종으로 알려진 자생생물종을 △신규 생물종 발굴 대규모 연구 사업 △미개척 분류군 중심의 집중 발굴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생물자원에 대한 중요성 확산 △해외 연구자의 적극 활용 등의 연구 효율화 등을 추진해 국가생물종목록에 등재된 생물종수를 2배 이상 늘렸다.이는 국가생물종목록 구축을 총괄하는 국립생물자원관이 환경부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을 통해 새롭게 찾은 1만2000여 종과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사업 결과에서 나온 학술 문헌을 조사 분석해 1만8000여 종을 추가한 것이다.국가생물종 6만10종을 분류군별로 살펴보면 △무척추동물(곤충 포함) 3만1603종 △조류(藻類) 6653종 △균류 6291종 △식물 5759종 △원핵생물 5039종 △원생동물 2575종 △척추동물 2090종이다. 미개척 분류군 중심의 집중 발굴로 목록 구축이 시작된 이후, 무척추동물이 1만5014종, 균류 4666종, 식물 1097종이 증가했다.국내 생물다양성 현황에 영향을 미친 생물종에는 2007년과 2011년 세계 최초로 생물분류체계에서 상위 체계에 속하는 원핵생물의 핌브리모나디아 강(Class)과 오피투탈레스 목(Order)을 발견한 사례가 있다.2014년에는 최상위 분류체계인 원핵생물의 미기록 계인 고세균 계(Kingdom)를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국내 최초로 학계에 보고해 국내 분류연구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한 단계 높였다.주목할 만한 신종이자 고유종에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만 자생하는 난초과 식물로 2009년에 발견된 ‘신안새우난초’가 있다. 이 식물은 개체수 감소 우려로 2017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섬진강과 낙동강 중상류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2015년에 밝혀진 신종 ‘참쉬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잉어과 민물고기라는 의미를 가진다.신종에 붙이는 학명은 이전까지 유럽, 일본, 중국 등 외국학자들이 주로 지어 왔으나 2007년 자생생물 조사발굴 사업 이후 국내 학자가 명명한 생물종도 2000여 종에서 5000여 종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독도 지명(dokdoensis)을 포함한 40종과 제주 지명(jejuensis) 포함한 175종 등 학명에 우리나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생물종도 포함돼 있다.자생생물 6만10종 중에서는 새로운 생물산업의 소재로 유용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큰 것도 있다. 2022년 지리산 산수유 열매에서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를 분리해 같은 해 2월 국내 주류용 효모 보급 업계에 기술을 이전해 현재 전국 전통주 제조업체 32곳에서 막걸리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또 2017년에 울릉도에서 신종으로 발견된 ‘울릉구멍장이버섯’은 항산화 물질로 2022년 특허를 등록했고, 2022년 원핵생물 할로박테리움 휴베이엔스(Halobacterium hubeiense)를 염전에서 발견해 이 생물이 지닌 항산화 색소(박테리오루베린)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에 구축된 6만종의 목록은 국내 생물 추정 종인 10만종 중에 60%가 목록화된 것으로 비로소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구성 요소인 생물종 현황 파악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며 “국가생물종목록 구축은 우리나라의 연구 역량과 자연환경 보전 노력이 결합된 결과이며,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생물 소재 정보로 생물주권 주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IPO인터뷰]“제주도 들꽃,해양심층수…천연미생물 1000종이 보물”
-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이재섭 제이투케이바이오 대표는 회사의 보물로 바이오뱅크(미생물은행)에 보관된 1000여 종의 독점 균주를 꼽았다. 제주도의 이름없는 야생화부터 지리산 기슭까지, 청정지역으로 이름난 곳이라면 어디든 발품을 팔았으며 최근에는 해양심층수까지 들여다봤다. 이렇게 모은 천연 미생물에서 19개 이상의 특허권을 따냈으며 10건 이상의 정부 출연과제도 수행했다. 2017년에 설립한 회사가 단기간에 화장품 소재 분야의 주요 플레이어로 떠오른 배경이다.이재섭 제이투케이바이오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모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오는 3월 합병 상장하는 제이투케이바이오는 천연·바이오 소재 전문기업이다. 이 대표는 최근 여의도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친환경 기술로 차별화된 천연물 추출 기술이 제이투케이바이오 성장의 원천”이라며 “1000여 종의 미생물을 제품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지속해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제이투케이바이오는 천연 원료·미생물 발효 기술을 활용해 기능성 천연 원료를 개발한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고객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포인트를 제공하며 독점 균주 분양을 통해 희소성 있는 바이오 소재를 독점 공급한다. 지난 2020년 충북 청주에 GMP(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 인증에 준하는 최신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생산력을 확보했다.