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페인, 낮잠이 나라보다 우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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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1-12-02 오전 10:10:00

    수정 2011-12-02 오전 10:21:46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시에스타(la siesta)` 폐지 여부를 두고 스페인이 시끄럽다. 시에스타란 남유럽 특유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자 스페인 사람들이 오후 2~5시 사이에 낮잠을 자는 전통적 습관. 스페인 정부는 최근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시에스타 폐지를 종용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재정난이 점차 심화되는 상황에서 낮잠은 사치라는 것. 스페인은 지금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에 서 있다. 상황이 더 심각한 그리스나 이탈리아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스페인 정부 재정은 이미 탈진 상태다.

하지만 대다수 스페인 사람들은 정부가 시에스타를 없애려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국가가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자신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시에스타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시에스타를 되살리기 위해 `낮잠 챔피언`을 뽑는 시에스타 대회가 열리기까지 했다.

삶에 자그마한 여유를 주는 달콤한 낮잠을 포기하기 싫은 스페인 국민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자국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내 것은 포기할 수 없다는 스페인 사람들의 태도에 이기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천성이 느긋하기로 유명한 스페인 국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17개 회원국 중 10위에 불과하다. 즉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에 비해 얻는 성과물이 적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스페인 사람들은 정부의 무능력만을 지적하며 자신들의 희생은 거부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받았던 각종 복지혜택은 까맣게 잊고 현 사태의 책임은 모두 정부에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이런 모습은 과거 위기 때마다 국민이 앞장서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우리나라 국민과 뚜렷이 대조된다. 우리 선조는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을 벌였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 때는 금을 모아 나랏빚 갚기에 나섰다. 나라 살리기에 모든 국민이 발 벗고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스페인 국민에게선 아직 나라 살리기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페인이 국가 부도를 맞게 되면 자국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더 난리다. 지금 이탈리아에 잠시 머무르고 있는 위기의 화마(火魔)는 언제 스페인으로 옮겨붙을지 모른다. 시간이 얼마 없다. 외부에 손을 벌리기 전에 스스로 살아보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스페인 국민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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