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때려죽인 母의 현장검증, 다 거짓말이었다 [그해 오늘]

  • 등록 2023-12-03 오전 12:00:10

    수정 2023-12-03 오전 12:00:10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12년 12월 3일. 친아들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A씨가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의 한 공원에 ‘현장 검증’을 위해 나타났다. 담담히 범행 과정을 재현하던 A씨는 심정을 묻는 취재진에 “정말 죄송해요”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그런데 이날 A씨가 재현한 현장 검증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당시 현장 검증하는 A씨. (사진=연합뉴스)
앞서 경찰은 2012년 11월 28일 주남저수지에서 발견된 가방 속에서 생후 30개월로 추정되는 남자아이의 시신을 발견하고 수사에 나섰다. 숨진 B군(당시 4세)은 온몸에 타박상이 있고 머리 쪽에서 뇌출혈이 발생해 ‘타살’ 정황이 역력했다.

경찰은 B군의 옷가지를 공개하고 공개수사에 나섰다. 이후 이틀 만에 아이의 모친이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 ‘B군을 창원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폭행하다가 사망했고, 이에 인근에서 가방을 구매해 저수지에 유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후 경찰은 A씨를 데리고 해당 공원에서 현장 검증을 시행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됐다. A씨가 B군을 폭행한 장소로 주장한 공원은 사람이 많이 오가는 장소였지만 목격자가 없었던 것이다. 인근에서 구매했다던 가방도 ‘집’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어서 진술과 정황이 맞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 A씨 외에도 B군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공범’이 드러났다. 당시 창원지검은 B군이 숨진 장소는 공원 화장실이 아닌 A씨가 얹혀살던 친구 C씨의 집이며, C씨의 남편인 D씨도 B군을 폭행한 것으로 보고 이들 부부를 함께 구속 기소했다. 다만 이들이 B군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봐 죄명을 ‘폭행치사’ 및 ‘사체유기’로 바꿨다.

이후 판결문에서 나타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A씨는 평소 남편과 관계가 좋지 않아 자주 다투던 중 그 해 9월 B군을 데리고 가출해 C씨의 집으로 갔다. 당시 4살이었던 B군은 자주 울고 떼를 쓰고 먹은 음식을 토하는 등 행동을 보였고, 이에 A씨는 B군을 자주 폭행했다고 한다. 함께 살던 C씨와 D씨 부부도 상습적으로 B군을 폭행해왔다.

B군이 사망한 날은 이들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온 날이었다. B군이 엄마에게 울며 달라붙자 A씨는 화가 나 B군을 손으로 밀쳤고, 이에 B군은 더 크게 울었다. 화가 난 A씨는 B군을 무차별 폭행하기 시작했고, D씨도 “울음소리가 듣기 싫다”는 이유로 B군을 때렸다. 결국 B군이 숨지자 A씨는 자수를 하려는 D씨를 말리며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하자고 제안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나이 어린 피해자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 자신의 집에서 살 때보다 더 보채거나 대소변을 못 가리는 증상이 심해질 수 있음에도 이를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학대하는 이유로 삼았다는 점에서 어머니로서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꾸짖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C, D로부터 버림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현된 긴장감과 반대급부적인 불만이 피해자에 대한 신체적 학대행위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에게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 C씨와 D씨에게는 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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