제이투케이바이오는 천연 미생물을 활용해 고기능성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는 덕에 친환경적인데다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급성장 중인 비건 화장품의 원료로 부족함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화장품 소비자들의 관심이 친환경 원료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것이 제이투케이바이오가 지속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과거의 화장품이 효능만 강조했다면 최근에는 친환경 여부도 주요한 화두가 됐다”며 “제이투케이바이오는 미생물 기술에 특화되어 있어 친환경, 비건 화장품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강조했다.제이투케이바이오는 친환경 미생물 기술로 아모레퍼시픽(090430), LG생활건강(051900) 등 대형 제조사부터 인디브랜드 화장품 제조사 등 295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상장 이후 아시아를 비롯해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이투케이바이오는 2017년 설립 이후 매해 매출액이 성장했으며 2022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 160억3100만원, 영업이익 23억2300만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12.75%, 24.02%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제이투케이바이오는 교보11호스팩(397880)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1주당 합병가액은 각각 1만7267원, 2000원으로 합병비율은 1대 0.1158278이다.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내달 1일이며, 이어 합병기일은 3월 6일, 합병 신주 상장 예정일은 같은 달 25일로 예정돼 있다. 합병 후 총 발행주식수는 557만4115주다.이 대표는 “글로벌 화장품 산업은 경기 둔화에도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상장으로 시장 수요와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여행]단풍 없어도 괜찮아…초록별 쏟아지니까
- 수면에 내장산이 반영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우화정 (사진=김명상 기자)[정읍=글·사진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여름을 코앞에 둔 지금. 정읍 내장산국립공원은 다른 계절과 달리 한가롭다. 해마다 가을이면 단풍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어디까지나 한철이다. 연간 내장산 관광객의 거의 절반이 단풍 성수기인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몰린다. 이 기간에 단풍을 즐기러 내장산을 다녀온 이들이 혼잡함에 고개를 내젓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반대로 한여름의 내장산은 조용하고 느긋하다. 한가로이 산길을 거닐며 차분한 분위기에 젖다 보면 사람들의 목소리에 파묻혔던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자 초록 융단이 뒤덮은 자연이 찬연히 빛나고 있다. 내장산이 화려한 붉은 옷 속에 꼭꼭 감춘 푸른 속살은 가히 여름의 절정이라고 할 만큼 아름답다. ◆초록빛으로 물든 108그루 단풍나무 터널내장사 일주문에서 사찰로 이어지는 108그루 단풍나무 터널 (사진=김명상 기자)내장산은 전북 정읍시와 순창군, 전남 장성군에 걸쳐있는 명산이다. 외지인들에게는 KTX가 서는 정읍역이 내장산의 관문 역할을 한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 이름의 뜻만큼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해서다. 그나마 사시사철 중 내장산이 조용해지는 시기는 여름이다. 다만 여름의 내장산은 단풍이 없어선인지 어딘가 어색한 느낌은 어쩔수 없다. 내장산 연봉 아래 자리한 내장사로 가는 길. 단풍이 없는 내장산은 별볼일 없을 것이라는 편견은 이 길에서 산산히 부서진다. 일주문에서 사찰로 이어지는 300m 길이의 108그루 단풍나무 터널에서였다. 불교의 108번뇌를 의미하는 이 길은 가을이면 짙은 화장처럼 현란한 붉은빛의 터널을 만들어내지만, 여름 길목엔 단정한 초록빛으로 물들어 마치 현세의 욕망을 벗고 깨달음을 얻은 승려를 보는 듯 맑아지는 느낌이다. 내장사 경내에서 바라본 서래봉 (사진=김명상 기자)걸을수록 비워지는 길을 따라 내장사 경내로 들어선다. 사찰 내부를 기웃대던 사람들이 산 봉우리 아래 몰려 한참이나 고개를 들고 눈을 떼지 못한다. 내장산은 기암절벽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호남의 금강’이라고 불리는 산. 특히 북쪽의 서래봉이 가장 인기다. 봉우리 모양이 마치 농기구의 일종인 ‘써레’처럼 생겼다. 모를 심기 전에 물이 찬 논을 평평하게 고를 때 사용하던 물건이다. 생김새를 모르던 사람들도 그 모습을 보고 나면 감탄사를 터트릴 정도다. 서래봉을 제대로 보려면 내장사 경내가 제일이라는게 국립공원공단 관계자의 말이다. “다른 장소에서 보면 각도가 달라져서 써레 모양이 잘 보이지 않아요. 경건한 모습의 사찰 건물 뒤에 펼쳐진 서래봉을 특히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가슴에 와닿는다. 정갈한 사찰에서 바라본 서래봉은 마치 산에 왕관을 씌운 듯한 모습으로 내장산 미학의 극치를 이룬다.◆국내 최고의 단풍 포토존 ‘우화정’1980년에 개통한 내장산케이블카 (사진=김명상 기자)내장사 일주문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내장산케이블카 탑승장이다. 1980년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오랜 연식만큼 고풍스러운 크림색 외관을 갖고 있다. 탐방안내소부터 연자대까지 운행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커다란 통창이나 바닥 유리는 없지만,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움직인다. 