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켓 인 | 이 기사는 10월 29일 09시 4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12회 SRE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재정건전성`이 단연 화두였다. 철밥통으로 여겼던 공기업과 은행들의 크레딧 적정성이 도마에 올랐다. 과연 중앙정부의 지원없이 혼자서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성남시나 막대한 부채가 논란이 된 LH공사가 불을 지폈다.
실제로 이번 SRE 응답자중 74%가 은행의 신용도 저하와 공공기관의 부채증가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독립적인(Stand-alone) 재무건전성 평가등급(FSR)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도입해야 한다(14%),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45%), 당장 도입하고 실질적 정부지원이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기업까지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15%) 등으로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요구는 거셌다. FSR이 불필요(8%)하다거나 도입 필요성이 낮다(10%)는 견해는18%에 그쳤다.
이 같은 시장 참가자들의 요구가 과연 `철밥통 크레딧`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인가.
시장은 이미 알고 있다
현재 대부분 공기업 정관에는 `정부가 해당 공기업 채무에 대해 보증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성남시의 모라토리엄과 LH공사채의 시장외면 등은 앞으로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성남시 문제에서 기획재정부는“지원을 해 줄 필요도, 근거도 없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LH의 연간 이자비용은 3조7500억원(2009년말)에 달해 삼성, 현대차, SK 등 5대 그룹을 합친 이자비용(3조5400억원)마저 웃돌았다. 정부가 향후 3년간 지원하겠다고 밝힌 3조3000억원은 1년치 이자로도 부족하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LH공사는 이미 채권시장에서 `AA`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며 “과도한 부채비율, 사업확장 등으로 LH의 스프레드가 AAA급으로 축소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현재 자구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책사업으로 인한 손실은 정부가 보전한다`는 내용의 공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방공기업 사정은 더 어렵다. 성남시를 빌미로 불거진 재정건전성 우려가 SH공사, 경기도시개발공사 등 주요 지방공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15개 광역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의 총 차입금 규모는 2005년 4조886억원에서 2009년 26조790억원으로 4년새 7배 가까이 불어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말 `1회 지방재정 전략회의`를 열어 지방공사채 발행 규모를 순자산의 10배 이내에서 6배 이내로 축소키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배문성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도시개발공사와 지자체, 중앙공기업의 채무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며 “향후 재정건전성이 크게 저하되거나 부채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중장기적으로 개별공기업의 재무지표를 감안한 등급 차별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쉽지만은 않은 숙제
크레딧 시장에서 은행은 소위 `갑의 갑`으로 통한다. 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무디스와 S&P 등은 국내 은행들의 PF대출 부실에 대해 경고를 하고 나섰지만, 국내 신평사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갑의 갑인 은행이 설령 자료를 부실하게 줘도, 정부가 버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바탕으로 모두 똑같이 `AAA` 등급을 줘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평사는 뭐가 다른 걸까. 그들은 은행들의 FSR을 별도로 매기고 있다. 동일한 장기채권 등급이더라도 실질적인 정부 지원 가능성을 뺀 은행의 재무적 건전성을 따로 평가하는 것이다. 무디스는 국내 15개 은행에 대해 A1~A3의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FSR은 A부터 E까지 부여하고 있는데, 이를 신용평가 등급과 매칭해 놓은 게 BCA다.
스테판 롱 무디스 이사는 “아시아 은행 중 한국의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은 호주,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에 이어 5위에 머문다”며 “한국 은행들의 FSR은 평균 C-로 글로벌 평균(D-)보다는 높지만 다소 낮은 축에 든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신평사로부터 국가등급과 동일한 `AAA`인 국내 은행들도 무디스의 FSR에서는 3단계 이상 차이가 난다.
하나, 국민, 신한, 우리은행의 FSR이 C-로 양호한 반면 수협은 D-로 글로벌 평균을 간신히 맞췄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AAA)도 FSR상 전북은행(AA+)보다 낮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BCA상 무려 5단계나 차이가 난다. BCA상 산업은행, 농협, 수협은 투자부적격인 Ba1이하의 등급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글로벌 신평사들이 이미 시행중인 FSR을 도입하면 은행 평가 자체가 좀 더 충실해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은행별 실체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되고, 정보 접근이 원활해진다는 것 자체가 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법은 있다”…문제는 의지
크레딧시장 참여자들은 은행부터 FSR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의 업무가 포괄주의로 바뀐 만큼 FSR을 시행하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신용평가의 목적인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잘 하는기업에 자원(자금)을 많이 주고, 못 하는 곳은 주지 않아 자연스레 퇴출시켜야 한다”며 “은행의 최종 신용등급은 정부지원 가능성을 포함하되, FSR은 별도로 매기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평사들도 발행사인 은행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신평사들의 태도는 매우 소극적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심리가 강하다.
금융당국은 신중하지만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FSR은 은행에 대해 시장의 자율적 규율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며 “다른 나라도 다 하고 있고, 채권파트의 분석이 주식에 비해 발달하지 않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평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은행이 꺼려할 것으로 보여 실질적 효용가치를 잘 따져봐야 할 것 같다”며 은행과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공기업은 설립 목적상 효율성보다는 정부를 대신하는 공적 기능이 있는 만큼 FSR 도입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게 SRE 자문위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 SRE 자문위원은 “은행은 1차적으로 FSR을 도입해야 하고, 공기업도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다만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공기업이 많지 않아 별도의 FSR을 적용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익명의 신평사 관계자는“정부의 지원을 뺀 다른 부분에 대해 평가 방법론 상으로는 상당부분 논의가 됐다”며“이슈어 영향력이 너무 강해 아직 제도적으로는 많이 보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12회 SRE 전체 설문 및 결과는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및 홈페이지에서 11월 8일부터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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