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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국내 주요 여행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대형여행사인 A업체의 일본 패키지 상품 예약 건수는 최근 2주(2월 19일~3월 4일) 동안 전월 동기 대비 약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계 상위권의 B여행사는 지난달 일본 상품 예약이 1월 대비 약 20% 줄어들었다.
특히 급등하는 원·엔 환율가 향후 예약자 증가의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8.61원에 거래되며 2023년 5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지난해 6월 말, 원·엔 환율이 16년 만의 최저치(855.60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1.8% 상승한 것이다.
B여행사 관계자는 “통상 해외여행 비수기로 분류되는 3~4월 여행 수요가 감소한 것에 더해 엔화 강세도 신규 수요 둔화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엔데믹 이후 일본은 한국인의 인기 해외 여행지 1위를 꾸준히 고수해왔다. 법무부의 내국인 출국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83만 명이었던 일본 방문객 수는 올해 1월에는 방학 성수기 등의 영향으로 93만 명을 돌파하며 전년 동월 대비 11.9% 상승했다. 지난해 방일 외국인 여행객 중 한국인이 전체의 24%에 달할 정도로 일본 여행 열풍은 뜨거웠다.
고공행진을 기록하던 일본 여행에 최근 불거진 고환율 변수는 고민거리다. 여러 번 가도 큰 부담없던 과거와 달리, 같은 예산으로 비슷한 만족감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 문제다.
비용 부담으로 다른 지역을 대안으로 찾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 또 다른 여행객은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10만엔을 환전할 때 대략 10만원 정도를 덜 받게 된다”며 “관광객이 늘면서 일본 호텔 가격은 유럽 수준에 달하고 있는데 환율까지 올라서 가보지 않았던 다른 여행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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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는 단거리, 지역별로 다른 매력, 적정한 현지 물가 등으로 일본 여행의 매력은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환율이 올랐지만 인상폭이 아직은 감내할 만한 수준이며, 다른 국가의 여행지로 대체되기 어렵다는 점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환율 인상이 더 진행될 경우 선호도와 관계없이 상황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엔당 1000원을 넘어설 경우 심리적 장벽이 높아져 수요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무비자 정책 및 동남아 국가들의 적극적인 프로모션 등 한국 여행객 유치 활동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일본 외의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허율 노랑풍선 홍보팀장은 “특히 중국의 무비자 시행 이후 점차적으로 중국 시장이 회복되는 상황”이라면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하얼빈, 옌타이, 다렌 등에 대한 여행객의 관심도가 빠르게 높아지며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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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필 참좋은여행 부장은 “환율이 계속 올라 1000원을 돌파할 경우 일본여행 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모든 일본 상품에 가이드팁을 포함하고 자유 시간 식비를 지급하는 등 상품의 고급화에 집중해왔으며, 조금 비싼 대신 더 많은 것을 주는 프리미엄 여행 상품을 통해 환율 문제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