도착 후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300m 이동하면 정자 모양의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내장산 서래봉 (사진=김명상 기자)이곳에서 내장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데 구름 위에서 보는 듯해 눈이 번쩍 뜨인다. 주변은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다. 아래에서만 올려다보던 서래봉도 눈높이에서 춤추듯 펼쳐지고, 고개를 숙이면 우화정의 지붕이 파란 보석처럼 보인다. 잠시 서 있자니 넘실대는 초록 물결 속에 풍덩 빠진 기분이 들고, 청량함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광경에 망막마저 푸르게 물들어 버릴 것만 같다. 내장산이 품은 거칠 것 없는 장관을 보고 싶다면 케이블카 이용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 내장산 우화정 (사진=김명상 기자)케이블카에서 내려 4분 정도 걸으면 내장산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우화정이 나타난다. 정자에 날개가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우화정은 국내 최고의 단풍 포토존으로 꼽히는 곳이다. 우아한 내장산 사진의 대부분이 우화정을 배경으로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호수에 떠 있듯 자리한 우화정은 자연석을 이용한 징검다리, 내장산의 자연을 거울처럼 보여주는 맑은 호수 등으로 선계에 온 듯한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내장산 우화정 (사진=김명상 기자)팔각정 형태의 지금의 우화정은 과거 모습과는 좀 다르다. 1965년에 콘크리트로 지은 옛 구조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은 데다 왜색이 짙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읍시는 기존 우화정을 철거하고 전통 한옥으로 개축을 추진해 2016년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과거 거부감이 들게 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한국식 정자로 탈바꿈된 후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울창한 수목의 녹색과 투명 구슬처럼 맑은 물, 폭포와 계곡이 어우러진 여름의 내장산을 일컫는 ‘하청음(夏淸陰)’이란 단어를 압축해놓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야경이 멋진 정읍사문화공원 정읍사문화공원에서 초롱을 들고 산책하는 사람들 (사진=김명상 기자)‘달아 노피곰 도다샤…’로 시작하는 정읍사는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임의 밤길을 염려하는 백제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노래다. 무등산곡, 방등산곡, 선운산곡, 지리산곡 등 백제가요 5곡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정읍사는 백제 멸망 이후에도 계속 불리면서 조선 성종 대에 이르러 악학궤범에 기록됐다.정읍사문화공원은 백제가요 정읍사를 주제로 조성된 공원으로 내부에는 남편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정읍사 망부상과 함께 정읍사 노래비, 여인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 야외공연장, 편백산림욕 숲 등이 조성돼 있다. 정읍사문화공원의 망부상 (사진=김명상 기자)입구에서 사랑의 계단을 지나면 2.5m 높이의 망부상이 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이 두 손을 맞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데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서 애잔함마저 느껴진다. 공원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편백나무가 시원하게 솟아 있어서 깔끔한 숲의 기운을 느끼며 쉬엄쉬엄 올라갈 수 있다. 주변에는 정읍사 노래비, 정읍사 여인의 제사를 지내는 사우 등이 있으니 함께 둘러보기 좋다. 정읍사문화공원에서 본 정읍 시내 야경 (사진=김명상 기자)정읍사문화공원은 야간에 더 화려해진다. 정읍사 공원 전체가 오색 빛으로 빛나서 낭만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위로 올라가면 ‘아양사랑숲’이라고 쓴 글씨와 전망대가 있다. 의외로 여기서 내려다본 정읍 시내의 전망이 굉장히 멋지다. 공원의 가로등이 푸른 나무를 환하게 비추고 멀리 서 있는 아파트와 빌딩 불빛이 어우러지면서 여느 도시가 부럽지 않은 야간 경관을 만들어 낸다. 함께 오른 이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곳곳에서 멋지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특별한 조형물이 있거나 눈에 띄는 랜드마크는 없지만 사랑을 테마로 한 공원에서 본 정읍 시내 야경이 무척 로맨틱하다..◆내장호 걷고 솔티숲에서 쌍화차 한잔내장호 전경 (사진=김명상 기자)내장산국립공원의 내장호는 내장산으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 있다. 서래봉 등 봉우리와 내장산의 풍경이 수면에 비치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그냥 눈으로만 보고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짙다. 내장호에는 황톳길과 수변 데크로 이어지는 둘레길이 있는데 난이도가 낮아서 누구나 여유롭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한 바퀴 걷는 데 약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내장산 수목원, 내장생태공원 등과 이어져 더욱 풍성한 걷기 여행이 가능하다. 