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은 1.5억원, 여성은 1650만원 불합리” 대법 사상 첫 공개변론[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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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딸들의 반란' 사건 헌정사상 첫 공개변론 결정
종중 땅 판 이득 남녀 차등분배 문제제기
대법원, 2005년 7월 파기환송 결정
  • 등록 2022-12-18 오전 12:03:00

    수정 2022-12-18 오전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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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2003년12월18일 굳게 닫혔던 대법원의 문이 일반에게 열렸다. 일반인에게 재판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던 대법원이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진행한 것이다. 재판은 ‘딸들의 반란’으로 불린 ‘출가 여성들의 종원(宗員) 자격 인정 소송’이다.

(사진=SBS 캡쳐)
최종영 대법원장을 비롯한 13명의 대법관들이 법관석에 앉은 가운데, 236석의 방청석도 일반인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들은 여성이 종중 회원이 될 수 있는 지 여부를 놓고 공방을 지켜봤다. 종중은 선조의 묘소를 지키고 제사를 올리는 친족단체를 말한다.

용인 이씨 사맹공파 여성 5명은 “출가한 여성도 종중원으로 인정해 달라”며 종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여성의 패소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남녀의 성역할이 변하고 있던 당시 시대상 반영을 위해 공개변론을 결정했다.

이들 여성들이 소송을 낸 배경은 종중의 이익금을 남녀에 따라 차등분배한 데 따른 것이다. 1999년 3월 종중 소유 임야를 350억원에 아파트 건설업체에 판 뒤 이 돈을 분배하면서 성년 남자에게는 1억5000만원씩, 미성년자와 출가녀 등에 대해서는 1650만원~5500만원씩 차등 지급했다.

여성들은 미성년자와 여성이 종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돈을 차등 지급한 것과 분배가 아닌 증여의 형태로 지급된 것은 헌법상 남녀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1,2심은 종중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보다 신중하게 판단했다. 종중 재산 분배시 출가여성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뿐 아니라 성년 여성을 종중의 구성원으로서 인정할 것인가라는 쟁점까지 겹쳐 판결이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봤다.

당시 딸측 변호인을 맡은 황덕남 변호사는 “시대상이 바뀌었다”라며 “우리 법정신하고 바뀐 시대상에 따라서 관습도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중 측 변호인인 민경식 변호사는 “출가를 한 다음에는 출가한 시댁에서 남녀평등을 주장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렸던 공개변론은 오후5시까지 3시간 가량 이어졌다. 여성계와 유림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논쟁이 길어졌다. 통상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아닌,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가 회부돼 꼼꼼하게 심리에 나섰다.

당시 일반인들도 이 사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대법원은 ‘대법원 변론규칙’을 제정하고 40여일간 법정에 참고인석과 음향시설을 마련하는 등 여러 모로 신경을 기울였다.

판결이 나오는 데까지는 이후로도 1년 반이란 시간이 더 필요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5년 7월 21일 “종중의 목적과 본질을 살펴볼 때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며 파기환송했다. ‘여성은 출가 외인’이라는 유교적 관념을 깬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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