갑오동학혁명 100주년 기념탑 (사진=김명상 기자)내장호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내장산 조각공원이 있다. 뾰족하게 서 있는 커다란 탑은 갑오동학혁명 100주년 기념탑이다. 한국 사상 최초의 민중운동이었던 동학농민혁명은 정읍 고부면에서 시작됐으며, 비록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근대적 민중의식을 일깨우는 데는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혁명이 일어난 해인 1894년을 기념해 탑의 높이는 1894㎝로 지었고, 동학혁명의 발원지라는 고장의 상징성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건립했다. 내장산 조각공원과 말발굽 모양의 생태탐방마루길 (사진=김명상 기자)내장산 조각공원의 하이라이트는 생태탐방마루길이다. 내장호를 향해 뻗은 마루길은 일종의 스카이워크로 숲 위를 걷는 듯이 올라가는 산책로다. 마루길을 따라 올라가면 조각공원과 내장호의 아름다운 호반 풍경의 정취를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솔티숲의 생태놀이터 (사진=김명상 기자)내장생태탐방마루길은 솔티숲 옛길로 이어진다. 원시숲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멸종위기종인 진노랑 상사화를 비롯해 많은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20분 정도 이어지는 숲길을 걸어가면 생태 놀이터가 나타난다. 놀러 온 아이들이 이곳에서 미니 짚라인을 타고 스릴을 즐기거나, 놀이기구를 뛰어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심으로 돌아간 아이들의 함박웃음을 보자 마주친 일행의 입가에도 미소가 감돈다. 이곳에 놓인 평상에 앉아 쌍화차 한잔을 음미하니 전신에 기운이 차오르는 듯한 착각에 기분마저 좋아진다. 어린 학생들의 생태학습과 야외활동을 위한 장소이자 어른들에겐 치유의 산책로가 되어주는 곳이다.정읍의 명물인 쌍화차 (사진=김명상 기자)◆호텔 부럽지 않은 생태탐방원에서 자연 만끽내장산생태탐방원 (사진=김명상 기자)정읍이 숨겨둔 또 다른 명소는 내장산생태탐방원이다. 위치는 가히 명당이라 할 만하다. 뒤로는 내장산 서래봉이 놓여 있고, 내장호를 앞에 둔 배산임수의 지형으로 풍수지리를 몰라도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특징은 생활관에서 숙박하며 생태관광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장산 국립공원 초입에 자리한 탐방원은 지난 2019년 12월에 개장했으나 바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제대로 홍보 한번 할 수 없는 불운을 겪었다. 최신 건물에 본격적인 운영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건물 전체가 매우 깨끗한 것이 장점이다. 내장산생태탐방원의 4인실 생활관 (사진=김명상 기자)생활관에는 4인실과 8인실 숙소가 있는데 호텔 뺨치는 시설을 자랑한다. 객실의 경우 4인실은 방 2개와 거실을 갖췄고, 8인실의 경우 복층 구조로 펜션에 온 듯한 착각마저 준다. 내부에는 칫솔을 제외한 침대, 수건, 샴푸, 린스, 헤어드라이어, 정수기, 전자레인지, TV 등 머무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이 갖춰져 있다. 내장산생태탐방원의 8인실 복층 시설 (사진=김명상 기자)다만 어디까지나 생태탐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취사는 불가하며, 생태탐방 프로그램을 등록해야 한다. 프로그램은 무척 다양하고 흥미롭게 구성돼 있다. 단체 방문객의 경우 정읍사공원 야간 걷기, 솔티숲 쌍화차 체험 등을 즐기거나 가족이나 개인의 경우 내장산 탐방, 내장호 트레킹, 솔티마을 방문 등을 고를 수 있다.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을 이용하면 되고, 매달 1일 오후 5시에 다음 달 예약이 가능해진다. 주말의 경우 예약 희망자가 몰려 금방 마감되는 만큼 서두르는 것이 좋다.
- 하동 차밭과 토지…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 경남 하동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스타웨이 하동과 주변 풍경[경남 하동=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경남 하동에선 급할 것이 하나 없다. 문학세계에 빠져 차 향기를 음미하며 신선놀음을 해도 하나 이상할게 없는 고장이어서다. 이를테면 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평사리에서 하릴없이 거닐고 차를 마시고 느긋하게 책을 읽어도 누구하나 뭐라고 하는 사람없다. 해가 진 뒤에는 평상에 누워 쏟아지는 별빛을 두 눈에 담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하늘만큼 광활해진다. 근심과 걱정마저 ‘모두 다 지나가리라’는 격인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슬로시티 하동에서의 여행은 보통 이렇다. ◇대하소설 ‘토지’의 실제 무대가 된 평사리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 자리한 최참판댁소설가 박경리가 26년간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는 한국 현대문학이 거둔 최고의 성취로 꼽히는 작품이다. 총 5부 25편 362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광복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지주인 최참판댁의 외동딸 서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민족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극복 과정을 보여준다.이 소설의 주요 무대는 최참판댁이 있는 평사리다. 실제로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는 ‘최참판댁’이 있다. 소설 속 공간을 재현한 곳으로 연간 100만 명이 찾는 하동군의 대표 명소다. 소설 속 고택이 이곳에 떡 하니 자리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토지는 지금까지 드라마로 세 번 제작됐는데 가장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버전은 1987년 배우 최수지가 주인공 서희로 분한 KBS 2TV 작품이다. 2년간 총 120회가 방영된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한 후 사람들은 드라마를 추억하며 주 무대인 평사리로 몰려들었으나 당시 최참판댁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쉬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하동군은 IMF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에 예산 30억 원을 들여 1만㎡ 넓이의 땅을 사서 2001년 최참판댁을 준공했다.소설 토지의 주인공 서희가 머무는 장소인 별당채소설을 바탕으로 지은 집이지만 철저한 고증을 통해 등장인물의 공간을 오롯이 담아냈다. 주인공 최서희의 공간인 별당채를 비롯해, 최참판의 사랑채, 최서희의 할머니 윤씨 부인의 안채 등을 그대로 재현해 팬들의 향수를 자아낸다. 소설 마지막에서 주인공 서희는 일본의 패망 소식을 듣는다. 그러고는 해당화 가지를 잡고 주저앉아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소설의 대단원에 등장한 해당화는 최참판댁 담장에 피어 있으며 방문객에게 환희의 순간을 전하고 있다.최참판댁 담장에 핀 해당화.◇지리산 청정 자연과 섬진강 강물이 만든 들판동정호와 하트 출렁다리최참판댁 앞에는 274만여㎡(약 83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평사리 들판이 펼쳐져 있다. 지리산 청정 자연과 섬진강의 풍부한 수량이 옥답을 만든 곳이다. 2022년 경상남도 대표 우수습지로 지정된 하동 동정호도 이곳에 있다. 삼국시대 때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이 백제를 침략할 당시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호수를 보고 당나라 악양의 동정호와 비슷하다고 해서 부른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동정호 안에 있는 작은 섬을 연결하는 하트 출렁다리는 연인들의 인기 장소. 평사리의 너른 평야와 부부 소나무최참판댁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부부 소나무’가 서 있다. 넓은 들판에 딱 두 그루만 서 있는데 이곳이 소설 토지의 배경이라 남녀 주인공의 이름을 붙여 서희와 길상나무라고도 부른다. 5대째 만석꾼인 최참판의 명성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땅이 있을까 싶다.작가 박경리는 토지를 쓰기 전 평사리를 다녀간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는 2001년 판 토지 서문에서 “지도 한 장 들고 한 번 찾아와 본 적이 없는 악양면 평사리, 이곳에 ‘토지’의 기둥을 세운 것은 무슨 까닭인가. 우연치고는 너무나 신기하여 과연 박 아무개의 의도라 할 수 있겠는지, 아마도 그는 누군가의 도구가 아니었을까. 30년이 지난 뒤에 작품의 현장에서 나는 비로소 ‘토지’를 실감했다”고 술회했다.박경리 문학관 앞에 있는 작가의 동상토지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평사리에는 박경리 문학관도 생겼다. 최참판댁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문학관에는 박 작가의 육필 원고와 토지의 주요 줄거리, 등장인물도, 관계도, 박경리 어록 등이 전시돼 있다. 그야말로 삶의 모든 것을 토지 집필에 쏟아 넣은 박경리 작가는 1971년 8월 암 수술을 받고 보름 만에 퇴원한 당일에도 가슴에 붕대를 감고 원고 100매를 썼다. “목숨이 있는 이상 나는 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던 박 작가의 의지는 지금도 찾아온 이들을 숙연하게 하고 있다. 박경리 작가의 육필원고와 유품들.◇백 년 차밭의 시간을 체험하다하동 모암마을 주변 산과 차밭하동은 차(茶)의 고장이다. 삼국사기에는 서기 828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흥덕왕이 하동의 지리산에 심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동 화개면의 쌍계사 주변이 차나무 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화개장터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모암마을은 차를 체험하고 마시기에 좋은 곳이다. 마을 입구부터 경사가 심한 산등성이에 조성된 야생차밭이 눈에 띈다. 보성 차밭과 같이 SNS 감성이 나도록 예쁘게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서 좀 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든다. 이곳에는 직접 차를 재배하고 민박이나 카페 등을 겸하고 있는 농가가 120여 곳에 이른다. 차를 직접 가꾸고 만드는 사람과 함께 아담한 차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프로그램이 인기 코스다.모암마을 ‘만수가 만든 차’ 체험장주민에게 왜 하동 차가 유명하냐고 물으니 “이것 말곤 할 게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리산 급경사에는 다른 농작물보다 차를 키우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란다. 환경도 최적이었다. 연평균 15도 내외의 기후, 풍부한 강수량, 물 빠짐이 좋은 경사지, 미네랄 성분이 가득한 토양, 운무가 자주 발생하는 다습한 환경이 차 재배에 최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차 체험을 위해 ‘만수가 만든 차’를 찾아갔다. 100년이 넘은 차밭에서 직접 재배한 찻잎을 쓰는 곳이다. 차 체험을 신청하고 가면 1시간 동안 여유롭게 2~3종류의 차를 음미할 수 있다. 체험에는 무를 삶아 만든 무정과와 함께 도라지정과 생강, 감자칩도 나와 입을 즐겁게 한다.차를 우리고 담는 모습매장 입구에는 가득 쌓인 장작과 무쇠솥이 있는데 다가가니 화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여기서는 수확한 찻잎을 전통방식 그대로 솥에 장작불을 피워 덖는다. 곡우 전에 딴 차를 우전차라고 하는데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 찻잎 중 최상품으로 친다. 우전차에는 아미노산 성분이 많아서 맛이 달고 고소하다. 한편으론 떫은맛이 느껴졌다. 이날 팽주(차를 우려주는 사람)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차는 맞고 틀린 게 없습니다. 각자가 느끼는 입맛이 다 다르니까 떨떠름한 맛이 나기도 하죠. 그저 기호나 취향에 따라 즐기면 그만입니다”라고 말했다.이날 맛본 차는 50g에 20만원이나 한다는 특등급 우전차. 엄지손톱 크기의 작은 잔에 감질날 정도의 양만 내어준다. 바로 마시지 말고 입에 머금고 있다가 넘기는 것이 정석. 따라하니 단맛이 계속 목젖을 타고 올라올 정도로 향이 좋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가격은 큰 장벽. 여름철에 큰 병에 담아 넣고 먹고 싶다고 하니 굳이 비싼 차를 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뜨거운 물 말고 찬물에 찻잎을 넣어두면 천천히 우러나오면서 구수하고 맛있는 차가 됩니다. 이런 경우 우전 대신 세작, 중작을 써도 됩니다.”◇느릿느릿한 반달곰 사는 의신마을숙소 ‘모암차차’ 내부경치 좋은 모암마을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지리산 정기 머금은 차를 즐기고 싶다면 놀루와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숙소 ‘모암차차’에 가면 된다. 원룸형과 한옥형 두 가지 형태를 갖춘 모암차차는 차밭과 계곡을 캔버스 삼아 멍하니 바라보며 힐링하는 숙소다. 진정한 슬로우 라이프나 자연 속에 파묻혀 일상의 피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알맞은 곳이다.‘2023 하동세계차엑스포’의 웰니스관차 애호가라면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를 추천한다. 다음달 3일까지 하동스포츠파크와 하동야생차문화축제장 등에서 열리는 축제는 하동 햇차를 왕에게 진상하는 ‘왕의 차 진상식’, 차를 주제로 한 ‘한복 패션쇼’, 차를 활용한 음식을 선보이는 ‘세계 티푸드 경연대회’, 명인 토크콘서트, 케이팝 콘서트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스타웨이 하동의 전망대모암마을에서 16㎞ 거리에 있는 스타웨이는 최근 하동의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지리산과 평사리 들판, 섬진강을 바라보는 곳에 세워진 곳으로 전망대와 카페가 있다. 하늘에서 보면 별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섬진강 수면에서 150m 높이에 건립돼 소설 토지의 주 무대와 하동의 멋진 비경을 관람할 수 있다.의신마을 베어빌리지의 반달가슴곰의신마을 베어빌리지 역시 하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이곳에선 반달가슴곰 두 마리를 볼 수 있다. 어미인 22살 ‘산’과 17살 딸인 ‘강’이다. 어미의 원래 이름은 ‘막내’인데 2001년 지리산에 방생했으나 사람을 너무 좋아해 따라다니다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야생에 적응하지 못해 회수됐고 보호 과정을 거쳐 지금은 지리산에서 따온 ‘산’이라는 이름으로 의신마을의 베어빌리지에 살고 있다. 직접 가보니 커다란 곰이 어슬렁대며 걸어 다니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가까이서 곰의 생태를 직접 볼 수 있는 장소라 아이들 체험학습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 [목멱칼럼]설악산 케이블카 논란, 스위스를 보라
-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자연환경과 동물이 인간 문명과 함께하는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생물의 다양성과 건강한 생태계는 단 하나뿐인 지구의 지속 가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며 동시에 문명이 가져다주는 편리함, 즐거움, 보건위생 등도 인류가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유럽국가들을 여행하다 보면 앞선 과학기술로 자연과 문명이 조화롭게 발전해온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시 곳곳에 잘 정돈된 물길들, 그 물길 사이에 난 아름다운 자전거 도로, 그리고 해발 3000미터 이상의 눈 덮인 산봉우리들을 편리하고 빠르게 오를 수 있게 하는 로프웨이들은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유럽경제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알프스산맥에 둘러싸인 스위스는 미국 예일대에서 최근 공개한 2020년 국가별 환경성과지수(EPI)에서 전체 180개국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EPI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달성하도록 환경과 생태계의 건강성 등 각국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비교 평가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자연보호운동에 선도적인 국제자연보존연맹, 1961년에 창립된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의 본부 등이 있다.이러한 자연환경의 보전을 위한 각별한 노력과 함께 케이블카와 같은 다양한 로프웨이가 설치되어 있어 관광과 레저산업으로 인한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주목할만하다. 2020년 스위스가 발간한 ‘로프웨이 산업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말 기준 스위스에서는 2433개의 로프웨이 시스템이 연방 또는 주의 승인을 받아 운행하고 있다. 2019/20 겨울시즌에만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2020만 명의 알파인 및 겨울 관광객으로 인해 로프웨이를 통한 운송 수익이 9228억 원에 달했다. 이 기간 케이블카 산업이 올린 총 매출은 2조 816억 원이며 1만6876명을 고용했다. 그중 음식과 호텔, 시설과 장비 임대 등이 약 31%를 차지하고 있다.자연은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힘을 지녔다. 이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여행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스위스는 그들만의 고유한 지속가능성 전략 즉, 스위스테이너블(Swisstainable)을 추구하고 있다. 스위스테이너블은 차분한 마음으로 자연의 품에서 최대한의 휴식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자연을 한층 가까이, 직접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오래 머물고 깊이 파보는 여행을 의미한다. 환경을 지키며 자연을 즐기려면 결국 ‘최소한의 발자국으로 이동하고, 먹고, 자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68%가 산림지역으로 스위스와 같은 산악국가이다. 한국삭도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41개소에 143개의 케이블카 시스템이 설치돼있다.유럽에 비해 적은 이유는 환경과 관련한 이슈들 때문이다. 1982년부터 40년간 끌어온 설악산 두 번째 케이블카 설치를 두고 지자체와 환경단체 간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대청봉 경관 훼손 가능성과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서식지 위협을 두고 재판을 거듭하며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이외에도 10년 전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카, 20년째 답보 상태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 등도 이와 비슷하다.과학기술이 발전하며 케이블카 산업도 친환경 설치공법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360도 파노라마 같은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첨단시설 등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해묵은 논리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개방적 자세로 숙의의 과정을 다시 시작할 시점이다. 그 첫걸음은 스위스처럼 스마트 코리안스테이너블 (Smart Korean-stainable)을 정립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 [여행] 구름 위 꽃밭 ‘노고단’, 야생화의 성지가 가다
- 지리산 노고단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노고단(전남 구례)=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노루귀·쥐오줌풀·미나리아재비·별꽃·벌깨덩굴·꿩의바람꽃·홀아비바람꽃·족두리풀·광대수염·애기괭이눈…. 신록 우거진 숲은 야생화들로 인해 한결 더 아름다워진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무수한 야생화들이 피고 진다. 그저 무심히 지나치면 잘 보이지도 않는 산꽃·들꽃이다. 최근 이 아름다운 이름을 불러보고 또 눈을 맞추기 위해 산으로 들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보석 같은 이름 속에 우리 자연의 빛깔과 향기가 그대로 묻어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는 노고할매(늙은 시어머니)를 기리는 돌탑이 있다.◇성삼재휴게소 주차장에서 노고단까지지리산은 3개도 1개시 3개군 15개 읍·면에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수십 개가 넘는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부드럽게 펼쳐내는 산의 실루엣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함과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 징, 담, 소 등이 계절별로 독특함을 보여주고, 지리산을 따라 남해로 이어지는 섬진강의 멋스러운 풍광도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데 한몫 한다.지리산 노고단 정상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는 진달래, 철쭉과 다양한 봄 야생화가 피어 있다. 지리산 정상 부근은 탐방예약제로 미리 예약한 인원만 들어갈 수 있다.지리산은 야생화 애호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야생화 종이 다양하기도 하거니와, 철마다 한꺼번에 무리지어 피고 지는 대표 종이 있어서다. 5월 중순 노고단 정상 부근은 봄 야생화들이 조금씩 자취를 감춰가면서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6월 중순부터는 여름 야생화가 피기 시작한다.지리산의 영봉인 노고단은 지리산에서도 야생화 군락지로 이름난 곳이다. 지리산 등반 코스 중 가장 완만하면서도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껏 느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종주나 등반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들머리는 지리산 등반 코스 중 하나인 전남 구례의 성삼재휴게소 주차장. 성삼재휴게소 주차장~노고단대피소~노고단 정상까지 7.4km의 왕복 길이다. 산행 초보자도 넉넉잡고 3~4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덱 계단길로 된 빠른 길과 돌아가는 편안한 길이 있는데, 자신의 체력을 감안해 선택하면 된다. 성삼재는 2100년 전 마한의 한 부족이 달궁으로 피난을 와서 궁전을 세우고 성이 다른 세 명의 장군을 보내 남쪽 통로를 지키게 했다는 곳이다. 지금은 지리산 관통도로의 정상부로서 노고단 탐방과 종주산행의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지리산 등반 코스 중 하나인 전남 구례의 성삼재휴게소 주차장에서 노고단 정상까지는 7.4km의 왕복 길이다. 산행 초보자도 넉넉잡고 3~4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등산화 끈을 조이며 야생화 탐방의 첫걸음을 뗀다. 종주에 나서는 사람들이 천왕봉 28.1km라고 적힌 이정표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 여기서 노고단대피소까지는 약 2km. 길이 넓고 완만해 걷기 편하다. 매년 국립공원공단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보수했던 탐방로 겸 도로다. 길가에는 야생화 공간도 함께 조성돼 있어 중간중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노고단대피소에서 1시간 20여 분을 오르면 출입통제소가 나타난다. 출입통제소 입구에서 국립공원공단 예약통합시스템에 접속해 지리산 노고단 탐방예약을 한 후, 생성된 QR코드를 인증하고, 잘 만들어진 덱을 따라 20여 분 오르면 노고단 정상이다.지리산 성심재휴게소에서 노고단고개로 가는 길에서는 선교사 유적지도 만날 수 있다.◇털진달래, 참철쭉을 만나는 고산지대의 화원노고단 정상의 노고할매(늙은 시어머니)를 기리는 돌탑에 오른다. 무분별한 벌채와 야영, 군부대 주둔 등으로 황무지처럼 훼손됐던 곳에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고 붕대로 감은 후 탐방예약제를 한 지 30년 정도가 흘렀다. 이제 ‘구름 위 꽃밭’이라 불리는 노고단은 자연복원의 성지가 됐다. 자연의 복원력과 사람의 정성이 빚어낸 재창조물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천왕봉까지 종주능선과, 내려다보는 왕시루봉 능선, 그리고 섬진강과 구례평야까지 무수한 산과 구름이 장관이다.노고단 정상 일원은 ‘고산지대의 화원’이라 불리는 야생화의 보고다. 전국의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들이지만, 생태계 복원 작업이 없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꽃들이다. 개체수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하니 꽃 하나하나가 귀할 수밖에 없다.지리산 노고단 가는 길에 만난 지리산 털진달래멀리서 찾아온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까. 노고단 정상은 날씨가 좋지 않아 운무가 낮게 깔려 있었다. 곧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산 주위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안개까지 자욱해지며 어서 내려가라 재촉한다.그래도 정상부 일원에서 마주친 털진달래와 참철쭉은 중간중간 붉은 얼굴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했다. 얼마 전까지 노고단 정상부를 붉게 물들였던 털진달래는 이제 지기 시작했다. 털진달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달래와 달리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고지대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종이다. 잎에 털이 나 있어 털진달래로 불린다.지리산 노고단 정상가는길에 만난 참철쭉 5월 중순부터는 참철쭉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연분홍의 철쭉이 노고단을 물들일 것이다.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 정상까지 드문드문 철쭉이 이어지다 노고단 고개에서 정상까지 약 750m 구간에 철쭉군락이 형성돼 있다. 여기에 노랑제비꽃, 복주머니난, 참꽃마리, 동의나물꽃, 호랑버들도 드문드문 볼 수 있다. 모두 허리를 숙여 몸을 낮춰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노고단은 생태계도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 남은 숙제는 동물 종의 확대다. 동·식물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면 노고단의 자연은 태초의 모습을 되찾게 되리라는 것이 국립공원공단 직원의 설명이다. 한번 피폐해진 자연은 쉽사리 제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노고단의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에게 주는 귀한 교훈이다.지리산 노고단 정상 부근에서 만난 동의나물꽃◇여행메모△지리산국립공원 사무소는 5월부터 6월 초까지 지리산 아고산대 노고단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꽃길만 걷게 해줄게’를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국립공원 해설사의 인솔 아래 노고단 고개와 노고단 정상 간 탐방로에서 아고산대 야생화 촬영과 관찰, 지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들을 진행한다. 지난 7일과 8일 두차례 실시했고, 오는 21일과 22일, 6월 4일에도 진행한다. 참가비는 무료다. 최대성 지리산전남탐방시설과장은 “노고단 일원의 야생화는 아고산대에서만 자라는 식물로, 저지대에서 쉽게 보기 힘든 소중한 자원”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몰랐던 지리산 노고단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지리산 노고단 철쭉이 이제 막 꽃몽우리를 피우려고 하고 있다. 노고단 철쭉군락은 5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한다.지리산 노고단 정상 부근에서 만난 야생화 ‘노랑제비꽃’지리산 노고단 정상 부근에서 만난 복주머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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